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는 1830년 『만보전서萬寶全書』에 「다경채요茶經採要」라는 이름으로 실린 명대明代 장원張原의 『다록茶錄』 내용을 초록抄錄하여 엮으면서 책 이름을 『다록茶錄』이 주는 의미맥락과는 전혀 다르게 『다신전茶神傳』이라고 하였다. 『다신전』 ‘포법泡法’ 항에서는 “(차탕을 마포에) 거르기가 빠르면 다신이 아직 발하지 않고, 마시기를 지체하면 차의 오묘한 향이 먼저 사라지게 된다. 早則茶神未發 遲則妙馥先消”고 하였다. 또 ‘음다飮茶’ 항에서는 “독철왈신(獨啜曰神: 혼자 마시기를 神이라 한다)”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향香’ 항에서는 “곡우 전 神(차의 신성한 기운)이 고루 갖추어진 것을 진향이라 한다.雨前神具曰眞香”고 하였다. 또 『동다송東茶頌』 제56행 주석에서는 “차서에 이르기를 ‘차를 따는 시기가 중요하다. … 너무 늦으면 신神이 사라진다’(茶書云 ‘採茶之候貴及時 … 遲則神散 …’)”고 했다.

이처럼 초의는 장원이 『다록』에서 말하는 “다신이 아직 발하지 않고”라는 문구에서 찻잎에 들어있는 ‘기氣’의 최상위 개념인 ‘신神’의 정체성을 ‘다신茶神’으로 파악하고 『다록』을 모사摹寫한 책 이름을 『다신전』이라 하였다. 초의는 『다록』에서 차향의 으뜸眞香을 우전 찻잎이 갖춘 우주의 청신한 기운茶神과 동일시하고 그 기운을 ‘신神’이라 한 것, 특히 ‘포법’ 항에서 ‘다신’과 ‘묘복(妙馥: 신묘한 향기)’을 동일시하고 ‘음다’ 항에서 홀로 차를 마시는 경지를 ‘신神’이라 한 내용들을 『다신전』을 거쳐 『동다송』에도 소개했다.

초의가 ‘다신’의 의미를 이해하고 중시했음은 『동다송』 제60행 주석에 나온 ‘다도’ 규정에서도 입증된다. 여기에서 초의는 자신의 견해를 “평왈(評曰: 내가 앞에 나온 내용들을 분석 종합 평가하여 말하자면)”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찻잎을 딸 때 찻잎이 지닌 신령한 기운의 작동神妙을 잘 보전하고, 차를 만들 때 찻잎의 정기를 잘 보전하고, 차를 우릴 때 좋은 물을 골라, 차와 물의 양을 적절히 가늠하여中, 우려서 차탕에 다신이 정상적으로 발현되게 하면正 다도는 다 된 것이다. 採盡其妙 造盡其精 水得其眞 泡得其中 至此而茶道盡矣”라고 했다.

이 문구의 요지는 찻잎을 따서 제다하여 그 차를 우려내는 전 과정에서 다신을 잘 아우르라는 주문이다. 초의는 그 뒤에 이어지는 제61~62행에서 “옥화차 한 잔 마시면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나니 몸이 가벼워 벌써 (도인이 사는) 상청경을 걷네.一傾玉花風生腋 身輕已涉上淸境”라고 노래한 데 이어 제67~68행에서는 “오직 흰 구름과 밝은 달을 두 손님으로 삼으니 도인의 자리는 이보다 더 뛰어나랴. 惟許白雲明月爲二客 道人座上此爲勝.”고 하고 주석에 『다신전』에서 소개한 ‘음다지법飮茶之法’을 다시 옮겨 놓았다. 이 ‘음다지법’의 핵심은 역시 “혼자 마시는 것을 신령스럽다 한다.獨啜曰神”이다. 종합하면, 찻잎을 딸 때부터 차를 만들고 우려내는 과정에서 차가 지닌 신묘한 우주적 기운을 잘 보전하고, 그런 차를 혼자 마시면 차의 신묘한 기운이 마시는 이의 심신에 전이돼 그 신의 작용(妙)으로 우주 자연의 기운과 공명하여 하나가 되는神通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으로서, 다신 즉 차가 지닌 신령 신묘한 기운을 강조한 것이다.

『다신전』과 『동다송』의 가치는 이처럼 동양사상 기론에서 말하는 ‘신神’과 그 작용성인 ‘묘妙’의 의미를 구체적이고 현시적 자연물인 차茶에서 발견하여 제다와 다도의 핵심원리이자 궁극적 차정신으로 연역演繹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신’과 ‘신묘’의 현철賢哲한 수양론적 해석은 한·중·일 삼국 중 유일하게 한국 차문화에서만 볼 수 있다. 초의가 ‘신神’, ‘현묘玄妙’, ‘다신茶神’의 의미와 그것들 사이의 맥락관계를 터득한 것은 일찍이 차의 신神의 작용과 우리 심신의 기氣의 관계를 암시한 『다부茶賦』의 영향이었을 수 있다.

초의(1786~1866)보다 350여 년 앞서 살았던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은 『다부』에서 차를 마셨을 때의 ‘득도’ 상태를 노래하기를 “다신이 기를 움직여 묘경에 들게 하니/즐거움은 꾀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를 것이네/이 또한 ‘내 마음의 차’이니/(기쁨을) 어찌 반드시 다른 것에서만 구하랴. 神動氣而入妙/樂不圖而自至/是亦吾心之茶/又何必求乎彼也.”라고 했다. “차를 마시면 차의 신령한 기운茶神이 내 몸의 기氣를 신神으로 작동시켜(고도화하여) (우주의 기운인 신과 통하는)(神이 작동하는 경지인) 묘경에 들게 하여, 더불어 득도의 즐거움이 저절로 따라오니, 이것이 물질적인 차가 정신적인 ‘내 마음의 차’로 승화된 것이니, 이만한 기쁨을 어찌 하필 물질적 차에서만 구하랴”라는 것이다. 한재도 이 문구에서 차를 마셨을 때 차가 전이시켜 주는 우주적 생명력이자 신령한 기운인 다신茶神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신神이 작동하여 차를 마신 이가 이르게 되는 경지를 ‘묘경妙境’이라 함으로써 ‘묘妙’가 ‘신神이 작동하는 상태’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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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 최성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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