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세먼지가 심했습니다. 코의 컨디션도 좋지가 않으니, 일상 속 깨알같은 행복을 빼앗긴듯 한 기분입니다. 온 몸을 짓누르는 이 피곤함을 떨치기위해 콧등에 레몬 에센셜 오일을 한 방울 떨어트리고 눈을 감습니다. 코끝에서 반짝이는 향기에 막힌 숨통이 트이고, 기분도 금새 따스해집니다. 기운이 나니, 차 마실 기분도 돌아왔습니다. 그래, 차 한잔하고, 마음 잡고, 다시 뚜벅뚜벅 하루를 이어나가야겠습니다.

향香-

향에 이름처럼 푸른 이끼스러움이 있습니다. 녹차도 아닌데 시원하고도 비린한 것이 바다가 떠오르네요. 뒤이어 오는 새큼한 향은 홍차같은 느낌을 자아내지만 분명 홍차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는 그 어떤 발효차와도 같지 않은 아주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굳이 글로 써보자면 매우 가라앉은 청량감. 화사한 묵은내.. 라고 적어볼 수 있겠습니다. 어두운 황녹색의 탕색과 딱 어울리는 향입니다.

미味-

새큼한 향에 연한 신맛이 있어 가벼운 것 같지만 꽤 질감도 느껴지고 후운도 부드럽습니다. 쓰고 떫은 맛은 거의 없고 포다가 계속될 수록 대추같은 달짝한 맛이 도드라집니다. 개운한 목넘김 후에는 입 안이 건조해지니 회감이 매우 옅습니다. 마시다보니, 어린 잎만 골라 자연위조 시킨 백차가 오래 묵은듯한 느낌도 납니다. 이 차도 익으면서 점점 더 개운해질까 기대가됩니다. 아~ 마신 뒤 내쉬는 숨에도 맑은 이끼가 서려있네요. 청태전. 참 잘 어울리는 예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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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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