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따라 겨울 금천차밭을 가는길. 멀리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산의 이미지가 강건한 차밭의 이미지를 닮았다.
섬진강을 따라 겨울 금천차밭을 가는길. 멀리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산의 이미지가 강건한 차밭의 이미지를 닮았다.

수십년 묵은 차밭 관리가 쉽지는 않을 일이다. 구천평은 작은 면적이 아니다. 그것도 돌산에 비탈진 급경사의 면적이다. 허나 향 좋고 차 맛 제대로 나기에는 최적지의 밭이 아니던가. 어제 함께 간 불심 가득한 부부가 차 밭을 보더니 거사님 왈.

“ 스님 , 어쩔 려고 이러세요. 끝도 없이 일손과 돈이 들어가도 이 밭으로 도대체 어쩔려고 이러세요.” 하시며 낙담을 한다. 그 말끝에 "불사가 꼭 절을 지어야 합니까.? 이 자연을 보존하는 것도 불사고, 또한 차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일입니다. 차밭 주인은 관심도 없고, 200여년 된 차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보존 된 차밭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라며 내가 2개월 동안 인도 다녀 올 동안에 차밭 관리를 부탁드렸다.

광양시 백운산 자락 금천마을에는 각각 소유주가 다른 오래된 차나무 밭이 약 2만평이다. 각기 사천평과 칠천평 주인은 따로 있고 그중 9000평은 관리가 안되어 칡넝쿨이 휘감고 있다. 어떤 인연으로 구천평 차나무 밭을 내가 관리 하게 되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심장이 멈출 듯 황홀한 오래된 차나무들이다. 나는 처음 그 차나무 밭에 들렀을 때 너무 심장이 떨려 발자욱 소리를 죽여가며 조심조심 걸었다. 가히 최초로 차나무를 발견한 신농이 말했던 신령스러움 그 자체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모두가 좋은 거름과 좋은 비료로 비옥한 땅에서 차나무를 재배한다. 대량 생산하는 차 농가에서는 어쩔 수 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차 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차를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리 관심 가져준다고 해도 중국차 시장을 이겨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수 백년 된 차나무가 수두룩하다. 무슨 재주로 중국 차 시장을 이길 것인가. 적어도 금천차밭의 오래된 차나무라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우리 차 사랑이다. 작년에 차 농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많은 분들에게 10년간 차나무 분양한다는 취지로 후원금을 받아서 1차 작업을 했다. 그러나 그 일이 얼마나 무모했던 일인지 1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적어도 3_4년 동안 오로지 손질만 거듭해야 제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주변에서 걱정만 앞세운 위로는 내게 필요치 않다. 오로지 일손이 투입되어야한다.

수십년 묵은 차밭 관리가 쉽지는 않을 일이다. 구천평은 작은 면적이 아니다. 그것도 돌산에 비탈진 급경사의 면적이다. 허나 향 좋고 차 맛 제대로 나기에는 최적지의 밭이 아니던가.
수십년 묵은 차밭 관리가 쉽지는 않을 일이다. 구천평은 작은 면적이 아니다. 그것도 돌산에 비탈진 급경사의 면적이다. 허나 향 좋고 차 맛 제대로 나기에는 최적지의 밭이 아니던가.

2019년~ 2022년까지는 금천차밭 복원하는 일에 전념 하겠다는 나의 목표다. 아무래도 나는 더러운 곳을 청소하고 망가진 곳을 수리하라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 집이나 차밭이나 사람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유정이든 무정이든 인간들과 함께 호흡 하는 것은 모두가 생명 인 것을, 죽음이나 다를 바 없는 낡은 집이나 오랫동안 묵혀놓은 차밭이나 마음의 병을 얻어 황폐해진 사람의 마음에도 정성스런 손끝이나 따뜻한 마음이 영약이다.

사시사철 초록차밭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사월 뜨거운 태양아래 웬 종일 어린 찻잎을 따는 일도, 360도 뜨거운 솥에 초록 잎을 덖어내는 일도, 차밭 손질하며 칡넝쿨 걷어 내는 일이 왜 힘이 들지 않으리. 그러나 그 일들이 마음을 정화 시켜 주는 일에는 어떤 수행프로그램보다 더 큰 것을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색채치유(컬러테라피)에서 초록색은 심장을 보호하는 색깔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세상의 농부들이 눈이오나 비가 오나 초록들판에서 일을 한다.

찻잎의 성분이 신령스러운 기운을 지닌 것도 중요하지만 초록의 잎이 인간의 중심인 심장 의 자연 치유에 적용 된다는 것에 고개 끄떡이며 동의한다. 더구나 마셔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일렁거려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게 해 주는 기운까지 지녔으니 이보다 더 좋은 영약이 어디 있겠는가. 차밭을 관리하기도 전에 벌써 완성되어 사람들이 활짝 웃으며 소풍하는 모습에 미리 행복해진다.

그대여 문득 차밭을 걸어보라,

절로 명상이 되리라

잠시 하던 일 멈추고 차 한잔 우려내어 마셔보라.

드디어 스스로 명상이 되리라,

명상이 따로 다른 곳에 있지 않으리

명상은 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명상이 되는 것에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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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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