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에서
금오산 산자락 밟으며
부처님 만나고 오는 길
천년의 바람결 풀잎도 그대로네
고즈넉한 옛 삼층석탑 아래
찻자리 펴고 앉아 가을을 품는다.
당신을 만난 이 세상
산 언덕 구절초도 웃으며 반겨주네
시월의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 한 잔
하늘과 땅 온 누리에
신화처럼 그윽하구나
한줄기 청량한 바람으로
신라 원효스님이
내게 묻는다
마음 밖에 진리가 없는데
그대는 어느 마음에
차를 마시고 있느냐고
문득 걸림없는 그 푸른 화두에
묵묵부담 차만 마시는데
선도산 너머로 지고 있는
석양 닮은 낙엽 하나가 떨어진다
신라 천년의 역사 한 순간이
삼존석불의 미소에 담겨있네.
시 여천 김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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