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 화백의 ‘사유공간 고운 빛을 담다’ - 석도石濤(淸初의 화가)는 일획론一畫論에서 일획을 그리는 것은 만획의 근본이고 만상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만지매화萬枝梅花 숲을 상상하며 일획매화를 그린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반석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준오 화백의 ‘사유공간 고운 빛을 담다’ - 석도石濤(淸初의 화가)는 일획론一畫論에서 일획을 그리는 것은 만획의 근본이고 만상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만지매화萬枝梅花 숲을 상상하며 일획매화를 그린다. 김준오화백은 부산에서 반석 김준오화실을 운영하고 있다.

가을 하늘 청명한 밤이다. 소쩍새와 꿩 울음소리가 도심 속 400고지 산을 울린다. 길게 늘어선 산맥을 따라 2시간 반이면 족하다. 축복 받은 시민들이다. 숲속 소나무 위로 작은 별들은 춤을 춘다. 어둠 속 별들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살아간다. 그 희망을 찾아 빛과 어둠이라는 이중적변주곡을 넘나든다. 세대와 세대를 뛰어 넘어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산책로는 가로등이 길을 인도한다. 예전에 비해 야간 산행객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 빛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반석 위에 앉는다. 어둠은 소리를 크게 맑게 들려준다. 두려움을 가진, 본능적인, 동물적인, 감각의 인간으로 바꿔 놓는다. 어딘가를 찾는, 돌파구를 찾는 출구적인 인간으로 일깨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둠은 마음을 다스리는 정화의 시간인 것이다. 인간은 어둠속 감정의 산물인 것이다. 야간 산행을 해 보시라. 어둠속에서 나를 찾는, 중심을 잡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거기 진정한 나의 자아를 발견할 것이다. 한 잔의 차茶도 이와 같다.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빛이 통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 보시라. 다구 앞에 홀로 앉아 보시라. 익숙해진 일상생활에서 차를 우려내는 것 하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둠이 존재하는 그 자리. 차 봉지 속에 나오는 찻잎의 향기를 따라 가보시라. 그 향기 속에 당신의 마음을 던져보시라. 나를 찾는 빛의 세계, 다향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어둠은 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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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능화 그림 김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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