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왔으나 몸은 병에 이르렀다
신익성

돌아오니 집안이 선방같이 조용하고
몸은 바로 유마가 병상에 있는듯 하네

모이고 흩어짐 본래 꿈과 같은 것이니
죽고 사는 것을 어찌 슬퍼만 하겠는가

훈기 가시니 전서 같던 연기 하늘거리고
새물 길어 달인 차 맛 향기롭다네

만나고 헤어짐 이제부터 담담하고
남은 생애는 자연속에 살고 싶네

自陵下歸家 病尤劇
申翊聖

歸來一室類禪房
身似維摩病在床
聚散本來如夢幻

死生那得謾悲傷
薰消古篆煙猶裊
茶試新泉味自香

契活從今甘淡泊
餘年欲占水雲鄕

차 한 잔 마시며 질풍노도의 시대를 견딘다

조선 중기. 혼란의 시대. 타고난 운명 이었을까. 한 인간은 자연스럽게 혼돈의 조선 정치 세계에 편입되었다. 어린 나이에 선조의 사위가 되었던 신익성이다. 그는 왕족이었고 임진왜란을 거치며 병자호란에 맞섰다. 광해군 시기에는 인조반정의 원인 이었던 인목대비 폐모론에 반대하며 관직을 박탈당했다. 인조반정 후 다시 재등용 되었다. 병자호란 시기에는 김상헌과 더불어 척화를 주장하였다. 이처럼 그의 삶은 소용돌이 조선 정국의 한 축이었던 것이다.

『낙전당집樂全堂集』 제3권에 자리한 위의 시는 신익성이라는 인물의 삶을 고스란히 암시하고 있다. 지치고 힘들었던 격변의 시간들. 모든 것은 꿈만 같고 그 꿈 속에서 요동치던 자신의 삶. 이제는 몸에 병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에 수긍한다. 이것 또한 삶의 한 과정이라. 죽고 사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정국政局. 집에 돌아오니 조용하기 그지없는 선방이다. 자신이 짐진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차를 달이고 그 향기를 음미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비록 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영원히 자연 속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자신을 알기에 인간인 것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지혜는 삶의 시간들이다. 삶의 시간들 속의 헛된 욕구들을 버렸다는 것이다. 성찰省察이라는 시간을 통해 지혜를 얻고 비로소 사람이라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매개체로는 여행, 책, 산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홀로 마시는 차가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매일 매일 마시는 차 한 잔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 그것만한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신익성(申翊聖1588 - 1644)

조선 중기 문신으로 호는 낙전당樂全堂, 동회거사東淮居士. 시호 문충文忠. 선조의 사위, 척화5신斥和五臣의 한 사람이다. 임진왜란 때 선무원종공신 1등에 책록되고, 오위도총부부총관이 되었다. 광해군 때는 폐모론廢母論에 반대하여 벼슬이 박탈되었지만 인조반정 후 재등용되었다. 1636년 병자호란 때는 왕을 호종하고 남한산성에 있으면서 끝까지 척화를 주장하였다. 이로 인해 선양瀋陽으로 붙잡혀 갔다가 뒤에 풀려났다. 문장과 글씨에 능하였다. 저서는 『낙전당집樂全堂集』, 『청백당일기靑白堂日記』가 있다.

글 이능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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