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철이 돌아왔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피는 등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걸 보면 올해 제다 역시 일주일 안팎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개나 광양 등 섬진강 남쪽에서는 늦어도 4월 중순 이전부터는 제다가 시작될 것이다. 제다철을 맞을 때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해가 갈수록 한국 전통 녹차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고, 당국이나 차계에서 전통차 살리기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아무런 걱정조차 하고 있지 않아서이다.
제다철이 돌아왔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피는 등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걸 보면 올해 제다 역시 일주일 안팎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개나 광양 등 섬진강 남쪽에서는 늦어도 4월 중순 이전부터는 제다가 시작될 것이다. 제다철을 맞을 때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해가 갈수록 한국 전통 녹차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고, 당국이나 차계에서 전통차 살리기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아무런 걱정조차 하고 있지 않아서이다.

제다철이 돌아왔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피는 등 온난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걸 보면 올해 제다 역시 일주일 안팎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개나 광양 등 섬진강 남쪽에서는 늦어도 4월 중순 이전부터는 제다가 시작될 것이다. 제다철을 맞을 때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해가 갈수록 한국 전통 녹차가 설 땅을 잃어가고 있고, 당국이나 차계에서 전통차 살리기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아무런 걱정조차 하고 있지 않아서이다. 이번 제다철에는 또 화개, 광양, 순천, 구례, 보성, 장흥, 강진, 해남의 전통 수제차 제다인들이 전통 녹차 제다를 포기하고 정체성과 경쟁력 없는 산화 발효차류 제다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지, 이런 현실을 걱정하고 책임감을 갖는 이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한 번 확인하자면 역사적 · 학문적 · 문화적 평가로 볼 때 차는 단연 녹차다! 차문화의 발상지 중국의 오늘날 차 생산·소비량의 65% 이상이 녹차다. 일본은 일본 차의 대명사 ‘그린 티’가 말해주듯이 생산 소비량 거의가 녹차다. 차문화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당나라 육우의 『다경』에 언급된 떡차류가 바로 증청 녹차이다. 그런데 이것이 건조 및 포장 보관상 미흡으로 산화·발효돼 황갈색 또는 흑갈색 변질차가 돼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다경』 ‘4 찻그릇’ 항에 “찻잔은 월주요 청자가 제일이다. 차탕색을 녹색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적어 놓았다. 원래 녹차를 지향했던 떡차가 실망스럽게 변질돼 흑갈색차가 돼버렸지만 차탕색만이라도 녹차색으로 보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송대 연고차와 최고급 공납차인 용단승설이 모두 고급 증제 녹차였다. 이런 녹차지향 전통이 명대明代 초제 산차 제다법 개발로써 오늘에 이어지고 있고, 한국 전통 제다 또한 그 맥락에 있다.

한국 전통 차문화를 부흥시킨 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기에 구증구포 떡차를 제다했는데, 이 역시 증제 살청한 녹차였다. 그는 또 해배 후 강진 제자 이대아에게 편지를 보내 ‘삼증삼쇄’ 다산차떡(餠茶가 아닌 茶騈)을 제다하도록 했는데, 이는 우전 찻잎을 찌고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서 다시 돌샘물에 짓이겨 떡모양으로 만든 고급 녹차였다.

한국 전통 차문화를 부흥시킨 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기에 구증구포 떡차를 제다했는데, 이 역시 증제 살청한 녹차였다. 그는 또 해배 후 강진 제자 이대아에게 편지를 보내 ‘삼증삼쇄’ 다산차떡(餠茶가 아닌 茶騈)을 제다하도록 했는데, 이는 우전 찻잎을 찌고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서 다시 돌샘물에 짓이겨 떡모양으로 만든 고급 녹차였다.
한국 전통 차문화를 부흥시킨 다산 정약용은 강진 유배기에 구증구포 떡차를 제다했는데, 이 역시 증제 살청한 녹차였다. 그는 또 해배 후 강진 제자 이대아에게 편지를 보내 ‘삼증삼쇄’ 다산차떡(餠茶가 아닌 茶騈)을 제다하도록 했는데, 이는 우전 찻잎을 찌고 햇볕에 말려 가루를 내서 다시 돌샘물에 짓이겨 떡모양으로 만든 고급 녹차였다.

옛 사람들이 왜 그렇게 녹차를 선호했을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차의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녹차엔 차의 3대 성분인 카테킨, 테아닌, 카페인 성분이 가장 많이, 그리고 적절히 함유돼 있다. 카테킨 성분은 항산화작용으로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효능을 발휘하여 녹차를 건강기능식품이게 한다. 많은 차류 가운데 녹차만이 유일하게 『타임』지 선정 ‘세계 10대 수퍼푸드(장수식품)’에 드는 이유이다. 또 테아닌과 카페인은 상호작용으로 정신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또렷이 깨어있게 하는 ‘적적성성寂寂惺惺’의 효능을 발휘하여 ‘한국 수양다도’ 실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녹차를 ‘수양음료’이게 한다. 따라서 차의 3대 성분을 가장 많이, 적절하게 품고 있는 녹차는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 보이차나 반발효차 등 ‘기호식품’에 불과한 다른 차들이 갖지 못한, (수양론적 의미의)‘다도’라는 차문화 특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체성을 지닌다.

여기에 한국 차 제다와 음다가 녹차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국 차나무 잎은 온대 소엽종 관목 차나무 잎이어서 카테킨 성분이 적고 테아닌 성분이 많다. 중국 차나무 잎은 아열대 대엽종 교목 차나무 잎이어서 카테킨 성분이 많고 테아닌 성분이 적다. 따라서 산화가 잘되는 카테킨 성분이 많은 중국산 찻잎은 산화 발효차 만들기에 좋고, 상대적으로 카테킨 성분이 적은 한국산 온대 찻잎은 제다에서 카테킨 성분을 유실되지 않게 잘 보전해야 하므로 재빠른 살청을 통한 녹차 제다에 알맞다. 또 한국산 찻잎은 찻잎에만 있는 귀중한 테아닌 성분이 많으므로 역시 이를 보전하는 제다를 통해 녹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한국 녹차는 차의 3대 성분이 잘 보전된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 완벽한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는 한재 이목이 『다부』에서 ‘吾心之茶’라는 말로써 ‘경지의 다도’를 표방하고, 초의선사가 『동다송』에서 ‘採盡其妙 造盡其精 水得其眞 泡得其中’으로써 ‘과정의 다도’를 규정하여 마침내 ‘한국 수양다도’를 완성시키는 맥락에 닿는다. 이는 또한 중국이 ‘다예茶藝’로써. 일본이 형식 위주의 집단 접빈다례인 ‘일본 다도’로써 차문화 본래의 ‘수양다도’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어 한국만이 조상 전래의 전통 녹차 기반 ‘한국 수양다도’로써 유구한 역사의 차문화(다도) 본질을 지켜내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한국 제다가 녹차 제다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차학계와 지자체 일부에서 산화 변질된 옛차 복원(?)이라는, 차학 이론에 배치되고 차문화·차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여 전통 녹차 쇠멸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국면에서 이제라도 전통 수제차 제다인들이 각성하여 한국 녹차의 정통성과 본질, 우수성을 되살려내는 제다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차 맹종과 중국차 사대주의, 몰지각한 옛차 복원 움직임을 제지하는 일이 우선일진대, 이는 조상들이 제시한 질좋은 녹차를 제다하는 것으로써만 가능하다.

질좋은 녹차와 그 제다란 어떤 것인가? 근대 최선의 전통 녹차인 백운옥판차(금릉월산차)의 제다법을 배웠었다는 영광 불갑사의 제다 명인 수산스님은 “찻잎을 딸 때의 향과 완제된 차의 향의 같아야 좋은 녹차다. 남이 딴 찻잎으로 제다하면 그것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또 추사 동생 산천 김명희는 초의스님의 제다가 미흡하여 초의의 상좌 향훈에게 ‘다법수칙’을 적어 보냈다. 핵심은 “반 쯤 익었을 때 꺼내라. 솥에서 향이 올라올 때가 그때다”였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제발 올해 제다는 녹차 제다가 주가 되기를 바라며, 섭씨 350도~400도의 솥에 3~4kg씩 찻잎을 넣고 덖는 ‘무지한 무용담’ 거리 녹차 제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일부 경박한 제다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차의 냉기를 없애기 위해 수치한다”라든지 “찻잎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살청한다”라는 등 차의 본질을 모르는 엉터리 주장들이 사그러지기를 바란다.

녹차의 장점은 ‘기호음료’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서 생 찻잎의 덕성과 효능을 가장 잘 담고 있다는 것이다. 녹차의 그런 장점을 실현시키는 제다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리한 인위를 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도가道家 사상의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원리가 녹차 제다에서도 강조되어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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