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같은 차문화 비평서

한국 차 부흥을 위한 제언 8 - 최근 발간된 차책(茶書) 서평 ➀ 최성민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대표l승인2022.06.30l수정2022.06.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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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차문화 비평』은 흔히 그렇듯이, 차를 왜 마시는지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차를 마시는 이유를 다른 이에게 묻지도 않고 차생활을 시작했다가, 차츰 차의 정도(正道)를 알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품게 되는 “왜?”라는 의문과 그 뒤에 연이어지게 되는 “어떻게?”라는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고 연구한 노력과 경륜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차에 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이는 마실 거리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다서들은 내용이 전에 비해 독창적이고 다양한 특성을 띠고 있다. 전에 나온 다서들은 다른 다서들의 내용과 겹치거나 상식적 내용을 현학적 용어로 장식해 놓은 것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다송』 번역서들이다. 한자 싯구인 『동다송』의 행간의 의미를 놓치고 남이 한 대로 직역만 해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더구나 『동다송』이나 ‘초의차’ 전공이라는 사람들이.

왜 차를 마셔야 하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그 갈증을 마땅히 풀 수 없는 대중은 차책 다운 차책을 기다리는 심정이 유난히 심했던 올 봄 가뭄 끝에 단비를 내려주는 칠월 장마를 기다리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최근 출간된 차책들은 이런 대중의 갈망에 답해주고자 하면서 전문 차인이나 차학인들의 눈도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차책들 중에 눈에 띄는 책들은 종래의 다서들에 비해 독창성과 다양성을 겸비하고, 미쳐 몰랐던 차생활의 중요하고 실용적인 분야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독창적인 편집과 다양한 접근으로 독자의 눈을 유혹하면서도 현란한 미사여구의 남용으로 독자들의 “왜 차를 마셔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궁금증을 더 미로에 밀어넣는 느낌을 주는 책도 있다.

요즘 나온 다서들 가운데 비교적 참신한 느낌을 주는 다서 4권을 골라, 국내 차문화 관련 두 권(『한국 차문화 비평』. 『차茶를, 시작합니다』) 및 글로벌 시각으로 다룬 다서 2권(『차 마시는 인류』. 『일본 녹차 수업』)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서평을 쓴다. 이 서평을 쓰는 입장은 야생다원을 운영하며 수제차 제다를 해오면서 한국 차문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여 몇 권의 비판적 다서들을 낸 경험에 입각한 것임을 밝힌다.

▲ 『한국 차문화 비평』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 책이 우리의 차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썼다. 그런데 저자의 이 바람은 저자만의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 차 위기상황에서 모든 차책 저자들의 바람이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차책 저자들이나 차인과 차학계가 같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론적 의제를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차문화 비평』, 심재원,

경상국립대학교 출판부 펴냄(2022년 5월 16일 초판 1쇄 발행).

한국 차와 차산업 침체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차계와 차학계의 비판 부재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차와 차산업이 늘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문화적 유인으로 소비를 이끌어야 할 차문화가 먼저 궤도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당연히 한국 차의 문화적 궤도 수정과 그에 따른 차산업의 정상 궤도 진입을 위한 반성과 성찰이다. 반성과 성찰은 비판을 토양으로 하는데 한국 차계와 차학계에 건전한 비판 관행이 없으니 한국 차와 차문화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조차 없는 것은 정해진 귀결이라고 하겠다.

비판이 없으니 한국 차인이나 차학계에서 비판을 받아들이는 행태 또한 정제되지 못하여 비학구적이고 때로는 언어행패적이기도 한다. 한국 차계와 차학계에 만연한 “내 차가 최고... ”라는 격언은 비판 부재 현상과 비판을 거부하는 행태를 동시에 표상한다. 즉 “내 차가 최고”라는 주장은 남의 비판을 거부하겠다는 말이고, 또 이 말을 빌미삼아 “자기 차만 최고라고 한다”는 주장은 남의 비판에 감정적 선입견을 입혀 비판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판에 대해 비학구적, 감정적 언어폭력으로 대응한다. 그러니 한국 차계와 차학계에 건전한 비판이 설 자리가 없게 되고 비판이 없는 곳에 반성과 개선의 여지가 없게 되니, 결국 한국 차와 차산업은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덕담(?)의 소용돌이에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모 절차나 제대로 된 사업평가도 없이 해마다 자의적으로 시행하는 효율성 불명의 차홍보사업이다. 또 하나는 청태전과 뇌원차의 ‘복원’이라는, 동양 3국중 중국과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시대착오적 차문화 후진성의 발현이라고 하겠다.

『한국 차문화 비평』은 한국 차와 차문화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양식을 가진 차인과 차학인들에게는 길고 혹독한 가뭄 끝에 내리는 칠월 장마의 단비처럼 반가운 손님이다. 한국 차계와 차학계의 비판을 적대시하는 풍토에서는 ‘한국 차문화 비평’이라는 포장(제목)부터가 범상하지 않은 용기와 소신일 것이어서 책의 내용에 각별한 기대와 신뢰를 갖게 한다.

차문화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

『한국 차문화 비평』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 책이 우리의 차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썼다. 그런데 저자의 이 바람은 저자만의 것이 아니라 현재 한국 차 위기상황에서 모든 차책 저자들의 바람이어야 하고, 동시에 다른 차책 저자들이나 차인과 차학계가 같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론적 의제를 던져준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비판에 대한 한국 차계와 차학계의 감정적, 저돌성 반응 또는 그보다 질 낮은 반응인 무대응을 의식해서인지 넌지시 속삭이듯 비판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절실한 정독자精讀者라면 이 책의 유일한 흠결인 저자의 지나친 겸손과 ‘넌지시’라는 당의정을 벗겨내면 곧 드러나는, 한국 차문화 발전에 진정한 약이 될 ‘쓴 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차문화 비평』에서 다른 차책들과 큰 차별성으로서 번뜩이는 대목은 ‘차와 기氣’ 장이다. 차와 차문화는 중국에서 시원된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동양사상(유·불·도)을 문화적·학술적 기반으로 하는 동양문화의 한 양태이다. 같은 맥락에서 차와 차문화는 동양사상의 철학적 존재론의 주류인 기론(氣學)을 사상(철학)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는 선현들의 차론을 담은 차시(茶詩)나 명대 다서인 『다록』, 그리고 한국 차의 고전이라는 『동다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차가 여타 음료나 식품과 달리 ‘다도’라는 각별한 문화양상을 갖는 것이나, 차문화가 1천 년 이상 문화로서 생명력을 유지해 오는 소인素因이 차가 갖는 氣인 茶神의 물질적 사상적 융합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는 동양사상의 존재론적 기반으로서 이理를 동반하여 물질성과 사상성을 넘나들며 한중일 삼국의 물질·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다. 그리고 차와 차문화가 그 범주에 들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론에 입각한 茶神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차나 차문화에 대해 실속있는 한 마디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 차계에서 차와 기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차인들조차 기를 “도깨비 방망이”라고 할 정도로 백지에 가깝다. 한국의 차인이나 차학자들이 오늘날 한국 차와 차문화의 정체성에 대해 문화적·학문적 규정과 인식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늘 뜬구름 잡는 식의 허언(虛言)을 일삼고 있는 병원病源이 그것이다. 그 여파가 차 소비시장의 문화적 부실로 이어지고 마침내 차를 한낱 말초적 자극에 호소하는 기호품으로 전락시키고, 기호성이 강한 커피와 보이차에 밀려 한국 차산업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진단한다.

‘차와 기氣’ 장에서 저자는 일반 독자들이나 기 문외한인 차인과 차학자들에게 차와 기의 관계적 중요성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기를 보는 동양의 관점’ 항에서는 『포박자抱朴子』에 실린 기에 대한 존재론적 정의와 주희朱熹의 精→氣→神 구분을 설명해주고, “기는 대우주와 소우주를 유지하고 지탱해 나가는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기의 정의를 정리해 준다. 이어 동양의 옛 선인들이 기의 성질 가운데서 생명력에 가치를 두고 기를 강하게 함으로써 건강을 지키고 정신을 바로잡고자 하는 수도와 양생법을 연구하였다고 함으로써 조신한 독자로 하여금 茶神과 이에 기반한 다도 수양의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보여주기식 한국다례 문제점 지적

또 ‘차와 기氣’ 장에서 저자는 氣는 보이지 않는 실체이기에 신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허황한 것도 없다고 하면서, (氣에 대해) 사회적 가치 체계 속에서 이성적 사유가 이루어지면 신비한 것이고, 비현실적 관념 속에서 추상적 논리로 접근하면 허황한 것이라고 하여 기의 실체 인정과 그것에 대한 학구적 논리적 접근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기의 허와 실에 대한 예로써 저자는 ‘茶氣의 虛’에서 보이차에서 강한 기가 느껴진다는 주장에 대해 “논리성과 합리성을 찾을 길 없는 보이차에 대한 비이성적 접근이 낳은 저급한 시트콤 같은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그는 또 ‘心氣血精’(마음心이 에너지氣 생성의 바탕이며, 이 에너지가 응축되어 몸속 생명력의 표현인 피血가 되고, 피는 몸과 물질을 만드는 생명력精이 된다.)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사람이 차에서 느끼는 氣는 마음이 에너지의 질과 힘과 물질 세계에 드러나는 모든 현상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좋은 원료로 잘 제다된 차는 색·향·미가 온전하여 마시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것. 이는 차에 관한 깊은 고민과 오랜 연구 끝에 터득한 기론의 원리와 그것에 입각한 좋은 차 제다와 선정의 기준, 그리고 차를 氣의 개념으로 마셔야 하는 다도 수양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기론이 사상성을 내포한다는 관점에서 한중일 삼국의 차문화 양태인 다예, 다례 일본 다도에 들어있는 각각의 사상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도와 선차의 관계 정립’에서 일본 다도가 정신적 수양과 탐미적 활동이 결합된 양식이라고 분석하고, “각종 행사장에서 무대 위의 차 우려마시기(行茶) 시연이 마치 다도나 선차를 행하는 거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본질보다는 겉 형식에 집착함으로써 생겨난 양상‘”이라고 하여 현행 한국 ’茶禮‘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儀式화·정형화·보여주기화로 치닫는 한국 차문화 왜곡 현상을 통탄해 하며 정신적 깨달음이라는 목표점을 최후의 보루로 삼는 茶道라는 본질에 충실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 차문화 비평』은 흔히 그렇듯이, 차를 왜 마시는지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차를 마시는 이유를 다른 이에게 묻지도 않고 차생활을 시작했다가, 차츰 차의 정도(正道)를 알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품게 되는 “왜?”라는 의문과 그 뒤에 연이어지게 되는 “어떻게?”라는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고 연구한 노력과 경륜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차와 차문화에 관한 거의 모든 오해와 왜곡을 지적하고 차에 관한 고민을 끄집어 내 진정한 차의 길(茶道)을 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시류에 편승하는 겉멋부리기 차가 아닌,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차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한국 차와 차문화의 참모습을 갈구하는 차인, 차학인들 모두의 필독서로 권할만하다.

 

최성민- 철학박사.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곡성 산절로야생다원 대표.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생활예절다도학과 출강.


최성민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대표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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