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화백의 ' 바람소리'. (160×160cm, 한지에 수묵) 바람을 그릴 수 없을까? 바람이라는 것은 기운이며 바람을 그리는 것은 기운생동하는 자연의 에너지를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준오화백의 ' 바람소리'. (160×160cm, 한지에 수묵) 바람을 그릴 수 없을까? 바람이라는 것은 기운이며 바람을 그리는 것은 기운생동하는 자연의 에너지를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적, 작은 흙더미나 돌멩이나 풀포기를 들여다보며 한나절을 보내곤 했습니다. 흙더미든 풀이든 바위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어느 것 없이 살아 움직입니다. 안개와 구름, 계곡을 휘감는 빗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면 바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람을 나타내는 한자인 <風>자는 상자 안에 갇힌 벌레를 나타냅니다. 마음대로 돌아다녀야 할 벌레가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그것들이 무슨 일을 할지는 짐작할 만합니다. 바람은 우주라는 거대한 그릇 안에 갇힌 벌레와 같은 것이어서 그것들은 몰려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바람을 그릴 수 없을까? 바람이라는 것은 기운이며 바람을 그리는 것은 기운생동하는 자연의 에너지를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 폴 클로텔은 <눈은 듣는다>라고 했습니다. 귀가 아닌 눈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았습니까? 바람을 그린다는 것은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실체를 눈으로 듣고, 색채의 소리로 느끼고, 그것을 시각화, 조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언젠가 바람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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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김준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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