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흙, 물, 불, 가마, 땔감으로 만든 찻그릇이 보고 싶었다. 생김새는 중국이나 일본 찻그릇과 달라야 했다. 그 찻그릇의 이름은 한글로 짓고 우리말로 불러주리라. 오랜 궁리 끝에 ‘보듬이’가 세상에 나왔다. 온전한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보듬이’라는 이름은 ‘보듬다’의 앞 두 글자에 다른 말 뒤로 붙어서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이’를 더하여 만들었다.‘보듬다’는 “두 팔로 끼어 가슴에 붙인다. 포옹하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손과 몸으로 바로 받다.
남의 일을 책임지고 맡다. 새나 닭 따위가 알을 품다. 생각으로서 지니다”는 뜻을 지닌 ‘안다’의 사투리다. 흔히 ‘껴안다’로도 쓴다. ‘보듬어 안다’라고도 한다. 반드시 두 팔로 안아야 한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손과 몸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때로는 위험하고 번거로운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정성을 다하여 맡아서 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보듬이’는 ‘두 손으로 보듬어 안는 찻그릇’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보듬이’는 흙으로 빚되 이 험하고, 아프고, 불안한 시대를 건너기 위해 굽을 떼어낸다. 민굽으로 낮게 임하는 시대정신을 장작불에 구워낸 정신의 나룻배다. 혼자서는 태어날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뒤 마침내 함께 하는 관계의 돛단배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얼굴이자 이정표이며, 미래를 찾아가는 겸손의 나침반이기도 하다.이제 우리 찻그릇의 됨됨이도 이만큼 되었다. 더 낮추고 아름다워져야 하리라.
2018년 11월 24일 보듬이 창안자, 정동주
오는 12월 4일부터 9일까지 갤러리 차와문화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첫번째 보듬이 7인전에는 우송 김대희, 유태근, 김종훈, 임만재, 심재용, 허경혜, 심영란작가가 참여했다. 갤러리 차와문화- 서울종로구계동길 103-4번지. 070-7761-7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