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문학의 대표 작가 김원일의 소설집 『비단길』이 출간됐다. 작가는 1966년 「1961ㆍ알제리」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으며, 이 책은 김원일의 여덟번째 소설집이다. 책은 단편소설 「어둠의 혼」 「미망」, 장편소설 『마당깊은 집』 『불의 제전』 『아들의 아버지』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과 맥을 함께하는 소설들로 채워졌다.


김원일의 소설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그 뼈대 주위를 채우는 이야기들로 자신만의 삽화를 그리듯 한 장 한 장 새겨졌다.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잊히고 사라졌지만, 김원일은 그 시간에 머물며 기꺼이 그때 그 사람들의 증인을 자처한다. ‘6.25전쟁이 있었고, 남과 북이 갈라졌다’는 간단한 사실 주변에 놓인 많은 사람들, 그래서 비슷하면서 각각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풀어온 것이다.

 

특히 이번에 수록된 소설 「아버지의 나라」에서 이미 성인이 된 그가 아버지의 행방을 추적하려 나서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는 자신의 평생 주제였던 ‘아버지’를 좀더 직접적으로 마주하며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담아낸다. 작가는 특히 ‘아버지의 부재’라는 거대한 세계를 직접 대면하는 소설을 책 마지막에 배치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50년 동안 일궈놓은 문학 인생이 한 단락 매듭지어지는 듯한 겸허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김원일 지음/문학과 지성사/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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