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前無後無. 앞도 없고 뒤도 없다. 나아가고 물러설 곳도 소용없다. 지금 이 순간만이 세워진 송곳 같다. 존재는 늘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 흔들리는 흔적들이 쌓여 무늬를 만들고 궤적을 만든다. 그러나 그뿐, 마이馬耳에 스쳐가는 봄바람이다.

그냥 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그냥 살아간다. 특별할 것도 그리울 것도 딱히 할 말도 없다. 벗이 찾아오면 반갑고 졸리면 잠을 잔다. 가끔 그대 웃음이 하얗게 빛날 때 물든 가을 여퀴꽃 한줌 꺽어 화병에 담으면 살며시 심쿵거린다. 깊어지는 것들은 갇히기 쉽고 부서지는 것들은 흩어져 버리기 쉽다. 그만큼 만, 이름모를 들꽃 그 모양만큼만 살아내기로 한다.

보풀 같은 작은 그리움들, 아직 넘기지 못한 미련들이 토해놓은, 어줍잖은 작품들이다. 제현의 아량과 가호가 있기를... 야암 안태중

야암 안태중 전각전은 갤러리 107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107 – 전남 곡성군 곡성읍 중앙로 107. 010 3917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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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가 안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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