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정자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창덕궁 후원으로 13개의 정자가 모여 있습니다. 그중 가장 정교하고 특이하게 지은 정자가 존덕정尊德亭입니다. 연못 축대 위에 장대석 2개를 연못 쪽으로 V자형으로 길게 뻗쳐 놓고, 장주형 초석으로 받친 다음, 그 위에 정자를 지어서 정자의 절반이 물위에 있습니다. 굵은 기둥 6개로 육모 지붕의 건물을 세우고, 그 밖으로 귀퉁이마다 가는 기둥 3개를 세운 위에 다시 기와를 얹어서 겹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안 기둥 사이에는 평난간을 둘렀고, 바깥 기둥사이에도 난간을 둘러 2중 난간이 되었는데 이 또한 보기 드문 것입니다. 안쪽 기둥 위 창방 아래에 꽃살 교창를 달고 그 아래에는 낙양각을 붙여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천장은 왕의 정자답게 청룡과 황룡 그림이 있는 독특한 구조로 짜여져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의 특징은 화려한 꽃이 피는 관상수들이 많지 않고 느티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등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활엽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전통 원림의 식재 방식으로 기암괴석을 쌓는 중국의 정원이나 나무 가지를 뒤틀고 잘라내어 인위적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본식 정원과 다른 점입니다. 창덕궁 원림을 배경으로 존덕정이 물에 비친 모습에서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 한계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그림/글  김영택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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