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근작가의 보듬이.
유태근작가의 보듬이.

유태근 청화백자포도문보듬이는 작가의 뜻으로 ‘정靜’이라는 고유 이름을 얻어 세상에 나왔다. 고요함의 상징을 미학의 자양분으로 삼는 보듬이라 풀이할 수 있다. 이 보듬이는 세가지 미학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백자몸 흙이지만 분청사기 도자 양식과 문화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문경지방 흙의 성질과 색상이 그것이다. 분청사기가 14c 퇴락해가던 상감청자의 맥을 이어 발생하여 새롭게 서서히 탈바꿈하여 세종년간에 절정기를 이루어 조선 도자공예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이루었는데, 이런 역사적 특징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이 큰 미덕이다.

둘째는 순박하고 민예적인 형태와 질감을 잘 나타내는 그릇이다. 전통도자기들이 모두 굳세고 당당한 굽을 딛고 일어서는 형태임에도 이 그릇은 굽이 없는 민굽형태로 대지를 딛고 일어서면서 사방 모든 것을 보듬어 안는 신석기 시대의 토기들이 지닌 천일합일사상을 품고 있는 점이다. 셋째는 코발트 안료를 써서 문양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인데, 원래 청화는 靑花, 靑華, 靑畵로 썼다.

앞의 두글자는 중국 청화백자를 뜻하고, 맨 뒤의 것이 우리나라 그릇을 말한다. 조선 청화백자의 그림은 고요하고, 한가로우며, 자연스럽다. 그리고 전문 화공들에서 작가 스스로가 그리게 되면서 서민화, 민화화를 획득해갔는데, 이 작품 역시 유태근의 솜씨여서 작품의 전일성全一性이 돋보이는 점이다. 그림의 자유분방함은 스스럼 없이 모든 관계를 쓸어안아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꿈꾸게 하는 멋은 정겹기도 하다. 시대를 담을 새로운 그릇 굽이없는 보듬이전에는 김대희, 유태근, 김종훈, 심재용, 임만재, 허경혜, 심영란등 7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갤러리 차와문화- 서울 종로구 계동길 103-4. 070-7761-7208. 전시기간 12월 4-9일.

동다헌에서 정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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