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동산 차 끓이며 세속의 시름을 잊다

대각국사 의천 ‘화인사다和人謝茶’ 이능화 기자l승인2019.03.22l수정2019.03.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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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찬가 -1 _12.0x12.0x7.7cm 락구다완樂邱茶碗. 해동海棟 양동엽작楊東燁作 2018얼어붙은 하늘이 열리자 대지가 몸을 풀어 헤친다. 그 틈새로 생명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이제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부드러운 봄을 느낌을 담아낸 작품이다. 강한 마음을 다스리는 작품으로 상생의 조화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봄에 걸맞는 밝고 화창한 마음을 가지기에 좋은 작품이다. 봄을 담은 다완속에서 만물이 저절로 열린다.

이슬 내린 봄 동산에서 무엇을 구할 건가/ 달밤에 차 끓이며 세속 근심 잊을까. 가벼워진 몸은 삼동 유람도 힘들지 않고/ 상쾌한 골격 잠깐 사이 가을 구월 되었네.좋은 품격은 절에서도 합당하고/ 맑은 향기는 술 마시고 시 읊는 일도 허락하네.누가 보았는가 영단이 오래 산다는 증거를/ 불문 향하여 그 사유 묻지를 말게.

얼었던 대지에 물기들이 스며든다. 여기 저기 나무들 사이에서는 꽃망울들이 시위를 하며 꽃을 피워낸다. 어느새 회색 세상은 화려한 꽃의 세상으로 변해간다. 옛 사람들은 기운 생동하는 계절의 변화를 삶속에 깊이 각인시키며 살았다. 겨울은 쉼이요, 봄은 준비요, 여름은 일하고, 가을을 수확하는 자연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잊고 산다. 바벨탑처럼 쌓아올린 자본 속에서 사계절을 사고 팔 뿐이다. 그곳에는 그 어떤 자비도 평화도 없다. 있는 자者는 누리고 없는 자者는 소외될 뿐이다.

위의 시는 차를 받고 쓴 답례다. 세속을 떠나 산속에 은거하는 삶의 나날들이다. 그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속세에 구차하지 않는 삶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그대들이 시를 쓰고 술을 마시듯 이곳 산사 또한 차를 마시며 즐거운 나를 찾는 곳이다. 차야 말로 선계나 다름없는 이곳의 물건인 것이다. 즉 차는 생과 사를 뛰어넘는, 나를 찾는 산사의 동반자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풍요 속에 빈곤이다. 인간의 욕망을 담은 풍요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같은 사실을 모르고 산다. 하루하루 앞만 보고 살기 때문이다. 어느덧 봄동산에 햇살이 내려앉고 꽃이 피고 새가 운다. 겨울을 견딘 찻잎 한 움큼을 따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돌화로에 집어넣는다. 알싸한 그러나 상큼한 풋내를 담은 차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알 수 없는 풍족한 행복이 나를 감싸않는다. 봄 동산에 올라 차 한 잔 끓이며 세속의 시름을 잊는다. 행복과 평화는 차 한잔 사이와 찰나지간 사이에 있다.


이능화 기자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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