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이지현 작, 김동연 연출)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 속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난쟁이 마을에 사는 주인공 찰리는 아무리 광산에서 일해도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희망을 품을 수 없다. 어느 날 동화나라에 무도회가 열리고, 여기서 사랑에 빠져 키스를 하는 커플이 새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공고가 난다. 옛날 백설공주의 일곱 번째 난쟁이였던 늙은 난쟁이 빅을 졸라 함께 마녀를 찾아가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공주마다 각각 다른 캐릭터인 것도 흥미롭다. 신데렐라는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백설공주는 "타고난 공주들은 그렇게 악착같이 안 살거든"이라며 으스댄다. 여전히 지고지순한 사랑을 믿는 사람은 원래 동화에서도 스스로를 희생했던 인어공주인데, 결국 그가 가진 가치관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진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사정없이 비틀어진다. 난쟁이들은 "사랑을 믿고 기다리는 건 (돈이) 있는 애들이나 하는 거야"라며 주인공을 말리고, 빅은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면 연말에 정산을 하느라고 폭탄을 맞는다"며 겁을 준다. 마녀는 "평민도 왕자 잘 만나서 팔자 고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한탄하고, 아이돌 그룹을 흉내내는 왕자들은 "눈 좀 낮추려고 해도 수준 안 맞아서 우리끼리 만나"라고 털어놓는다.

 

'돈을 쓰면 마법이 일어난단다' '끼리끼리' 등 이지현 작사, 황미나 작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풍자적인 가사를 경쾌한 멜로디로 풀어내 극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무릎으로 걸어다니며 난쟁이 역할을 한 정동화와 진선규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돋보였고, 공주 역의 최유하와 백은혜는 시원한 가창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서울 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만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다. 야하고 뻔뻔스러운 뮤지컬은 '성인용 동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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