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로차와 무릉도원

윤영화의 묵향당첩墨香堂帖 서예가 윤영화l승인2021.07.10l수정2021.07.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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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화작- 대나무. 윤영화 작가는 사군자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대나무다. 그래서 대나무를 자주 그린다. 장마에 접어들며 윤영화 작가는 대나무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대나무를 그린다. 윤영화 작가는 말 한다. “맑은 차 한잔을 마시며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꽃꽃하게 서있는 대나무 그림을 완성하면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임을 느낀다.”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하며 오로지 입신양명을 쫒아가던 선비가 있었다. 젊은 날 과거에 급제한 그는 나날이 그 품계가 높아졌다. 그의 권력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입신양명을 위한 청탁이 줄을 이었다. 어느날 그에게 친분이 있던 한사람이 그가 좋아하는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 한적한 고을의 현령이 되고 싶다는 청탁을 하러 온 것이다.

그는 유능하지는 않았지만 덕망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사실 그 청탁을 거절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청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가 좋아하는 죽로차를 직접 만들어 해마다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이번 청탁에도 그는 고급오동나무 상자에 죽로차 한근을 담아왔다. 죽로차를 보는 순간 그는 그의 청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직접 보내온 죽로차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맑은 향과 벌꿀처럼 달콤한 단맛을 가득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솓던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날 그의 버팀목이었던 권력자들과 함께 하루아침에 유배를 떠나게 된 것이다. 언제 끝날줄 모르는 귀양살이에서 가장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매일 매일 먹었던 죽로차였다. 그 난꽃의 향과 벌꿀의 단맛을 담은 죽로차를 이제는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죽로차가 그리웠던 그는 매일 매일 대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느닷없이 그 고을의 현령이 방문한다는 기별이 왔다. 그의 유배지에 들어선 그 고을 현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대대로 좋은 죽로차가 나는 곳인데. 어찌하여 대나무 그림만 그리고 계시는 겁니까.”

그가 깜짝놀라 얼굴을 들어보니 자신이 천거해 현령이 되었던 사람인 것이 아닌가. 그의 손에는 늘 그에게 보내주었던 죽로차가 들려 있었다. 그후 그 현령의 도움을 받아 유배지 주변에 대나무와 차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그 현령에게 죽로차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세월이 흘러 그가 만든 죽로차와 대나무 그림은 한양에까지 알려졌다. 그런 이유였을까. 그는 사면령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관직을 추천받았다. 그는 그 관직을 정중히 사양했다. 그리고 그 유배지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입신의 세상은 나를 병들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죄를 짖게 만들었다. 대나무와 죽로차는 평생 나의 벗으로 내 몸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세상사람들이 무릉도원이 어디냐고 묻는 다면 나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서예가 윤영화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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