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신다는 것은...

글 그림 이경남 이경남l승인2023.01.16l수정2023.0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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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완. 그림 이경남

림으로 만나는 차 이야기1

마음이 복잡하거나 감정에 치우칠 때 혹은 중대한 일을 앞두고 긴장되어 있을 때,차는 정신을 깨어나게 해 주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따뜻하게 차 한잔 우려서 마시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들뜨거나 한쪽으로 치우쳤던 감정들이 편안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뿐 만 아니라 차는 마실 수록 그 은은하고 오묘한 맛과 우아하고 품위있는 향에 끌리게 된다. 이렇게 차를 마실 때 느끼는 오롯한 고요함과 즐거움이 참 좋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 이른바 ‘첫 만남’의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뇌에 각인이 되어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마치 첫사랑의 기억이 평생을 가듯 내게도 차와의 강렬한 첫 만남이 있었다. 20여 년 전 몸과 맘이 너무도 지쳐있던 어느 날 다완에 담긴 말차沫茶 한 잔을 처음 받아 마셨을 때, 감겼던 눈이 떠 지고 혼란스럽던 정신이 깨어 나면서 부드럽게 온 몸에 스며들듯 달콤 쌉쌀 했던 그 말차의 맛과 향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말차찻자리. 그림 이경남.

대체 그 맛의 정체가 무엇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도 자꾸 생각나는 매력적인 사람처럼, 따스하고 깊은 위로를 주는 에너지로 가득찼던 차의 맛은 까마득한 어린 시절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만지며 느꼈던 우리 엄마의 젖맛! 바로 그 맛임을 알아 차리면서 무릎을 탁! 쳤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음미했던 부드럽고 달콤했던 그 맛…

차와 이렇게 사랑에 빠지고부터 차를 사러 하동을 자주 찾게 되었는데, 거기서 차를 만들고 차 향을 접하면서 느꼈던 향기롭고 시원하며 매혹적인 자연의 차 향은 지친 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나를 온전히 품어 주었다.

▲ 하동의 차밭. 그림 이경남.

그러나 다시 돌아온 도시에서는 차향보다는 커피향이 온통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이렇게 차의 맛과 향에 더 깊이 눈 뜨게 된 이후부터는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 루틴으로 그리고 노곤한 오후 시간에 매일 나만의 찻자리를 가지며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거나 복잡한 일들이 엉켜서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차 한잔으로 스르르 마음이 풀렸다. 얼마 전 대학동기와 후배들이 부산에 방문하여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에 내 연구실에서 찻자리를 가졌다. 낮에는 하지않았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따스하고 힘찬 기운이 생겨나면서 우리의 만남을 우아하고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차가 주는 에너지가 아닐까.

찻자리에서는 마음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나누며 , 서로의 내면에 있는 욕구(need)를 공감하는 에너지가 차오르고 자연스레 상대와 연결이 된다. 그래서 차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불린다. 차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가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치게 되면서 차를 사회복지의 도구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차와 선禪 그리고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을 연결한 책들을 만들어서 노인복지시설이나 보육원, 청소년 상담센터 같은 사회복지현장에서 차문화를 접목한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직접 적용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머리 속에서 이론이나 지식만으로 계획했던 차문화복지프로그램을 실천했던 일은 기대했던 것보다 기쁨이나 보람이 생겨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나의 야심찬 시도가 자연스레 시들해졌다.

▲ 우리나라의 찻자리. 그림 이경남.

그 이유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나와 타인의 아픔에 대한 진정한 이해나 공감이 없이 차와 복지를 연결하면서 내 지식을 뽐내고자 했던 시도는 말짱 헛고생이었음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힘든 삶의 여정을 지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은,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자기공감이 우선되는 분량 만큼만 타인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진정한 존중을 바탕으로하는 마음을 통해서만 원하는 변화를 얻을 수 있다. 남에게 보이기위한 가짜자기는 살아남을 수 없고 결국 진짜자기(True Self)의 성장과 변화만이 좀 더 나은 나를 만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서툴고 모자랐던 나 자신을 돌보며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진짜자기를 알고 이해하며 나 자신을 공감 하려고 애썼던 그 시간 동안, 내 곁에서 꿋꿋이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도록 곁을 내어 준 존재가 바로 차茶란 친구이다. 참 고맙다. 이렇게 차를 만나고 나서 내 마음이 조금씩 커졌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와 안목이 생겼고 마음이 환한 보름달처럼 차 올랐다.


이경남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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