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억과 망각에 관여하는 뇌 영역과 부위가 기능하는 방식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때 저자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비유는 개인용 컴퓨터에 관한 것이다. “실은 비유 그 이상이어서, 알고 보면 개인용 컴퓨터의 작동 방식은 우리 뇌가 기억을 보관하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방식을 탁월하게 닮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우리 뇌도 엄청난 양의 정보를 잘 다루기 위해 (1)기억을 어디에 보관할지 (2)어떻게 저장할지 (3)어떻게 열어 인출할지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기억을 저장하는 곳은 우리 뇌 뒷부분인 후두 영역인데, 뇌 측두엽 깊숙이 파묻힌 해마는 마치 ‘교사’처럼 이 기억들이 적절히 저장되도록 가르치고, 이마 바로 안쪽의 전전두 영역은 마치 ‘사서’처럼 이미 저장된 기억을 열어 인출하도록 돕는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우리 뇌의 뉴런(신경 세포)에는 마치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돌기가 있고 그 끝에는 가지돌기가시가 촘촘히 나 있다. 여기에 시냅스라는 접합점이 있어서 뉴런이 다른 뉴런과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뉴런과 그에 인접한 다른 뉴런이 동시에 충분히 활성화되면 가지돌기가시가 늘어나고 뉴런 간 연결이 강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반대로 뉴런이 인접 뉴런과 동시에 활성화되지 않으면 가지돌기가시는 도로 줄어드는데, 이것이 망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이 현상을 단지 가지돌기가시의 성장 도구가 수동적으로 ‘녹슨’ 것으로 보았던 반면, 새로이 떠오른 ‘망각의 과학’에서는 정상적 망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별개의 도구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윤숙 옮김. 북트리거. 1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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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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