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잔혹사를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모토 시치헤이 <기다림의 칼> 이명규 기자l승인2019.03.30l수정2019.03.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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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이나 지난 지금 왜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가? 이에야스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센고쿠 3대 영웅이지만 두 영웅과는 달리 극적인 인생 역경이 없어서인지 세간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천재적인 지략을 통해 천하를 움켜쥐었으나 부하의 반란으로 스스로 자결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노부나가와 일개 비천한 농민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을 통일한 히데요시와 달리 이에야스는 요시모토의 보호 아래 인질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외에는 평범 그 자체였다.

이에야스가 일본의 국민적 영웅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지나서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에야스는 평판도 좋지 않았고 인기도 없었다. 더욱이 ‘너구리 영감’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검은 뱃속을 가진 음흉한 사나이로 오해받고 있었다. 이러한 오명을 완벽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벗겨내고 평범함 속에 비범한 능력을 갖춘 지도자의 모습을 찾아준 것이 이 책 ‘기다림의 칼’이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울게 하려고 노력하고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새가 있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많이 알려져 있는 위와 같은 일화를 통해 이에야스의 초인적인 자기 절제에서 나오는 인내와 기다림의 자세에 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면모 외에도 정치가로서 경제인으로 무장으로, 또한 의리의 사나이로서의 모습을 통해 이에야스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란의 세상,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사람의 뼈를 장작삼아 불태우는’ 세상에서 이에야스는 일본의 무장으로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며 무사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인 전투력으로 일본 전국을 평정했다. 광기에 가까운 노부나가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기고만장하는 일 한 번 없었던 사내. 히데요시의 정치적 계략과 모략이 난무하는 전장 속에서도 전통적인 무사, 사무라이의 자존심을 지키며 실질적인 지휘관으로 활약했던 사내. 황금빛 투구를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내딛어 마침내 인류 역사상 예를 찾아보기 힘든 기적적인 평화를 이루어낸 사내. 천재적인 전략가들에게 둘러싸였으면서도 지극히 평범했던 초인이었다.

이에야스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평생 긴장을 푼 적도 기세등등하거나 의기양양해 본 적도 없는 그의 성격대로 언제나 전투에서는 계략과 모략보다는 정공법으로 적을 공략했다. 특히 야전의 지휘 능력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모략만 뛰어난 인간은 참모는 될 수 있지만 천하는 가질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죽는 날까지 ‘가이도海道 제일의 활잡이’로서 명성에 흠이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둘째는 이러한 무력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력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화폐 제도를 확립한다. 이는 절묘한 재무 능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었는데, 그는 화폐를 쥐는 자가 천하를 거머쥔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던 지도자였던 것이다.

셋째, 명예보다는 실리를 취하는 외교 전략으로 네덜란드와 국교를 개시하고 류큐, 즉 오키나와의 영유권 확립과 조선과의 강화를 끌어낸다. 흔히들 일본인은 외교에 서툴다고 하지만 이에야스는 전혀 달랐다. 흔히들 이에야스하면 쇄국을 떠올리지만 그는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개국주의자였고 근대적인 경제외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뛰어난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에도(훗날 도쿄)의 건설과 쇼핫토의 공포, 그리고 막번幕藩 체제를 확립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무법천지였던 센고쿠 시대를 여자 혼자 몸으로 여행할 수 있고, 방랑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굽은 허리로 일본 전역을 방랑할 수 있는 법치 사회의 기초를 닦은 것은 바로 이에야스였다.

이에야스는 쇼핫토를 공포한 이듬해에 7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도요토미 가문이 멸망한 바로 다음 해이다. 센고쿠 시대에 완전히 종지부를 찍고 법치 체제의 기본을 확립한 후, 마치 이제 자신의 임무는 다했다고 선언하듯 그는 세상을 떠났다. 돌이켜보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부단하게 걸어온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을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일본은 ‘도쿠가와 300년의 평화’가 이어지고 자손이 15대까지 쇼군직을 지키게 된다. 박선영 역. 21세기북스. 25,000원


이명규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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