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메일로 문의가 왔다. 한국을 언제 방문하는데 서울에서 한국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또 하나의 문의가 왔다. 중국에서 차회를 하는 단체장이 오는데 차를 마시면 교류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두가지 질문에 답을 해줄 수가 없는 것이 오늘 한국차문화의 현실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우리차문화를 상시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어찌 어찌 아는 차회에 부탁을 하면 가능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우리차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차교류도 마찬가지다. 행사위주의 차교류가 소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나마도 제대로된 곳과 교류가 지속적으로이어지지 않고 있다.

위 두가지 현상은 한국차문화계가 쇠락하고 있는 일단면일 뿐이다. 현재 한국차문화계는 1980년대 이후 외형적인 확장을 거듭해오다 2010을 깃점으로 쇠락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한국차문화계는 중앙차회 몇몇 단체와 지방차회 몇몇 단체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1세대 차인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성장해오던 한국차문화계는 1.5세대와 2세대를 거치면서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전통적인 커리큐럼에 의지한 전통차교육방식의 후진화에 있다. 이른바 다례가 중심이된 전통차교육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공부를 해야하는 이른바 인가받지 않는 대학형 대학원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통차교육의 커리큐럼의 대부분은 1980년 후반에 정립된 것이다. 그 커리큐럼을 살펴보면 한복 입는법, 전통절하는 법, 행다법, 6대다류 이해, 차고전강독등이 주요과목이다. 이중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예절과 행다법이다. 각 차회에서 각자 창안해낸 행다법은 각 차회간의 경쟁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각차회간의 반목을 유발하는 주요원인이 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초반까지 이같은 전통차교육방식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던 이유는 바로 제대로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중요한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1970년 이전의 세대들의 사회문화적 교육적 갈증을 해소해주었던 차 문화는 1970년 이후의 세대들에게 매력 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 우리사회는 1970년 이후 거의 전 세대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교육의 선진화 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며, 사회문화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통적인 차 교육 방식은 새로운 차인구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1970년대 이후의 세대들을 비롯해 1990년대 이후의 세대들에게 차는 건강음료요 즐기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통적인 차 교육 시스템은 새로운 세대들을 인입할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못해 젊은 차인구의 유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차계의 교육시스템의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강사진의 고정화다.

두 번째는 이른바 몇몇 차회간의 끝없는 경쟁구도로 인한 폐해다. 차의 근본정신은 소통과 화합 그리고 나눔이요 중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차계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움직인다. 차회와 차회의 끝없는 반목과 갈등은 지자체의 행사장에서부터 국내외 차 교류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차계의 소모적 갈등구조는 국내외에 한국차계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까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는 세대교체의 실패다. 한국차계는 1.5세대와 2세대의 주역들이 아직도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 행사를 비롯해 자체 행사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주역들은 모두 1.5세대와 2세대들이다. 그럼으로 인해 한국차계의 노쇠화 현상을 뚜렷하게 나타나고 젊은 차인들의 이반을 불러일으키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차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차의 근본정신과 문화를 대변할 스승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한국차문화계가 다시 부흥과 도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차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우리사회와 우리전통문화의 건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건강한 차문화인을 양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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