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실험』은 주저 『세계사의 구조』로부터 10년 만에 출간되는 가라타니 고진의 최신작이다. 아시아인으로서 드물게 세계적인 사상가로 평가받는 가라타니 고진, 그에게는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사상의 거장 야나기타 구니오에 대한 작업이었다.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에서 시작하여 『트랜스크리틱』, 『세계사의 구조』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 가운데서 그것은 완전히 잊히는 듯 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 숙제에 자신의 사상적 원천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후 문학비평을 하기로 마음을 먹던 시절로까지 거슬러 돌아가 왜 비평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그리고 도중에 그만 둔 그 작업이 자신의 사상적 역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검토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사의 실험』은 또 한 번의 ‘이동’이라 하겠다.

“나는 문학비평으로 시작했지만, 1973-1974년에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과 「야나기타 구니오 시론」이라는 두 편의 평론을 연재했다. 모두 문예비평의 연장으로 쓴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글의 차이는 컸다.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은 오히려 문학비평의 권외에 있었고 또 일본에 한정되지 않는 대상이나 독자를 상정하고 있다. 한편 「야나기타 구니오 시론」은 문학비평의 연장으로 일본이라는 장소나 독자를 상정하고 있다. 이후 내가 전자의 방향으로 나아감에 따라 후자는 그늘에 감추어져 있었다. 바꿔 말해 나는 1975년 이후 이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문학비평을 떠나게 되었다. 특히 금세기에 들어서는 완전히 은퇴했다.

하지만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자의 작업이 일단락되었을 때, 즉 『세계사의 구조』(2010년)를 완성했을 때, 나는 갑자기 야나기타 구니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첫째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내 안에서 ‘문학’과 ‘일본’이 회귀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역. 비고. 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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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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