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너머로 풍경소리가 들린다. 꿈인 듯 서성거리는 그림자.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나침판. 아련히 들려오는 것들. 그것이 무엇이었든. 지그시 눈을 감고 만다. 살며 배운다는 것. 자신도 모르게 피부가 되어가는 것.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조금씩 자신의 아집을 버리며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사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만의 아집 즉 고집이 더 견고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을 놓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사투다. 그 고집, 아집을 버린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이 참된 것이라는, 불안의 심리에서 견인 되는 것이다. 집착. 오직 한 가지에 매 달려 있는 삶의 끝자락, 마지노선이다. 바로 볼 수 있는 시야視野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유로운 삶을 위해 평상시 자신의 영역이외에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혹은 한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찾아오는 것이다. 요즘 고전古典을 통해 옛 선인들의 흔적들을 뒤 따르는 시간이 많아진다. 한 목소리로 버리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 무엇이었던지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외친다. 산전수전 몸으로 경험한, 자신들의 회한이 담긴 글들이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즐거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술회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미래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옛 선인들이 그러하였듯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내려놓느냐, 마느냐. 찻 잔속에 자리한 푸릇푸릇한 연못. 거기 내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