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경이롭다. 사면팔방이 모나지 않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근본을 바꾸는 경이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 이작품은 풍성한 녹색의 들판을 힘차게 차고 올라가는 여름의 기운을 담고 있다. 창공을 비상하고 있는 강렬하고 푸르른 형상이 세상을 희망으로 용솟음치게 하는듯 하다. ‘경이로운 자연-9’. 19.5x19.5x9.5cm. 락구다완樂邱茶碗 2016. 해동海棟 양동엽楊東燁作.
자연은 경이롭다. 사면팔방이 모나지 않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근본을 바꾸는 경이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 이작품은 풍성한 녹색의 들판을 힘차게 차고 올라가는 여름의 기운을 담고 있다. 창공을 비상하고 있는 강렬하고 푸르른 형상이 세상을 희망으로 용솟음치게 하는듯 하다. ‘경이로운 자연-9’. 19.5x19.5x9.5cm. 락구다완樂邱茶碗 2016. 해동海棟 양동엽楊東燁作.

다실은 차인에게 최상, 최고의 공간이다. 자연을 응축한 ‘작은 우주’다. 다실에 자리한 흙과 나무, 물과 불에서 그런 것을 느낀다. 다실에 있는 일수일목一水一木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맞볼 수 있게끔 해준다. 다실 그 자체의 미적 감각과 시적 감흥을 만끽하게 한다. 여기에 차를 즐기는 풍류의 도가 곁들여져 예술적 신묘함을 발산시킨다. 삼매의 경지다. 이 경계를 통해 다선일미茶禪一味를 만끽하므로 다도라고 일컫는다. 다실에는 다기들이 올망졸망 있어야 그 가치가 충분히 살아나듯이 차인도 다실에 안주해야 그 참된 멋과 맛을 풍긴다. 이래서 다실은 대단히 소박하고 순수해야 한다. 화려함과 사치를 멀리한, 이른바 평담平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최대한 간소하고 청결한 장식들로 꾸며야 제격이다.

다실은 불완전을 사랑하고 불완전을 경배함으로써 피어나는 파형미와 기수미(홀수미)를 품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완전의 극치인 공空의 아름다움을 가득 채워야 한다. 텅 빈 방은 마치 관광객이 끊긴 겨울 산사처럼 고요하고 한적함을 일깨워준다. 거기에 부족함을 씻어주는 여유로움이 있고 분수를 만족시키는 편안함이 있다.

우리네 다실은 서양의 유한사상에 대치되는 무한사상을 뿌리로 삼는다. 무한사상은 자연의 자유자재自由自在함을 만끽한다. 서양 거실이 규정적이고 빈틈없이 가득 채워져 있다면 동양의 다실은 완전형을 이루지 못하고 정돈도 되지 않은 채 텅 빈 공간이 많다. 이는 공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만물을 포용하고 무량無量의 멋이 활보한다. 다실의 공과 허로 표현된 여백은 생활의 여유를 그대로 나타내는 함축미와 여운을 풍긴다. 걸림이 없는 무애无涯의 맛을 느끼게 한다.

“찻잔은 비어 있는 데서 그릇이란 생명이 있다. 빈 그릇으로 있을 때라야 무한을 지닌 용기用器로 가능성을 넘치게 한다. 가득 차 있는 그릇은 비웠을 때라야 다른 물건을 담을 수 있듯 우리의 심혼도 비워내는 작업을 통해 맑아지는 것이다.”

어느 선사가 ‘찻잔과 마음’을 비유한 말이다. 다실의 비어있음 즉, 충분한 여백은 장식상의 주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데 대응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불완전한 장식의 갖춤으로 생긴 다실의 여백은 비워진 그대로를 보는 사람의 상상력에 맡겨져 완전한 것을 이룬다. 더욱 더 비웠거나 모자라는 그대로가 멋있고 아름답다. 차 생활에서 도의 극치에 이르는 참다운 아름다움은 환경과 조건에 펼쳐진 불완전을 마음속에서 완전한 것으로 이루는 사람만이 멋있게 찾아낼 수 있다.

명노 윤석관 지음 <차는 재미있다>중에서. 도서출판 차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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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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