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학계 대오각성 절실

이름뿐인 국제 타이틀 연구소 대부분 편집국l승인2021.02.18l수정2021.02.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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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차와문화>는 올해부터 한국차문화산업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은 본격적인 ‘논설’을 게재한다. 한국 전통 차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고 그 여파로 전통 차 기반의 차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차계와 차학계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 차계와 차학계의 토론 부재 현상은 한국 차 위기상황에서 차담론의 활성화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반증한다. 본지의 논설이 앞으로 한국 차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데 좋은 이슈메이커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런 맥락에서 논설에 대한 반론도 적극 환영한다. <편집자 주>

▲ 코로나사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패턴과 문화마인드를 갖게 할 것이다. 차제에 한국 차학계도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과오 및 그것이 일정 부분 초래한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의 참상을 되돌아보고, 한국 차와 차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학자적 사명감과 양심을 회복하는 일대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가 쇠망의 길에 접어든지 오래다. 가장 뚜렷한 증거는 지난 2007년 KBS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00식품 티백에서 허용치 이상의 농약잔류량이 검출되었다는 보도 이후 녹차 소비량이 급감한 것이다. KBS의 보도는 차를 잘 모르는 제작자들이 수제 야생차와 재배차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다룬 탓도 있지만, 그 전부터 지속돼 온 소비자들의 한국 차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내리막길로 치달아 온 한국 차의 소비실태는 굳이 자료를 대지 않더라도 이제 차인이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이런 마당에 차 진흥 행정을 맡고 있는 문화재청과 농림수산식품부가 당장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피해당사자들인 차계와 수제차 농가 모임체 어느 누구도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 위기상황에 대해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쪽은 한국 차학계와 차로써 개인적인 명성을 명성을 구축해 온 이른바 명망가 차인들이다.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차문화’의 정의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문화재청이 ‘전통 제다’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한 일은 ‘차문화’ 정의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제다’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전통 제다’와 그 결과물인 전통차가 바로 차문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제다’와 전통차가 왜 문화재로서 중요한가? 차가 일부 차인이나 일반의 인식처럼 한낱 기호품에 불과한 것이라면 차보다 기호성이 더 뛰어난 수많은 전통 기호식품 중에서 왜 유독 차를 만들어내는 제다를 문화재로 지정했겠는가. 제다는 기호식품 이상의 문화재로서 차를 만들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차가 기호식품 이상의 문화재임은 차에 다른 기호품이나 식품에는 없는 ‘다도’라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따라서 ‘전통 제다’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전통 다도’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수준 높은 다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질좋은 차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지금까지 한국 차학계나 각 대학의 차학 관련 연구소에서 한국 차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 제다나 차문화의 이론을 재정립하여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한 곳은 전무하다. 그들이 ‘세계’ ‘국제’ ‘산업’이라는 현란한 간판을 달고 한 일과 그 결과는 그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가 쇠멸 위기에 처한 것은 전통 제다와 다도의 관계 및 그 중요성을 망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다에서 어떤 차를 만들어야 할지, 제다의 목적과 차의 정체성을 잃다 보니 전통 차문화의 상징인 다도의 수양론적 기능을 받쳐주는 차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 후유증이 요즘 대형 차 행사장이나 찻자리에서 전통 차문화와 전혀 무관한 중국 차류와 정체불명의 갈색 산화차류가 넘쳐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첫째, 제다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데 급급하여 제다의 문화적 속성을 무시하고 정체성 없는 차를 만들어 온 제다인들의 탓이 크다. 차학자라는 사람이 “찻잎의 독소를 없애기 위해 제다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구증구포’라는 한약재 만드는 방법이 ‘최선의 제다법’으로 유통되고 있는가 하면 어떤 대학 차학과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도 등장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가 쇠락의 길로 추락하게 된 가장 큰 혐의는 한국 차학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 차학을 전공한 이들이 꾸리는 차학다운 차학이라는 게 없으니 한국 차학계라고 하면 그 주체가 불분명해 진다. 여기서는 차학 관련 학회나 ‘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활동하는 단체들을 ‘차학계’라고 보고 이들이 그동안 한국 차와 차문화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학 관련 연구소는 주로 대학에 설치돼 있다. 차산지인 전남의 서너곳 대학에 차학 관련 연구소가 있고, 전국적으로도 차학 연구소를 둔 대학이 너 댓 곳 더 있다. 이 연구소들의 공통점은 연구소 이름 앞에 ‘세계’ 또는 ‘국제’나 ‘산업’이라는 이름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국내 활동에 치중하면서 ‘아시아’나 ‘국제’등 국제적인 이름을 걸친 민간연구소도 몇곶 있다. ‘세계’나 ‘국제’라는 이름은 그 연구소의 연구범위를 거창하게 보이게 하여 국비나 외부의 돈을 끌어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산업’이라는 이름은 차산지 지자체나 기업체와 산학협동 체제를 만들어 그쪽 돈을 끌어오기에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연구소를 운영하는 데 돈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대학의 차 연구소들이 ‘국제적’ 이름을 붙이는 경향은 순수한 학술 연구에 전념하기 보다는 지자체나 산업체로부터 연구용역 자금을 끌어오는 등 대외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제스처 성격이 강하다. 사실 대학이나 차학자들이 운영하는 차학 관련 연구소는 ‘세계’ ‘국제’ ‘산업’이라는 말이 뜻하는 ‘시류 편승’에 앞서 문화재인 ‘전통 제다’와 ‘다도’, 그리고 그 소재인 차를 학문적 이론으로 무장시키는 일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가 정체성을 찾지 못하여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이는 더욱 중요한 차학계의 소명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한국 차학계나 각 대학의 차학 관련 연구소에서 한국 차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 제다나 차문화의 이론을 재정립하여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한 곳은 전무하다. 그들이 ‘세계’ ‘국제’ ‘산업’이라는 현란한 간판을 달고 한 일과 그 결과는 그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국제’라는 이름으로 외국의 차를 소개 전시하는 일을 선진 학문의 일로 알거나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차의 정체성과 무관한 상업성 행사를 열거나 지자체와 결탁하여 오래전 폐기된 산화변질 차를 복원(?)이라는 미명으로 끄집어내고, 근거기록이 별로 없어서 오늘에 유용하지도 않은 고려시대 차를 노래하거나 실체도 없는 특정 차가 유일한 전통 제다법에 의한 차인 양 주장하는 일 등이다. 그 결과는 바로 한국 차의 대명사로서 선조 차인들이 남겨준 전통 녹차와 다양한 녹차 제다법을 사장시키는 일이었고, 그것은 바로 오늘날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의 쇠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사태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패턴과 문화마인드를 갖게 할 것이다. 차제에 한국 차학계도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과오 및 그것이 일정 부분 초래한 한국 차와 전통 차문화의 참상을 되돌아보고, 한국 차와 차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학자적 사명감과 양심을 회복하는 일대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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