향긋하고 화사한 백목련이 피던 날 10년 만에 그를 만났다. 향긋한 봄 냄새가 지랑요를 감싸고 있었다. 그동안 변했을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10년전 그대로 였다. 흙과 불속에서 그는 영원히 아이인 것처럼 보였다. 옛 사람들은 10년을 회상하며 ‘강산은 변했는데 인걸은 어디에 갔는가’를 물으며 세월과 세상을 낚았다. 지랑요 신봉균은 30여년 흙을 매만지면 처음으로 세상에 다음과 같이 묻는다.

“전통은 오로지 전통일 뿐이다. 그리고 그 전통을 넘을 수는 없다. 전통만이 우리시대 도예가의 길이다. 제가 오로지 전통장작가마를 통해 제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 차도구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양합니다. 가스 가마 작업은 전체적으로 일률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확률이라면, 전통가마는 같은 공간에서 각각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찻그릇의 작업에서 장점이지요. ”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태산북두처럼 묵묵히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분청사기로 자신의 길을 밀고 온 그 만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신봉균이 30년 만에 첫 개인전을 갖는다. 그것도 우리문화예술계의 요람으로 불리는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4월 21- 29일)에서다. 대한민국의 많은 도예가들이 한번쯤 서보고 싶은 무대가 바로 한가람 미술관이다. 그런 곳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를 선택한 것은 올곧게 전통을 추구해온 신봉균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셈이다.

“누구나 작품에 대해 스스로를 책임질 나이가 바로 50세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껏 개인전을 하지 않은 겁니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도예작품을 사랑하거나 관심이 있는 대중들에게 누군가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랑요 차실에서 인텨뷰를 하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한번 보시는 것이 가장 빠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안내를 했다. 이번 작품전에 내보일 작품들 소장하고 있는 소장실이었다. 입이 벌어질 만큼 실로 어마어마했다. 투박하고 질감이 거친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다양한 분청사기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옛 왕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작들에서부터 작은 소품들속에 그 다운 ‘욕심 아닌 욕심’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진사유를 시유한 작품들의 요변발색은 경이롭기 까지 했다. 그리고 그 작품들에는 은근한 매력들이 숨어 있었다. 거칠지만 거칠지 않은 부드러움과 담백함은 오랜 세월 가까이한 친근함이 그득 그득 묻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것이 백자라지요. 아무래도 귀족적이고 깔끔한 그런 작품들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되지요. 다른 작품과 다르게 장작가마는 분청사기 본래 느낌과 맛을 만들어 줍니다. 저는 오로지 전통방식의 분청사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편안함속에 깃든 전통방식의 느림의 미학의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깊게 느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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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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