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나라’ 조선은 왕이 사망하면 그가 재위하는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의 기록을 엮어 실록으로 남겼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 470여 년 동안 시간순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록한, 1893권 888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역사서다. 과연 ‘기록의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사正史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록 밖에도 역사는 존재한다. 성리학의 도입과 함께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대부들은 방대한 저작물을 양산해냈다. 시와 수필, 상소, 행장, 비문 등 형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사상과 정치, 제도, 과학, 역사, 인물, 세태, 풍속 등 다루는 분야도 실로 광범위하다.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발전하고 신분제도가 느슨해지면서 일부지만 여성은 물론, 중인 이하의 하층민들도 기록물을 생산하여 우리의 기록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남긴 저작물에는 실록에서 다루지 않은 사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실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식적인 기록이 아니라 개인들의 자유로운 기록이다 보니, 자신들이 살핀 왕의 인간적인 면모부터 널리 알려진 위인들의 바람기, 민초들의 고단한 삶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양념처럼 해학과 풍자까지 함께 녹아 있다. 저자 배한철이 율곡의 《석담일기》에서 《어우야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전에 주목한 이유다. 개인이 남긴 문집과 야사집 등을 통해 실록에서 다루지 않은 뒷이야기를 발굴함으로써 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저자가 다양한 고전을 통해 역사를 이렇듯 새롭게 해석한 것은 역사가 엄숙하고 준엄한 의식으로 무장한 무거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평소 지론 때문인지도 모른다. 왕부터 천민까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과 삶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렇기에 저자는 다양한 관점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이야기한다. 박물관과 종갓집을 종횡무진 누비며 만난 다양한 고전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 그리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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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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