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차’ 망상 거두고 전통 녹차 살려야

새해 한국차계와 학계에 바란다 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최성민l승인2021.01.11l수정2021.01.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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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한국전통 야생차밭의 모습.

새해가 밝은 지 열흘 남짓 지났다. 해다마 새해 벽두엔 시무식을 하면서 새해의 전망과 포부를 밝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엔 코로나사태 때문인지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차계와 차학계도 마찬가지이다. ‘심신건강·수양 음료’로서 녹차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차가 한낱 ‘기호음료’에 불과한 커피와 보이차 등 외래품에 밀려 쇠락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이때, 어느 개인이나 단체 할 것 없이 한국 차와 차문화의 어려운 사정을 걱정한다면 새해에 한국 차의 갈 길이나 바램을 피력하여 한국 차 부흥을 위한 공론조성 노력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차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해 한국 차계와 차학계를 향해 아래와 같이 간절한 소망을 적어본다.

각종 통계는 물론 피부에 와닿는 직감으로도 능히 알 수 있는 바, 한국 차와 이에 연계된 전통 차문화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차인이나 차 학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차의 이런 위기상황을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차인이나 차 학자들이 없음을 한국 차계와 차 학계의 인식수준 탓으로 돌리기엔 자괴감이 너무 크다. 현실은 한국 차계와 차 학계가 그런 걱정을 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 그런 걱정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멈춰주기를 부탁해야 하는 게 더 급한 실정이어서 가슴 아프다.

▲ 한국 전통녹차의 색향미.

죽어가는 한국 차와 전통 차 문화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문제 해결 방법과 수순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한국 차가 쇠락의 위기에 처하게 된 첫 원인은, 녹차로 대표되는 한국 차의 품질에서 찾아야 한다. 차를 하나의 상품이라고 할 때 소비자들이 그것을 외면하는 이유는 품질과 가격에 있다. 그동안의 한국 녹차가 차의 3대 요소인 향·색·맛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국 차인이나 제다인들은 인정해야 한다. 녹차의 품질 수준이나 그것을 위한 녹차 제다의 기준을 이론적으로 마련하여 제시하고 평가 검증하여 확정하는 일은 차 학계와 차계의 임무이자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한국 차계와 차 학계는 녹차 제다의 표준이나 심평 기준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녹차와 차 문화가 쇠락하게 된 둘째 원인은 한국 차계와 차학계의 중국차 사대주의이다. 한국 차계는 해마다 거액의 공공예산을 지원받아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차 행사를 연다. 그 행사들에서는 갈수록 중국 보이차류와 산화 발효차류가 주인공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일부 지자체와 한국 차학계 일부에서는 변질된 ‘녹차’로서 품질문제 등의 이유로 오래전 폐기된 ‘옛 차’ 복원(?)을 외치며 산화발효차 득세에 일조하고 있다. 그 한 예로 지난해 8월 보성군과 목포대 국제차문화·산업연구소는 ‘보성 뇌원차’ 복원(?)을 발표하면서 “녹차는 오래 보관이 힘들고 맛의 차이가 심해 널리 보급하기는 힘들다. ... 발효차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덩이차 쪽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이 넓어지고 있다. 보성군도 이제 녹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차의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려 황제 공차-보성 뇌원차』, 376-377쪽)고 말했다. 주요 차산지 지자체와 차 학계의 이런 인식과 주장은 곧 ‘한국 녹차 죽이기’를 가속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옛 차’ 복원(?) 대상 품목에 드는 옛 청태전, 뇌원차, 고려단차 등은 제다사 초기인 당대唐代 육우가 쓴 『다경』에 나온 것과 같은 떡차류이다. 이들은 원래 살청 녹차였다. 녹차의 성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찌고 보관 및 운반 편의상 덩이로 만들었으나 당시의 미흡한 건조 및 포장술로 인해 마지못하게 산화발효 변질되어 소기의 목적과 다른 차가 돼버린 것이다. 『다경』에는 가장 좋은 찻잔으로 월주요 청자를 들었는데, 그 이유를 적갈색으로 변해버린 녹차의 차탕색을 녹색에 가깝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선인들이 녹차를 선호하고 산화 갈변된 차류를 기피한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 보성군에서 복원했다고 발표한 보성뇌원차.

차학의 제다이론으로 볼 때도, 위 덩이차(떡차餠茶)류가 아열대인 중국의 카테킨 성분이 많은 대엽종 찻잎의 성질상 카테킨 산화에 의한 산화차인 반 발효차나 홍차류로 변질되기 쉬웠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카테킨 성분이 적고 테아닌 성분이 많은 한국이나 일본의 온대 소엽종 찻잎으로는 산화 발효차류 보다는 카테킨과 테아닌 성분 보전을 위한 녹차 제다가 유리하다는 사실을 차 학자라면 잘 알 것이다. 한국 찻잎으로는 무모한 중국식 산화발효차나 보이차 좇기의 비효율성과 어리석음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옛 차’를 ‘발효차’라고 인식하여 복원에 열낼 일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차 학자나 차를 알만한 차인이라면 위 『다경』의 저 대목을 다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차계와 차학계 일부에서 ‘발효차와 덩이차 인기’를 내세워 ‘옛 차’ 복원(?)을 주장하거나 거들기를 계속한다면, 이는 피상적 시류 편승하기 또는 말못할 명리추구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퇴행적 행태가 일부에게 적은 이익은 줄지언정 ‘녹차와 전통 차문화 죽이기’라는 소탐대실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성찰과 각성이 필요하다. 한국 차의 앞날을 걱정하는 차인의 한 사람으로서 새해 벽두에 심각하기 그지없는 한국 전통 녹차와 차문화 쇠락의 위기 앞에서 한국 차계와 차학계에 드리는 간절한 소망이자 부탁이다.

최성민.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생활예절·다도학 전공과정 초빙교수.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최성민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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