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락구도자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양동엽작가.
한국락구도자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양동엽작가.

도자기가 뜨거운 불속에서 구워지는 동안 유약이 녹기 시작한다. 주위까지 열기로 달아오른다. 이마에는 구슬땀이 비오 듯 흐른다. 그러나 눈은 한곳을 응시한다. 용융상태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가마의 문을 연다.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향해 발사된다. 집게를 들어 한 점씩 작품을 꺼낸 후 톱밥에 묻는다. 톱밥에 묻힌 도자기를 꺼내 자세히 살핀다. 고개를 흔든다. 아직 완성태가 아니다. 다시 집게로 도자기를 들어 가마에 넣는다. 그리고 다시 꺼낸다.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색감을 얻은 것이다. 도자기를 찬물에 넣는다. 도자기에는 만추의 풍경이 아로 새겨져 있다. 세상만물의 풍경을 담고 있는 양동엽 락구다완이 탄생한 것이다. 양동엽의 락구다완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것이다.

락구도자기 소성과정.
락구도자기 소성과정.

“세상의 모든 이치는 윤회한다고 확신한다. 400년이 지난 오늘날 나의 라쿠다완은 과거 좡들이 만든 청자, 분청, 백자의 한국적 다완형태와 혼이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전해진 이 영감은 전 세계 수많은 도예가들과 철학적 기능적 담론을 통하여 재해석되었고 새로운 경향의 락쿠 도자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 역시 한국적 락구다완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만들어갈 예정이다.”

양동엽은 한국적인 락구 세계를 독자적으로 개척했다. 그래서 그이름도 해동락구海棟樂邱로 작명을 했다. 해동은 바다 ‘해海’, 용마루 ‘동棟’,으로 바다와 같이 넓고 넉넉한 포용력과 도자기들 중 으뜸가는 것 중 하나라는 뜻을 담았다. 락구의 구는 대구를 뜻하고 있다.

“한국에서 락구를 시작한지는 약 40년 정도이니 매우 일천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고화도의 도자기를 주로 제작하고, 저화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로 락구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러나 락구 역시 우리가 개척해야할 도자의 한 부분이다는 점에서 앞으로 점점 많은 도예가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동엽작각의 락구다완들.
양동엽작각의 락구다완들.

락구는 소성과정이 일반도자기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소성이 최고조에 달할 때 유약이 녹은 작품을 가마에서 꺼내야 하고, 야외에서 소성을 하는 이유로 산화와 환원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톱밥등으로 환원시켜야 하는 과정을 잘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락구소성기법으로 락구도자기를 만들어 오면서 단 한번도 싫증을 느끼지 않은 것은 소성과정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락구도자기는 온도의 타이밍을 조금만 놓쳐도 유약이 쉽게 흘러 굽이나 가마의 바닥에 붙어 실패작품이 많이 생기며, 급냉과정에서도 불량작품이 많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완성될때까지 긴장해야 하는 짜릿한 작가주의가 너무도 즐겁기 때문이다.”

락구도자는 기물의 표면에 장식을 하면 유약이 소성과정중에 쉽게 흘러내리기 때문에 정교한 그림을 그리등 작업을 할 수 가 없다. 그래서 기물표면에 장식기법을 수채화 물감을 풀듯 추상적인 방법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저는 그동안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락구작업을 해왔다. 원시의 비경을 잘 간직한 창녕 우포늪의 세계, 나의 작업장 정원인 비슬산의 사계, 남해안의 다도해, 동해의 일출과 서해의 일몰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을 작품에 표현하고자 했다. 한국의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자연의 변화와 진지함을 작가의 철학으로 재해석하여 지금까지 표현해오고 있다.”

양동엽작가의 락구다기.
양동엽작가의 락구다기.

양동엽의 락구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차를 만들때 차선으로 격불을 하면 쉽고 빠르게 거품이 완벽하게 잘 일어난다. 그리고 찻물이 다 만들어지면 일반다완에서 만든 차 맛보다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진다. 뿐만 아니라 다완의 바깥면에 장식된 그림들과 차의 색이나 거품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풍경을 탄생시킨다.

한국락구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해동양동엽락구 초대전은 서울 강남구 갤러리민에서 오는 11월 7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81길 20. 02 -546-5772.

한국도예아카데미. 양동엽작가. 대구광역시 달성군 옥포면 반송 6길 20.053-616-0105. 010- 3806-3945.www.haedongrakucera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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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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