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다연 법진스님이 200년 금천차밭 복원을 위해 여러 차인들과 힘을 합하고 있다. 사진은 금천차밭의 200년된 차나무.
마로다연 법진스님이 200년 금천차밭 복원을 위해 여러 차인들과 힘을 합하고 있다. 사진은 금천차밭의 200년된 차나무.

사람들은 묻는다. 스님~ 아깝지 않으세요? 성북동 좁은 골목 막다른 골목에 낡은 한옥을 마로단차를 판돈 수천만원을 들여 수리하여 지내다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로 다 던지고 청학동으로 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이다. 유럽 여행한다고 돈 쓰고 돌아오면서 유럽을 들고 오냐고 묻는다. 그랬다. 나는 그곳에서 매주 화요차회를 한명이 참석해도 열었다. 그 인연만큼 성북동 살이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도 드물다. 그들은 지금까지 청학동으로 간간히 내려오고 연락오고 서로 안부를 묻곤한다. 수천만원 들여 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 온 사람들이 지금까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을 몇명이나 안부를 물으면 주고 받을까, 나만큼 제대로 여행 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외치고 싶다.

200년 이상 세월을 머금은 금천차밭의 고차수들.
200년 이상 세월을 머금은 금천차밭의 고차수들.

30여 년 전 일이다 내가 최초로 가 본 어느 도자기 가마에 들락거리며 도자기에 눈을 조금씩 뜨게 되었다. 도공은 십년을 넘도록 찻잔 하나 사지 않는 나에게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갈 때마다 때 되면 밥을 차려주고 차를 우려 따뜻하게 내 놓았다. 어쩌다가 가마에 불 지피는 날, 그릇들이 무사히 구워져 나오기를 빌며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그럴즈음 어느날 환상적인 물 항아리 한점이 구워져 나왔다. 작은 물 항아리에는 예쁘고 크고 작은 꽃이 피어 꽃밭을 이루어 황홀지경이었다. 찻잔 하나 살 형편이 못되는 내가 어떻게 그 아름다운 물 항아리를 가질 수 있겠는가. 10여년이 흘러 물 항아리는 도공의 차실에서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갈 때 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물 항아리가 보이지 않았다. 주인을 만나 떠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 해 보았다. 물 항아리의 주인은 영원히 나로구나. 항아리를 곁에 두고 매일 보았다면 아마도 일주일 정도는 흐뭇했겠지. 그러나 어디론가 새 주인 만나 떠난 물 항아리는 20년이 지난 오늘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오늘 문득 그 항아리를 만든 도공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그 항아리를 누가 사갔는가하고 묻고는 사진 한장 받을 수 없냐고 물었더니 아쉽게도 사진이 없다고 한다.

200년이상 세월을 지나온 금천차밭의 고차수.
200년이상 세월을 지나온 금천차밭의 고차수.

사람들은 나에게 주문한다. "스님 청학동에 투자 하지 마세요." 나는 단 한번도 투자 라는 생각으로 지내 본적이 없다. 그냥 머무는 동안 내가 다듬고 즐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인연이 다하면 홀연히 떠날 것이다. 금천, 오래된 차밭도 마찬가지다. 내 평생 사십여년을 차를 즐겨 마셔왔고 만들어 왔다. 차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누려왔던가, 얼마나 좋은 인연들을 찻자리로 통해서 만났던가. 누구 재산이면 어떠랴. 우리나라에 200여년 된 차밭이 그 어디에 이처럼 군락으로 남아 있다고...고마운 일이다.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다. 내가 그 차나무를 지키고 군락을 복원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악양땅에서 20여년을 살았다는 어느 청년이랑 금천 차밭에 같이 갔다. 악양마을 자기집 앞에 20년 된 차나무를 대단하다고 생각 하고 지내왔는데 그 기운이 눈으로 보아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것 같다고 했다.

200년 넘은 차나무들이 가득한 금천차밭 전경.
200년 넘은 차나무들이 가득한 금천차밭 전경.

사람들은 자기 주머니에 있는것만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천번 콧구멍을 들락거리는 공기는 누구것인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눈 만 뜨면 바라보이는 산과 들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가 보고 즐기는 사람 것이 아니던가. 세상은 온통 고마워 할 것들만 가득하다.

하늘, 햇님, 달님, 별님, 바람과 비 그리고 눈송이와 구름이 ... 저 숲속에 우뚝 선 이름 모를 나무와 꽃들과 새들이....그리고 천년을 두고 흐르는 저 강물이 ...

내 이름으로 등기 된 것은 내 것이고 그렇지 않는것은 누구것이란 말인가. 나는 젊어 한때 나에게 이익되지 않고 부족하고 아쉬운것에 대하여 참 많이 아파하고 슬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나는 참 고귀한 사람이라는것을 ....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손에 쥐고 이 땅에 태어났는데 그것을 몰랐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몸도 마음도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대여 차 한잔 하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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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다연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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