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우송 김대희(1952~2013)_청자연꽃보듬이_8.2×10.09. 32장 꽃잎으로 에워싼 청자연꽃보듬이는 적멸과 열반 소식을 불길 속에서 피워낸 우송이 이승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다.
故 우송 김대희(1952~2013)_청자연꽃보듬이_8.2×10.09. 32장 꽃잎으로 에워싼 청자연꽃보듬이는 적멸과 열반 소식을 불길 속에서 피워낸 우송이 이승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다.

우리나라 흙, 물, 불, 가마, 땔감으로 만든 찻그릇이 보고 싶었다. 생김새는 중국이나 일본 찻그릇과 달라야 했다. 그 찻그릇의 이름은 한글로 짓고 우리말로 불러주리라. 오랜 궁리 끝에 ‘보듬이’가 세상에 나왔다. 온전한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보듬이’라는 이름은 ‘보듬다’의 앞 두 글자에 다른 말 뒤로 붙어서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이’를 더하여 만들었다.‘보듬다’는 “두 팔로 끼어 가슴에 붙인다. 포옹하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손과 몸으로 바로 받다.

남의 일을 책임지고 맡다. 새나 닭 따위가 알을 품다. 생각으로서 지니다”는 뜻을 지닌 ‘안다’의 사투리다. 흔히 ‘껴안다’로도 쓴다. ‘보듬어 안다’라고도 한다. 반드시 두 팔로 안아야 한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손과 몸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로는 위험하고 번거로운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정성을 다하여 맡아서 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보듬이’는 ‘두 손으로 보듬어 안는 찻그릇’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보듬이’는 흙으로 빚되 이 험하고, 아프고, 불안한 시대를 건너기 위해 굽을 떼어낸다. 민굽으로 낮게 임하는 시대정신을 장작불에 구워낸 정신의 나룻배다. 혼자서는 태어날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뒤 마침내 함께 하는 관계의 돛단배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얼굴이자 이정표이며, 미래를 찾아가는 겸손의 나침반이기도 하다.이제 우리 찻그릇의 됨됨이도 이만큼 되었다. 더 낮추고 아름다워져야 하리라.

2018년 11월 24일 보듬이 창안자, 정동주

오는 12월 4일부터 9일까지 갤러리 차와문화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첫번째 보듬이 7인전에는 우송 김대희, 유태근, 김종훈, 임만재, 심재용, 허경혜, 심영란작가가 참여했다. 갤러리 차와문화- 서울종로구계동길 103-4번지. 070-7761-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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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헌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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