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공간 개념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서웅주, 이해민선, 정주영 작가 3인의 전시 ‘마음의 지층’전이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오는 8월 11일까지 열린다.

정주영_북한산 No.53_Oil on linen_100x105(cm)_2017.
정주영_북한산 No.53_Oil on linen_100x105(cm)_2017.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이 도시를 담아 온 북한산, 그것은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많은 예술가들이 동경하고 표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외형의 산이 아닌, 부분의 바위로 표현된 작가 정주영의 북한 산은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다. 정주영의 작품이 매우 흥미로운 것은 북한산 귀퉁이 를 그린 바위의 표정이 매우 북한산스럽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이 산이 그만큼 오랜시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하며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온 감각을 곤두세워, 쉬이 보이지 않은 바위의 미세한 표정까지도 찾아낸 작가의 내공 덕분이기도 하다. 수 십 년 동안 같은 대상을 그린 다는 건, 화두를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수행자의 참선법 같기도 하다. 또 매일 밤하늘에서 미시세계를 탐험하는 천문학자의 여행과도 비슷하다. 결국 정주영에게 산은 실존적 풍경이면서 심미적 인식을 확장시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통로인 것이다.

이해민선_유추의 강_면천위에 아크릴_116.8x91(cm)_2017.
이해민선_유추의 강_면천위에 아크릴_116.8x91(cm)_2017.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헐벗은 붉은 흙산, 그 산이 품은 저수지는 폭우가 휩쓸고 간 것처럼 흙탕물 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위를 스티로폼 한 덩어리가 부유하고 있다. 그 처음의 형태는 알 수 없지만 스티 로폼 덩어리는 질기게 홀로 남아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 속 모습처럼 작가 이해민선 의 작품 속 도상들은 익숙하지만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이다. 작가는 우연히 만난 이것들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의미들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방적으로 주어졌던 그 역할의 삶이 아닌 불확실하지만 ‘그대로도 괜찮은’ 존재들의 이야기. 이해민선은 특유의 섬세하고 유희적인 화법으로, 이들 존재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여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웅주_Crumpled masterpiece_oil on canvas_65.2x100(cm)_2022.
서웅주_Crumpled masterpiece_oil on canvas_65.2x100(cm)_2022.

선명한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사진 한 장이 구겨져 있다. 구겨진 부분엔 빛이 맺히고 덕분에 자연스레 원근 감이 느껴진다. 극사실적인 표현 덕분에 얼핏 구겨진 줄무늬 사진이라 생각했던 이것은, 사실 구겨진 종이 처럼 보이는 회화작품이다. 작가 서웅주는 구체적인 형상을 배제하고 구겨진 줄무늬와 색을 조합하여 회화 적 환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그 환영을 경험하게 하고 그 본질에 대해 관람자 스스 로가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웅주는 줄무늬를 인공물로 설정하고 색을 다양화함 으로서 ‘풍경화’의 범주로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즉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관찰하여 재현하는 방식 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영의 공간인 ‘관념의 풍경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전시에 대해 “ 지금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넘나드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안타깝게 도 지금껏 만들어온 공간과는 다른, 부정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칫 그것은 더 큰 불안의 상태로 몰아넣 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다시 마음의 지층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윤미연 기자
저작권자 © 뉴스 차와문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