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응송스님은 초의스님의 법제자인 범해스님의 제자 원응스님에게 사교를 공부하여 그의 법제자가 되었다. 말하자면 초의스님의 종법손從法孫이다. 대흥사에 면면이 이어지던 초의스님의 다풍은 범해와 원응을 거쳐 응송스님에게 이어졌고, 응송은 8년간의 다각茶角생활을 통해 대흥사의 다풍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우리 전통차의 맥을 되살리는 일에 앞장섰다.

차문화 관련 유산이 많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응송은 초의스님의 유품들을 일제의 찬탈과 6·25의 참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지켜냈다. 대흥사 주지를 맡아 초의스님의 유품들을 항아리에 넣고 마루 밑에 묻어둠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자랑거리가 된 『동다송』과 『다신전』이 보존될 수 있었고, 초의스님의 진영 또한 무사히 박물관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런 보물들이 아니었더라면 우리의 차문화사는 더욱 빈곤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대흥사를 떠난 뒤 응송은 입적할 때까지 초의와 우리 전통차에 대한 연구에 더욱 매진하였으니, 일지암의 위치가 그에 의해 확인되었고, 『동다정통고』라는 걸출한 연구서가 산출되었다. 초의와 우리 전통차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로써 시작되었고, 우리 차문화사의 큰 줄기가 이로써 정비되었으니, 응송이 아니었더라면 초의차의 맥과 우리 전통 차문화의 진면목은 오늘에도 다 완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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