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암에서 침묵의 차를 만나다

첫번째 , 차는 사람의 이야기다 마로다연 법진l승인2018.11.29l수정2018.11.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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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지금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하늘빛 투영되는 창을 열고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옛 사람이 말했듯 신령스러운 초록의 잎으로 만든 차 한 잔 우려보소. 찻잔에 담긴 향이 그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오.

그해 겨울 숲 속은 정적과 차향 그리고 음악소리와 그리고 침묵 ...다섯 명이 앉아 스님께서 우려 내 주는 차만 마시고 있었다. 내 평생 그 맛과 향 그리고 그 정적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지금이야 자동차로 달려 산 아래 주차 해놓고 걸어 올라가면 이삼십 분이면 가능하다. 당시 80년 초에는 천은사에서 걸어 올라갔다. 노고단 아래 상선암은 나에게는 꿈의 전설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최초로 차를 마신곳이기도 하고 최초로 나만을 위한 다기 세트를 가지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바위아래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석간수는 맑고 달아서 차 맛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음식 또한 별 양념하지 않아도 꿀맛이었다.

상선암은 천은사 경내 작은 암자다. 당시 그곳에서 수행하시던 스님은 새벽마다 죽비삼창으로 예불을 올리고 온 도량을 울리도록 낭랑한 목소리로 치문경훈緇門警訓을 읽었다. 그리고 쿵푸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시키고 방문객 어느 누구에게도 공양 준비를 맡기지 않았다. 손님들이 떠나고 혼자 수행 할 때 게을러진다고 누가 있건 없건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에 몰두했다. 아침 공양이 끝나고 설거지가 끝나면 누구의 부름이 없어도 방문객은 우르르 스님의 방 찻상 앞에 몰려 앉았다. 어제도 그제도 그러하듯 차향만 가득하고 여전히 침묵으로 차를 마셨다. 그 시간으로 인해 내가 오늘 날 이렇게 차를 덖고 차 맛을 내는데 몰두하여 연구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돌아보면 아득한 그리움이다.

차를 마시는 시간 동안 오로지 나와 차향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수행이고 참선인 것이다. 차, 그 얄궂은 아름다운 마약 같은 중독제다. 어디 마시는 시간만 그럴랴~ 찻잎을 그날 따서, 그날 만들어야 하는 과정 때문에 많은 양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자동화 시스템으로는 많은 양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제차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하다. 그래서 우리 수제차는 정말 귀하게 여기며 귀하게 마셔야한다. 초저녁부터 먼동이 틀 때까지 꼬박 뜨거운 열기와 싸워야하며 그렇다고 그날에 완성된 차 맛을 볼 수 도 없는 것이 덖음차 작업이다. 누구는 차를 마시는 일로 일생을 논하고, 누구는 차 농사를 지으며 차 이야기로 자신의 전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차는 나의 삶 전부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는다. 몇 년 전 광양 시민신문 대표랑 차 이야기를 1년간 연재를 하기로 약속하고 시작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끝을 못 맺어 몹시 아쉬웠던 차 다시 < 차와문화> 편집장과 약속을 하고 다시 차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 나의 삶 나의차를 연재하기 시작한 마로다연 법진스님.

사실 따지고 보면 차 한 잔 마시는 이야기가 뭐 얼마나 이야기꺼리가 있겠냐 싶다. 그러나 차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지 않는가, 결국 사람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차향처럼 맑은 향기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인 것이다. 종교의 진리도 결국은 사람의 관계에서 부터 시작한다. 이 세상에는 자연의 이치와 순리로 움직이지만 사람관계 보다 우리 인간의 삶 속에 사람의 이야기보다 더 소중 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을 보호하는 일도 사람이요, 자연을 훼손하는 것도 사람이다. 차 한 잔을 우려 내놓고 우주를 논 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지 않는가.

결국은 부처님도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대답한다. 자신에게 어려운 질문 이 생길 때마다 찻 자리에 앉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시는 법 따위는 묻지 마소. 그냥 마시다 보면 차와 내가 하나가 되는 지점을 만나게 될 것이요. 마시는 동안 이미 마음은 질문도 대답도 사라져 그 무엇도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요. 그대, 지금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하늘빛 투영되는 창을 열고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옛 사람이 말했듯 신령스러운 초록의 잎으로 만든 차 한 잔 우려보소. 찻잔에 담긴 향이 그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오.


마로다연 법진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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