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을 맞아 피어난 정토사의 목련꽃.
봄 햇살을 맞아 피어난 정토사의 목련꽃.

한달이 금방 지나간다. 3월 <청년차회> 가 있었던 날이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사월 <청년차회>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멀리 제주에 사는 분이 참석하겠다며 예약을 했다. 청년차회는 참여하는 인원은 작지만 단순한 찻자리가 아니다. 우리 차 문화를 알리는 파급 효과를 내고 있다는데 대하여 참으로 뿌듯하다.

어제는 낮선 전화가 걸려왔다. 성균관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다례원 직원이라고 밝혔다. 차문화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마로단차>를 만드는 체험시간을 갖고자 하니 체험비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왔다. 또한 차 한편도 체험자들이 가져가기를 원했다. 차를 연구하고 만드는 입장에서 체험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설명을 해줬다.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작설차는 모르겠지만 < 마로단차> 는 체험으로 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하루 이틀 만에 맛이 결정 되지도 않고 형태를 갖추는 일도 4-5일이 걸리는 차며, 또한 차 맛을 내는 기간이 4년이 걸려야 한다고 상세히 설명을 해줬다.

30년 연구한 차를 어떻게 하루만에 체험이 되겠는가. 내 자랑 같지만 <마로단차>는 하루아침에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뜨거운 솥이나 뜨거운 실내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차가 아니다. 오로지 자연의 힘을 빌려 만들어진 순수 찻잎 그대로의 차 맛이다. 햇살과 바람과 정성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 낸 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한 차맛을 어떻게 하루 체험으로 그 경험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언젠가 강원도 고성에서 차나무를 심어 성공한 차농 부부가 나에게 <마로단차>를 배우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나는 예사롭지 않게 그러라고 했지만 대답을 곧바로 번복한 적이 있었다. <마로단차> 맛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30년 넘게 차 잎을 다뤄 온 결과물이다. 그런 결과물을 쉽게 가르쳐 줄 수는 없었다. 그것도 영리 목적으로 배운다면 분명 그 댓가를 치루고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요리사나 일반 식당에서도 레시피 하나 가르쳐 주는데 수백 수천만원을 주고 배우는데 그렇게 쉽게 대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너도 나도 만드는 작설차는 체험하는 사람을 제한에 두지 않았다. 누구든지 와서 보고 익히면 된다고 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마로단차>는 다르다. 누군가가 밥벌이가 아닌 차 생활로 평생을 수행하듯 살아 갈 사람이 있다면 내가 만드는 방식을 아무 댓가 없이 가르쳐 주려고 하고 있다. 이미 <청년차회> 회장인 건우군에게 약속을 한 상태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적으로 발효차 맛을 통일 하려는 차원이라면 기꺼이 오픈 할 생각을 갖고 있다. 정확한 정보는 아닐지 모르나 농촌지도소에서 차농가들에게 교육하는 발효차 교육을 한 사람이 전국으로 다니면서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차 맛을 내는 것은 솜씨도 좋아야겠지만 지역마다 다른 찻잎의 근본적인 성질을 알아서 만드는 방법이나 환경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전 어린잎이나 세작이나 중작의 차이에서도 만드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차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는 보이차를 능가하려면 그 맛을 이겨 낼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동, 보성, 제주도등에서 각자의 발효차를 만들어 내고 있는 방식도 좋다. 그러나 대엽종으로 만드는 보이차와 견주어 낼 수 있는 차맛을 연구하여 만들어 내야 한다. 첨언하자면 발효차 역시 한 맛을 내는 국가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각각 통일 되지 않는 발효차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로단차를 만드는 법진스님의 사용하는 다구들.
마로단차를 만드는 법진스님의 사용하는 다구들.

내가 만들어 내는 발효차< 마로단차>에 대하여 몇몇 농민들이 차맛을 인정하면서도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랬다. 버틸 수 있는 재정이 문제였다. 그들은 4-5년 후를 기다릴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딱한 우리 차농가의 실정이다. "우리 각시가 당장 오백 투자하면 올해 안으로 곱절이 되어서 돌아와야 돈을 지원해 준다."는 한 차농의 농담 아닌 농담이 가슴을 후벼판다.

어디 차농민만 그럴 것인가. 뭐든지 생각하는 대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오랫동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삶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 앞에서는 재물도 명예도 학식도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내가 아는 진리이다. 숲 속 장꿩의 울음 소리 우렁찬 봄 날 오후는 차향이 있어 느긋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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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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