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계의 유일한 인터넷 신문인 뉴스 차와문화에서 2020년 새해를 맞아 위기에 빠진 한국차계를 진단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인 한국차문화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에 대해 (사)남도정통제다. 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이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에 전문을 싣는다.<편집자 주>

앞글에서 한국 차문화 쇠락의 이유로 ‘다례가 중심이 된 전통 차교육’을 지적하고, 그것들은 1980년 후반에 정립된 ‘그들만의 리그’라고 분석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거도 없고 철학성도 없이 최근에 급조된 국적 불명, 정체 불명의 상업성 ‘다례’라는 것이 한국 차계와 차 문화를 짓누르고 있다. ‘00 다례’라는 명칭 앞에 붙는 어떤 수식어들은 그것들이 허례허식, 계급지향 봉건의식의 잔재임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반면 차의 뛰어난 특성이자 차별성인 수양론적 의미의 다도와 이에 기반하여 선조들의 차 일상을 이끌었던 대중적 차 생활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 차계, 차학계, 행정기관 어느 누구도 한국 차와 차문화의 이런 질식 상태를 걱정하거나 그 원인과 대책을 말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근거도 철학성도 없이 최근에 급조된 다례

차는 선사 시대 신농씨에 발견되어 당나라 때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다. 그러나 오늘날 한·중·일 삼국 중 한국의 차와 차문화가 가장 뒤떨어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각종 차 행사장에서 전통 덖음녹차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체불명의 황·갈색 차류와 외래차가 들어서 있는 세태가 그 단적인 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다예茶藝’와 ‘다도茶道’라는 이름의 대중적이며 차의 수양론적 본질과 특색을 살린 차 문화로써 자국의 차를 국제적 브랜드로 올려놓았다. 차는 당대唐代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을 저술한 무렵부터 ‘다도茶道’라는 뛰어난 정신문화와 함께해 왔다. 다도는 곧 차의 본질이요 정체성이자 다른 음료나 물상이 갖지 못한 독특한 차별성이다. ‘도道’는 동양 사상(道·佛·儒) 공유의 수양(수행·양생) 언어이므로 ‘다도’는 곧 차를 매개로 한 ‘수양론’이다.

선현들은 차가 물질과 정신을 통섭하는 동양 사상 특유의 현철賢哲한 수양 원리機制인 ‘기氣’로써 우리 심신을 바루어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설명들을 펼쳐 놓았다. 하동 쌍계사에 있는 신라 시대 진감선사 비문에서부터 고려, 조선의 문사와 불가 차인들이 남긴 차시茶詩들을 보면 한결같이 차를 마셔서 얻게 된 심신의 건강과 ‘깨달음’, 즉 차가 매개해주는 자연합일의 자득감을 읊은 것들이다. 한재寒齋 이목李穆이 『다부茶賦』에서 ‘오심지차吾心之茶’로써, 초의 선사가 『동다송東茶頌』에서 ‘채진기묘採盡其妙~포득기중泡得其中’의 설명으로써, 각각 다도의 ‘경지’와 ‘과정’을 기론氣論에 바탕한 차茶의 수양론적 원리로 풀어낸 것은 중국이나 일본 차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수양다도’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차계를 망치는 허례허식 카르텔망

그러나 오늘날 한국 차와 차문화는 선현들의 이러한 차 인식인 차의 본래성으로부터 한참 멀어져 있다. 그것이 한국 차와 차문화의 쇠락 원인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대학과 대학원 차 관련 학과엔 한국 차학의 핵심이어야 할 ‘다도’의 수양론적 원리에 관한 강좌가 없다. 한국의 차인이나 차학자들 가운데 차의 생명이자 정체성이며 차문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다도’의 수양론적 의미를 제대로 말하는 이를 보기 어렵다. 한국차학회 역대 대표나 임원진은 식품영양학이나 중국어문학, 외국 경영학 전공자들이 주류이다. 차를 왜 마셔야 하는지 철학적, 논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가르치지 못하니 황망慌忙한 허언虛言, 부수적 잡사雜事, 허례허식의 카르텔 망網이 한국 차계를 감싸고 있다. 앞글에서는 이런 현상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일갈했다. 그 귀결歸結이 중구난방 제다製茶, 전통 덖음녹차 실종, 상업성 추구 잡차류와 외래차의 득세, 자칭 ‘초의차 계승’의 난립, 전통 차문화와 차산업의 쇠퇴, 한국 차학茶學 부재不在의 문제들로 나타나고 있다.

외래 발효차류 범람에 대한 학술적 정리 절실

한국 차 쇠망의 원인 진단과 대책에 고민해야 할 행정당국과 차학계의 책임이 막중하다. 관계 법령까지 제정하여 해마다 차 관련 지자체와 업체 및 각종 차 행사에 거액의 예산지원을 하고 있는 행정당국(문화재청과 농림축산수산부)은 부수적 일과성 전시와 외래차 홍보 위주 차행사를 지양하고 한국 차 쇠망의 원인 진단과 대책을 모색하는 행사에 돈을 쓰도록 유도하고 감독해야 한다. 전통 덖음녹차 선양엔 무관심하면서 고려시대 차류를 복원하는 것과 같은 시대역행적 넌센스와 헛발질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한국 차학의 가장 본원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한국차학회의 행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차학회는 한국 차와 차문화, 차산업이 이런 쇠락과 엉망의 길을 가고 있는 데 대하여 단 한번도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하는 이슈를 다른 적이 없다.

예컨대 한국 전통 녹차의 실종 및 외래 발효차류의 범람 사태에 대하여, 한국 차학계는 이를 학술적으로 정리해 바로잡아주는 이론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의 발효차류는 아열대지역의 발효성 카테킨 성분이 많은 찻잎과 티벳이나 몽골 등 장기간 보관의 필요에서 나온 부수적 차종류이고, 한국 전통 덖음녹차는 수양다도를 가능케 하는 온대 소엽종 찻잎의 테아닌 성분이 많은 장점을 활용한 월등한 차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당대唐代 육우陸羽도 『다경』에서 차탕의 녹색을 지향하는 월주요를 선호하여 ‘녹차’의 우수성을 강조했고, 당대 떡차류도 원래 증제 녹차가 보관상의 문제로 변질된 부수적 현상이어서 현대에 한국 차와 차계, 차문화가 발효성 변종 차류를 추종할 이론적 근거는 없다고 말이다.

최성민 _ 철학박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생활예절·다도 전공 초빙교수.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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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 최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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