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국식당 정가람 전경.
인도 한국식당 정가람 전경.

산골스러운 나의 체질 덕분에 두달간 목표를 정하고 떠난 인도 여행은 감기모살로 인해 패잔병처럼 20일 만에 중단하고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이 철저한 준비없이 길을 나선 탓도 있었다. 평소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중요하다. 육체에 길들여지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먹고 입고 숨 쉬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 또한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 너무나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평소 생활을 오롯히 기억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다른 기운이 침범하면 견뎌내지 못하는 아집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몸이고 마음이다. 여행의 불편함에서 나를 만난다. 고집 덩어리 몸과 마음과 내가 만난다. 자연의 순리는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인천>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다지도 정겹게 다가 온적이 있단 말인가, 인천 국제공항이라는 단어만 보고도 울컥했다.

바라나시에서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예기치 않았던 만남, 한국요리 전문점 <정가람>의 한국 음식도 향수병을 다 해결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가람> 대표를 만난 일은 행운이었다. 아니 관세음보살의 화현을 만난 것이었다. 땅 설고 물 설은 인도 땅에서 인도를 오가는 수많은 스님들을 그냥 먹여주고 그냥 재워준다. 그녀가 하는 일은 식당 일 말고도 너무나 많았다. 한국에서 동남아로 오가며 ngo 활동을 하는 수많은 스님들의 행정적인 일이 그녀의 손이 거쳐 가야만이 성사가 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인도로 진출한 기업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티켓 예매부터 관광 가이드까지 안 하는 일이 없다. 그녀는 민간 외교관이기도 했다.

정가람에서 재료 손질.
정가람에서 재료 손질.

몇 날 며칠을 잘 얻어먹고 돌아오는 발길이 고맙고도 무거웠다. 평소 차 마시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하는 일은 여장부였지만 마음은 곱디 고운 여린 여인이었다. 다행히 차 마시는 일을 좋아하는 그녀와 우리 일행들은 아침 식사 후 지난해 봄에 덖었던 차를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는 다담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복잡고 어려운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내는 그녀는 차를 마시는 일을 몹시 좋아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돌아오는 길에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안타까웠다. 다행이 가져간 다구세트를 주고 올수 있어서 참 다행한 일이다. 떠나 올 때 바쁜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왔다. 한국에 도착 한 후에 그녀의 소식을 접했다. 아직도 암 투병 중이란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나는 이미 한국에 도착해 뜨거운 구들장 방에서 쉬고 있다. 들려 온 후문에 두고 온 은다관 세트를 보고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는 그녀. 생면부지의 나에게 승려라는 이유로 일체를 무보시로 배푼 그녀의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인도여행은 마음 예쁜 사람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기억이기도 하다.

한국에 도착해서 유심카드를 교체하자마자 그동안 걸려온 여러 전화와 문자중에 반가운 소식은 역시 < 마로단차> 주문 문자였다. 잊지않고 주문 해주는 <마로단차> 마니아가 한명 두명 늘어가는 것이 3/2를 차 연구에 몰두해온 내 인생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병원.
인도의 병원.

그토록 심했던 기침도 한국 공기에 닿으니 기침을 하는 내용이 다르다. 도라지청에 생강청, 유자청을 번갈아 가면서 마신다. 곶감도 먹고 싶고, 평소 즐겨 먹지않는 과일도 먹고싶고, 메론도 먹고싶고 만가지가 한꺼번에 먹고 싶어진다. 몸도 마음도 지친 인도여행은 나에게 무리수였다는 것을 인도 땅에 도착 한 후에야 깨달았다. 몇 년 동안 벼르고 겨우 나선 여행길이 이렇게 패잔병 처럼 돌아 온 내가 한심하게 여겨진다. 과욕이 불러 일으킨 여행이라는것을 부정 할 수가 없다. 섣달 찬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 마다 싱그로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매사에 감사 해 할 일이다. 이 좋은 청학동 맑은 공기를 두고 어디가서 무엇을 구경하자는 것인가. 구정 선물로 다기세트를 선물 하고 싶어하는 스님의 예쁜 마음을 들어주고 싶어 조금 힘들지만 도자기 가마로 달려가야 한다. 기침이 심해 힘들어 하던 마음도 이내 간사한 마음으로 바뀌어 마음은 통영 바닷가로 주남지 저수지로 이미 달려가 있다. 인도 여행은 실패했지만 내 조국 산천을 달려보고 싶다. 나의 집시근성은 언제나 멈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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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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