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하얀 솜털이 망가질까봐 조심히 물을 붓습니다. 보송보송한 잎사귀들이 물 위로 고스란히 떠올라 개완 뚜껑을 닫기도 조심스러운 차. 오늘은 특급 백모단입니다.

향 香-

잎사귀의 시원한 싱그러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박하향이 한 김 가시면 묵직한 수지의 향이 납니다. 이 기름진 나무의 향 역시 처음에는 신선하게 왔다가 나중에는 패티한 느낌만 남습니다. 마치 방안에서 감자를 찌고있는 것 같네요.

미味-

거칠고 떫은 기운이 감도는 두터운 단맛입니다. 보이생차 느낌이 들만큼 차 기운이 강렬합니다. 바디감이 좋고 기운도 센 편이라 찻물이 몸 깊숙히 쑤욱- 훑어 올라오는 것 같은 힘이 있습니다. 뒤에는 박하향이 또렷하니 절로 큰 숨이 내쉬어집니다. 포다를 거듭할수록 맛의 중심이 본연의 바디감에서 여운으로 이동하며 부드러워집니다. 향 때문인지 찐 감자스러운 맛이나고 혀에 고인 침조차 짭쪼름하게 느껴집니다.

마침 배도 고파오니, 왠지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소금 탈탈 뿌려넣은 감자볶음을 먹어야겠습니다. 밥은 차를 부르고, 차는 다시 밥을 부르니, 끊임없이 에너지의 순환을 이어가는 이 놀라운 자연의 이치에 몸을 맡겨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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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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