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녹차를 만드는 방법이다. 생엽 때의 찻잎에는 많은 량의 플라반올(flavan-3-ol)과 강한 활성의 산화효소 폴리페놀옥시다아제 (polyphenoloxidase)를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녹차는 먼저 산화효소가 찻잎에 들어있는 여러 성분들에 영향을 주기 전에 그 작용을 멈추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찻잎 속에 들어있는 산화효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뜨거운 솥에 덖든지 높은 온도의 수증기를 쐬어 익히면 영향력이 상실된다. 그렇기 때문에 폴리페놀polyphenol은 변화하지 않고 생엽의 상태와 비슷한 함량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찻잎의 색깔이 변하지 않고 녹색의 빛을 유지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차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명으로 듣기에는 쉽게 보이지만 녹차를 만드는 동양 삼국 즉 중국, 한국, 일본의 녹차 만드는 방법은 각 나라마다 추구하는 맛과 향에 따라 다르고 같은 듯 다른 제다법을 가지고 있다. 이는 뒤에 왜 다르게 만들었어야 했는지 왜 그렇게 만들었어야 했는지 제다법 편에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미루어 두기로 하자.

황차 류, 여기서 구태여 류類를 붙이는 것은 녹차는 한 가지의 차로 분류하면 되지만 황차는 백차로 시작하여 홍차까지 무수히 많은 차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차 류의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찻잎은 차나무에서 채취하는 순간부터 산화효소의 작용이 시작되어 서서히 산화가 시작된다. 그래서 녹차를 만들 때 보다 높은 품질의 차를 만들려면 오전에 채취한 잎은 되도록 빠른 시간에 만들어야 한다. 가장 산화도가 낮은 백차는 맑은 날 찻잎을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산화효소의 작용을 이용해 만드나 최소화 시킨 차고, 홍차는 비벼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시들려 유념을 하여 습도, 온도를 산화효소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만든 차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산화효소인데 그 종류와 역할을 보면 먼저 찻잎을 시들이는 공정에서 플라반올(flavan-3-ol)류는 산화효소에 의하여 산화, 중합하여 색소류나 프로안토시아닌 중합체(proanthocyanidin polymer)로 변환한다. 즉 카테친과 그것의 유도체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플라반올(flavan-3-ol)이, 카테친이 산화되면 테아플라빈(theaflavin)이 생성된다.

산화효소들이 차에서 미치는 역할役割

페록시다아제는 EC 1.11.1.7. 과산화효소를 가리킨다. 과산화수소 또는 유기과산화물에 의한 전자 공여체(기질)의 산화반응을 촉매하는 산화 효소다. 폴리페놀 옥시다아제는 일명 탄닌이라 한다. 찻잎 중에서 카페인과 함께 전체 성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차의 맛과 색, 향기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물질이다. 고급 차일수록 그 함량이 많으며, 산화하기 쉬워 재탕을 할수록 쓴 맛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폴리페놀 성분은 광합성에 의해 형성되므로 일조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함유량이 달라지고 봄철보다 일조량이 많은 여름이나 가을철에 폴리페놀 함량이 높다. 탄닌(폴리페놀) 성분이 산화효소인 폴리페놀 옥시디아제에 의해 산화되어 녹색이 갈색(데아플라빈theaflavin)이나 붉은 색(데아루비킨)으로 변하면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독특한 향기와 맛이 만들어 진다

카탈라아제는 과산화수소에 이산화망가니즈를 넣으면 빠르게 기포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2H2O2 → 2H2O+O2의 반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는 이산화망가니즈 없이도 물과 산소로 분해될 수 있지만, 이산화망가니즈는 반응이 일어나는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물질이다. 즉, 어떠한 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인 촉매인 것이다. 우리 몸속에도 이산화망가니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촉매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카탈라아제이다.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촉매 하는 단백질을 효소라고 하는데, 카탈라아제 역시 효소의 일종이다. (두산백과)펙타제는 분해 작용 관여하는 효소다.

이 정도의 과정을 보면 황차 류를 만드는 제다법에는 어느 과정도 미생물이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고 찻잎 속에 들어있는 산화효소 작용에 의하여 여러 성분들이 변하여 녹차와는 다른 향기와 맛을 지닌 차가 된 것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산화’, ‘산화’란 낱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쓰기를 꺼려하는데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산화효소작용을 유도해 만든 차라고 하자니 뭔가 모를 부자연스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그렇지 않다. 홍차의 경우에 초기에는 발효차라 하였지만 지금은 누구도 ‘아 그 발효차?’하지 않고 홍차 아니면 서양식으로 불랙티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제다법상 분류하는 것은 이러이러한 차라고 하지만 보통 때는 명사로 어느 지역 홍차, 무슨 홍차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도 그런 경우가 하동 고뿔차라는 것도 있고 중국에는 대홍포, 고산 오룡 등등 무수히 많다. 많아도 혼동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차 침체는 차를 단순히 녹차, ‘발효차’ 분류하는 버릇에서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각 지역의 차가 변별력 없이 분류되어 우리나라의 차는 2가지가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마시는 사람에게는 어느 차생산지를 가나 ‘녹차’ 아니면 ‘발효차’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고 단순하여 외국산 즉 중국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본다. 중국차를 많이 찾으니 차 만드는 사람들은 당연히 중국차같이 만들면 많이 찾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도저도 아닌 국적불명의 차를 만들기에 정신을 팔고 있으나 품질도 경쟁력도 없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발효차’로 아는 오해로 황차 류를 만들 때 찻잎을 시들려 유념해 아랫목에 비닐로 싸고 이불을 덮어 발효시킨다고 청국장 띄우듯 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찻잎이 떠서 무르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바로 여름에 시금치단이 안에서부터 무르는, 상傷하는 현상하고 같다. 이렇게 만든 차는 시큼한 맛이 나는 쉰 차가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탈이 나기도 한다. 이것이 전부 ‘발효차’란 말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보이차는 발효차가 아닌 녹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차를 발효차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이차는 발효차가 아니다. 먼저 보이차의 제다법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위의 녹차를 만들 때 찻잎 속에 들어있는 산화효소의 작용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솥에다 덖든지 김을 올려 찌는 것과 같이 보이차도 찻잎을 솥에 덖는다. 덖어서 식힌 찻잎을 햇볕에 널어 말린다. 말린 차를 수증기를 쏘여 덩이차로 만든다. 간단하게 설명한 것인데 이 제다법으로 보아서 보이차는 녹차이다. 만드는 것이 단순해서 아주 어린잎이 아니고선 갓 만든 차는 그냥 마시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 왜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왜 바로 마실 수 있는 차로 만들지 않았을까?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고도>는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차마고도>는 보이차 상인들의 차 무역길이다. 보이차가 생산되는 보이지방에서 티벳 쪽 고산지대와 유목민이 살고 있는 몽골지역으로 난 아주 험한 산길이다. 왜 그들은 사람들도 많이 살고 경제의 중심지인 북경 쪽 몫 좋고 쉬운 길을 버리고 인구도 적고 험한 그 길로 목숨을 걸고 차를 팔러 다녔을까?

장사를 잘 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거나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불문율이다. 만약에 대도시 사람들과 고산지대 사람들 동시에 다 필요한 것이라면 아마 <차마고도>는 없었을 것이다. 보이차는 사람이 많은 북경보다는 고산지대 사람들이나 유목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란 말이 된다. 고산지대나 유목민이 사는 북쪽은 겨울이 길고 혹독하다. 긴 겨울 동안 식물성 무기물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사람이나 짐승은 각기병에 걸리고 만다. 바로 보이차가 그들에 있어서 겨울에 식물성 무기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품이었다. 그래서 보이차를 만들 때 덖어서 산화효소작용을 막아 식물성 무기물질들을 유지 시키고 운반하는 중에 습기와 공기 중에 산소에 산화하지 않도록 압축시켜 덩이차로 만든 것이다. 고산지대 사람들과 유목민들은 보이차를 우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끓였다. 끓여서 그냥 마시기에는 독하니 원통에 넣고 야크 젖이나 산양 젖을 섞어 마신다. 즉 수유차를 만들어 누구에게나 권하며 마셨다.

건더기는 가축에게 주었는데 여기서 쓰러진 짐승 즉 각기병에 걸린 짐승도 일어나는 명차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보이차는 오래두고 마시려고 만든 차가 아니었다. 오래두면 공기 중의 산소로 인해 산화가 일어나고 본래 섭취 목적인 식물성 무기물질은 변화한다. 보관 상태에 따라 여러 종류의 곰팡이들이 발생하고 미생물들로 인하여 자연스러운 부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것을 두고 보이차를 오래 두면 후발효가 일어나 더 좋은 차가 된다고들 하나 황차 류 들처럼 산화효소작용을 유도해 갈변이나 홍변을 시키는 현상이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하여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산화효소작용을 유도한 차 맛과 같이 단맛이 많아지고 갈변이나 홍변에 의한 향기가 발생하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발효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 청병靑餠인 경우에 우려 마신다 하여도 아주 묽게 우리지 않으면 차가 강해 건강체질이 아닌 이상 줄곧 마시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이유에서 오래 묵어 쇄한 차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또 몸에 좋은 미생물과 곰팡이류가 발견 되어 그 균사체로 인하여 발효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발견’되었다는 것은 지배된 것이라는 뜻이 아니기에 별의미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국장을 발효시킬 때 바실러스 균사체가 제대로 지배하고 있어야 잘 발효된 것이고 잘 발효된 청국장이라도 유해 부패균들이 ‘발견’된다. 그렇지만 바실러스 균사체가 지배하지 못한 청국장은 유해 부패균사체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유익균사체인 바실러스 균사체는 ‘발견’되지만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과도 같다. 최근에 어떤 이들은 보이차 제다법에서 높은 온도로 덖는 것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은 높은 온도로 덖으면 폴리페놀산화효소가 실활(失活)되어 차를 완성시켰을 때 후발효가 일어나지 않으니 활성화 시키려면 낮은 온도에서 덖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도 발효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화효소는 온도, 습도, 시간이 잘 맞아야 활성화 되는데 아무리 생엽이라 할지라도 햇볕에 바싹 말리면 습한 곳에 보관하지 않는 이상 그 변화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보이차 숙병은 어떤 의미로는 전혀 다른 차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 숙병은 오래된 보이차의 맛과 향을 사람들이 선호해서 개발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만든 보이차를 산차일 때 퇴적하고 적당한 수분과 온도를 맞추고 썩지 않도록 뒤적여 주면 찻잎속에 들어 있는 여러 무기물질들로 인하여 갈변한다. 적당한 수분과 온도에 공기 중에 미생물들이 흡착되고 번성하면서 발효가 일어나지만 그 중에는 해로운 미생물들도 있으므로 최근에는 이익균사체를 퇴적 시킬 때 주입을 시켜 지배하도록 유도하여 만들기도 한다. 더 자세한 것은 제다법 편에 논의할 것으로 미루어 둔다.

 

발효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정론으로 밝혀졌다. 발효음식이 이리 좋은 음식이니 차도 발효차가 ‘몸에 더 좋을 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발효차는 발효차가 아니다. 발효차가 아니라서 차의 본래 유익한 성분들이 변한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작은 오해가 있을 뿐이다. 오해를 푸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오해도 풀면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친밀해 진다. 차에 관련 논문을 보면 답답하다. 후발효는 뭐고 균사발효는 또 무엇인가.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효소발효란 말이다, 산화효소발효.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학회에서 공론화하여 표준 언어를 제정해야할 것이고 또 그러기를 기대해 본다.

              글 혜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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