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차’란 어떤 차인가?

차학자·차 명망가들의 ‘좋은 차’론에 붙여 최성민 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대표l승인2023.02.13l수정2023.02.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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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들이 관능심평방법에 따라 ‘좋은 차’를 고르기란 번잡하므로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 기준인 차(탕)의 향·색·맛을 기준으로 ‘좋은 차’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보겠다. 여기서 ‘좋은 차’의 종류는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 녹차를 전제로 한다.

차를 애호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어떤 것이 좋은 차 인가이다. 최성민.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산절로야생다원 대표가 좋은 차에 대한 두 번째 기고문을 보내왔다. 좋은 차에 대한 건강한 담론의 장에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편집자 주>

이전에 필자가 쓴 ‘차 명망가들의 좋은 차란?’에서 박동춘, 최해철, 조기정, 박희준 씨 등 차학자와 차 명망가들의 ‘좋은 차’에 대한 언급은 이른 바 차 전문가들로부터 차 선별법에 대한 조언을 기재했던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에 가까운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차 전문가들로서 신뢰할만한 학술적 또는 전문적 기준에 근거하여 ‘좋은 차’를 말하지 못하고 일반인 수준의 얼버무리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차학자인 박동춘 (사)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의 “떪고 쓴맛이 강하지 않은 차” “한국 차의 기준은 맑고 시원함”이라든가, 조기정 전 목포대 교수가 ‘좋은 차’ 판별 기준을 냉·온이라는 온도 개념으로 말한 것은 학술적 견지에서 볼 때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견해에 대해서는 앞 기사에서 말한 바 있으므로 더 부언할 필요가 없겠고, 차학인이자 제다인으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차’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차의 기능에 맞는 품평기준 적용 필요

중국에서 산화차인 청차가 나오기 이전인 명대明代까지는 녹차가 주류였으므로, 그때의 ‘좋은 차’란 주로 녹차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명말청초에 청차가 나오면서부터는 차의 기능에 대한 인식이 분화되었다. 즉 종전엔 녹차를 ‘심신건강 수양음료’로 인식하였으나 산화차류를 기호성으로 좋아하게 되면서 차는 기호음료라는 생각이 등장하였다. 따라서 차를 품평할 때는 ‘심신건강 수양음료’인 녹차와 ‘기호음료’인 다른 차류를 구분하여 각각 그 기능에 맞는 품평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또 ‘좋은 차’를 가리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널리 통용되는 ‘관능평가법’이 있으므로, 차 학자나 차인이라면 막연히 “맑고 시원하다”느니 “차가 냉기가 있느니...” 하는 따위로 ‘좋은 차’의 품성을 욕되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관능평가란 차의 품질을 ‘향·색·맛우리기 전·후의 잎모양’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심평방법에 따라 ‘좋은 차’를 고르기란 번잡하므로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 기준인 차(탕)의 향·색·맛을 기준으로 ‘좋은 차’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보겠다. 여기서 ‘좋은 차’의 종류는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 녹차를 전제로 한다.

동양 기론 차원에서 좋은차 품평기준 향. 색.맛

‘좋은 차’ 품평의 기준이 되는 차(탕)의 향·색·맛은 동양사상 기론(氣論 또는 氣學)의 견지에서 ‘차의 3대 요소’로 불린다. 이에 비견되는 서양의 식품영양학적 용어로는 ‘차의 3대 성분(카테킨, 테아닌, 카페인)’이 있다. 기론은 화학이나 식품영양학에 견주될 수 있는 동양사상의 자연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향·색·맛(味)이 기론의 용어임은 ‘향기(香氣)·기색(氣色)·기미(氣味)’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말들이 모두 ‘기(氣)’ 자를 대동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기론에서 기(氣)는 자연의 기운, 즉 자연의 생명력(생명에너지)을 의미한다. 따라서 차(탕)의 향(향기)·색(기색)·미(기미)는 차(탕)의 냄새와 겉에 드러나 보이는 색깔과 맛에 진정한 자연성이 얼마나 배여있느냐를 말해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기미를 ‘개미’라고 하는데, 이는 자연의 기운인 오미(五味)의 신묘한 조화로써 내는 ‘깊은 맛’을 뜻한다. 『다신전』에서는 이 차의 3대 요소를 가리켜 ‘다신(茶神)’이라 하였다.

‘좋은 차’의 기준으로서 향·색·미는 일찍이 『다신전』과 『동다송』에 ‘향·색·기미’라는 말로 나와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현저하게 사람의 감각에 와닿는 것이 차의 향이다. 차의 향을 『다신전』과 『동다송』에서는 진향(眞香) 순향(純香) 청향(淸香) 난향(蘭香)으로 구분하고 있다. 진향은 우전잎이 지닌 싱그러운 향(녹색향기, 청엽알코올)이다. 순향은 ‘안팎이 같은 향’이니 적당한 솥온도에서 잘 익힌 차를 의미한다. 청향은 ‘겉이 타거나 설익지 않은 향’이니 솥온도를 너무 세거나 약하지 않게 하여 덖은 차를 말한다. 난향은 ‘불기운이 고루 든 향’으로서 마지막 마무리 단계에서 연한 불기운으로 건조를 잘한 차를 말한다. 따라서 향으로써 ‘좋은 차’는 어린 생찻잎에 들어있는 신선한 기운의 화한 허브향이 남아 있고(진향), 탔거나 생냄새가 나지 않고(청향), 여러 번 우려도 한결같은(순향) 완온한 향(난향)이 나는 것이어야 한다.

‘좋은 차’의 기준으로서 차탕의 색은 ‘기색’이라는 어의에 맞게 자연스럽고 은은한 연녹색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또 ‘좋은 차’의 기준으로서 차의 맛은 ‘기미’라는 어의에 적합하게 오미(단맛, 쓴맛, 짠맛, 신맛, 고소한 맛)이 어느 하나 두드러짐 없이 이상적인 중용(中庸)과 중도(中道)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맛이다.

이밖에 ‘좋은 차’의 기준으로서 잎 모양까지 살펴보자면, 특히 우린 잎의 경우에 잎이 구겨져 있더라도 찢어지거나 파손되지 않은 게 좋다. 이는 제다 공정의 ‘비비기’에서 결정되는데, 너무 세게 비비지 않아야 된다는 의미이다. 지나치게 힘을 가해서 비비면 잎의 표피는 물론 세포막이 파괴되면서 엽록소 안에 있던 폴리페놀옥시다아제가 자극돼 카테킨을 산화시켜서 순수 녹차가 아닌 산화차가 되게 하기 때문이다.

비비기와 관련하여, ‘동춘차’를 만들며 “한국 차의 기준은 맑고 시원함”이라고 말하는 박동춘 (사)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은 비비기를 찻잎에서 거품이 나올 때까지 세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차탕이 맑고 차맛이 시원하며 차향이 좋은 녹차를 만드는 방법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은 차’의 종류를 녹차를 전제로 하여 말한 것이다. 녹차는 카테킨 등 차의 3대 성분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제다한 차이고,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보이차) 등산화 또는 미생물발효 차류는 카테킨과 테아닌을 산화 또는 발효시키는 정도에 따라 분류되는 차종류이므로, ‘심신건강 수양음료’인 녹차와 ‘단순 기호음료’일 뿐인 산화·발효차 등 품성과 기능과 품격의 차원이 다른 차들을 동일 선상에 나열하여 좋고 나쁨을 가릴 기준은 없다.

최성민.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산절로야생다원 대표.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동아시아사상·문화학과 생활예절·다도전공 초빙교수. 철학박사


최성민 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대표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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