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화백의 사유공간 매화향기- 채움이 있으면 비움이 있다. 푸른하늘 황금으로 빛나는 만추의 계절. 채움을 위한 비움이 시작된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준오화백의 사유공간 매화향기- 채움이 있으면 비움이 있다. 푸른하늘 황금으로 빛나는 만추의 계절. 채움을 위한 비움이 시작된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날이 갈 수록 낮이 짧아지는 시간이 짧은 계절. 마음만 앞서는 반추反芻의 나날. 밤의 시각들이 훨훨 용솟음치는 한해의 언저리. 그리 긴 시간이건만 조급함이 나를 불러 세우고. 팽나무를 쓰다듬고 보듬는다. 너는 나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 말하건만. 공부를 하고 또 마음공부를 하고, 하!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야 만다. 그저 한 인간임을 알고 치밀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 100년이 넘었을 팽나무 아래 무릎을 꿇는다.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를 한다. 나는 한 인간이라고. 머리를 숙인다. 고개를 젖힌다.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세상사 모든 소리가 일렁거리는듯하다. 들녘에 사람의 노래가 있듯 이 숲속엔 바람의 노래가 있다. 그리고 충만함을 비워내는 늦가을의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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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능화. 그림 김준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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