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이 분다. 여름 같은 가을의 연속이다. 하지만 자연의 변화는 미동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낙엽들이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다. 자신의 생각 속에서. 이처럼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요, 사유思惟의 계절인 것이다. 가을바람은 늘 귓가를 스치며 붉게 물들인다. 마치 단풍처럼 말이다. 가을 속에는 예전부터 사상가들의 삶과 시간 이었다. 차를 마시고 책을 보았다. 낙엽을 밟으며 산책을 떠나곤 했다. 은둔의 시간이다. 때론 긴 여행의 길을 향했다. 보이지 않는 사상의 정수리를 향해 영원한 항해를 떠나는 것이다. 시대를 앞선 사상가는 늘 외로운 것이다. 여러 사람과의 싸움은 두렵지 않다. 오직 싸움은 자신과의 투쟁이다. 이 산물이야 말로 자신을 뛰어 넘어, 시대를 앞서는 밑거름의 발로다. 그리하여 먼 훗날 또 다른 투쟁의 인물을 만나고 새로운 동지를 얻는다. 새로운 씨앗, 사상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죽었지만 말이다. 사상가에게도 유일한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한 잔의 차다. 향기와 더불어 사는, 음미와 함께하는 고독한 사상가의 삶. 고독을 먹고 사는 사상가처럼 차 꽃잎은 겨울에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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