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호茶壺 관리와 마음 관리

송강스님의 ‘사랑하기’ 개화사 송강스님l승인2018.08.09l수정2018.08.0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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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의 주인공인 청대에 만들어진 자사호. 차 마시는 사람이 10명 내외일 때 사용하기 좋은 크기. 매화조각이 아주 멋짐.

발가락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집무실 면담을 며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치기 전 10여명이 모여 차를 마시며 사용한 청대淸代에 만들어진 자사호紫沙壺를 차와 물이 담긴 상태로 방치하고 말았다. 급한 사정이 생겨 비우지 못한 상태로 옆으로 옮겨 두고 나왔는데, 발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며칠이 지나버린 것이다.찾아온 스님과 차를 마시다가 그 다호를 들어보니 무거웠다. 아차차, 그제야 방치한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빨리 상하는 차가 들어 있었고, 이미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자사호는 대개 1200도에서 구워진다. 좋은 자사호를 두들기면 맑은 쇳소리가 나는데,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기공이 있다. 좋은 보이차를 오랜 세월 마시면 이 기공들이 좋은 보이차 기운으로 꽉 차게 되어 차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잘못된 기운과 냄새로 차 있으면 마시는 차를 변질시켜 버린다. 그래서 차를 좋아하는 이들은 자사호를 길들이는 양호養壺에 정성을 쏟는 것이다. 매화조각이 멋진 골동 자사호의 나쁜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차를 우려내야 했다. 펄펄 끓는 상태의 물을 부어서 차의 기운이 기공을 청소하게 한 후에 비우고 또 그렇게 하기를 열흘 정도 계속하였더니 이윽고 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금강경』에는 ‘상相’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한다. 이것은 굳어진 생각 즉 관념을 뜻한다. 눈앞에 있는 상대나 사물의 현재 상태와는 상관없이 이미 그 상대나 사물에 대한 관념이 자기 마음속에 있다면 맹목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진실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금강경』에서는 갖가지 관념을 깨트려버려야만 해탈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갖가지 인식작용을 가리킨다. 그 인식작용이 잘못된 쪽으로 움직이도록 방치하면 점차 괴로움이 커지고 좋지 못한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면 사용할 때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인식작용을 허공처럼 비워서 늘 지혜를 쓸 수 있으면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된다.

<서울 개화사를 창건해 차와 향을 공유하고 있는 송강스님의 차에 관련된 편안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랑하기’란 이름으로 차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송강스님의 허락을 받아 전제한다. 송강스님의 ‘사랑하기’는 현대인들에게 차 생활의 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고 제대로된 차 마시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편집자 주>


개화사 송강스님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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