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고 통하다, 고려주자高麗注子전

호림박물관 12월 31일까지 이능화 기자l승인2021.09.09l수정2021.09.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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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다점. 이규보의 시에 어울리는 철병을 필두로 다점 공간을 난주로 구획하여 구성되었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따르고 통하다, 고려주자高麗注子〉전과 연계 전시로〈통하고 만나다, 다반향초茶半香初〉전을 신사 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시에는 다양한 재질의 고려주자 133건과 주자와 함께 사용된 술잔과 찻잔 등 전시 보조 작품 85건, 중국의 백자주자 9건 등 모두 210여 건이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작품이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번 기획전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고려 공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주자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청자 주자〉, 11세기 후반~12세기 전반, 보물 1453호

Part 1. 고려 공예의 꽃, 주자注子

첫 번째 전시공간에서는 ‘고려 공예의 꽃, 주자注子’라는 소주제 아래에 고려 초기인10세기 무렵부터 고려 말기인 14세기까지 고려청자 주자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있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15세기 상감분청사기와 백자 주자를 한 공간에 전시함으로써 고려의 주자 전통이 조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대표작으로는 보물 1453호 <청자주자>(11세기 후반~12세기 전반)를 시작으로, 중국 월요청자의 영향이 보이는 10세기 무렵의 <청자주자>, 고려 특유의 비색과 상감 문양이 보물 1540호 <청자표형주자>(12세기)와 보물 1451호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형주자>(13세기), 고려 후기 청자주자를 대표하는 <청자상감국화문표형주자>와 <청자상감연학문병형주자>(13세기 후반~14세기 전반)가 있다. 전시 작품들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들로 구성하여 주자의 조형미를 감상하는 동시에 전개 과정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전시실 마지막 코너에서는 보물 1540호 <청자표형주자>와 국보 281호 <백자주자>(조선 15세기)를 나란히 전시하여 고려와 조선 주자의 조형적 특징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 〈청자 상감 운학국화문 병형주자〉, 13세기, 보물 1451호

Part 2. 주자, 술酒을 따르다

고려 사람들은 주자와 함께 다양한 모양의 잔(盞)과 배(杯)에 술을 담아 주흥(酒興)을 즐겼다. 두 번째 전시공간에서는 ‘주자, 술酒을 따르다’라는 소주제 아래에 고려주자 가운데주기酒器로 사용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실 전반부에서는 고려 왕실을 중심으로 국가 의례에 사용된 주자들을 선보인다. 고려 때에는 조선과 달리 국가에서 주점酒店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사원과 개인이 직접 주점을 설치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이에 전시실 안에 주기로 사용된 각종 청자들을 선별하여 고려시대 주점의 풍경을 재현했다. 아울러 마지막 전시 코너에서는 술잔으로 사용된 각양각색의 청자잔들을 고려 때의 주시酒詩와 함께 선보인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당시 고려의 술 문화에 대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의 대표작에는 12세기 무렵 고려 왕실이 의례에서 사용한 <청자 음각반룡문 주자>와 <청자 상감국화문 신선장식 주자와 승반>(12세기 후반~13세기 전반)을 비롯하여 술과 관련된 시(詩)가 새겨진 <청자표형주자>(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가 선보인다. 청자주자와 짝을 이루었던 술잔은 다양한 형태의 탁잔과 고족배, 마상배, 용두잔 등이 선보인다. 이를 통해 호화스러웠던 고려시대의 음주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청자 상감 운학국화문 병형주자〉, 13세기, 보물 1451호

Part 3. 주자, 차茶를 따르다

마지막 전시공간에서는 ‘주자, 차茶를 따르다’라는 소주제 아래에 고려주자 가운데다기茶器로 사용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자 가운데 과형瓜形과 금속제 주자를 모방한 유형을 차주자茶注子로 구분했다. 전시실에는 주자 이외에도 향로, 꽃병, 돈(墩:의자) 등의 보조 작품을 배치하여 관람객이 고려시대 다점茶店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고려 때는 음다법飮茶法으로 점다법點茶法이 유행하였다. 주자와 함께 찻잔‧다연茶碾ㆍ다합茶盒ㆍ다식대茶食臺ㆍ타호唾壺 등을 선보여 고려의 수준 높았던 차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 〈청자 음각 반룡문 주자〉, 12세기

전시의 대표작품으로는 고려의 대문호인 이규보李奎報가 ‘남쪽 사람이 보낸 철병鐵甁을 얻어서 차茶를 끓여보다’라는 시(센 불이 강한 쇠 녹여 내어 / 속을 파 둔하고 단단한 것 만들었다 / 긴 부리는 학이 돌아보는 듯 / 불룩한 배는 개구리가 벌떡거리는 듯 / 자라는 뱀 꼬리굽은 듯 / 모가지는 오리 목에 혹이 난 듯 / 입 작은 항아리처럼 우묵하고 / 다린 긴 솥보다 안전하다)에서 노래한 철병을 연상시키는 청동주자(11세기~12세기)가 있다.

▲ 〈청자 상감 및 철백화 국화문 화형탁잔〉, 13세기

통하고 만나다, 다반향초茶半香初전

<통하고 만나다, 다반향초>전은 앞에서 소개한 <따르고 통하다, 고려주자>전의 연계전시로 마련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소통’의 현대적 해석으로 백남준과 이수경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 백남준, 〈W3〉, 1994년

대표작품은 백남준의 <W3>(1994년 작)와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2012년 작)이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테크놀로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작가이다. 그의 소통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매체 나아가 예술을 통한 세계와의 만남으로 확장되었다. 이것은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간의 이격(離隔)을 줄여가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 2012년

수경의 <번역된 도자기>는 버려진 파편들을 화려한 금(金)으로 서로 자연스럽게만나 원래의 모습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깨어진 조각은 작가의 번역과 해석을 통해 예술로 승화되어 관람객과의 새로운 만남을시도한다. 옛 사람들이 함께 차를 마신 다완茶碗, 서로 주고받았던 다양한 내용의 서간書柬과 더불어 만남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 담고 있는 현대 작품을 함께 살펴보며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는 이 시대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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