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녹차 광양 다압多鴨 찻잎 발효차

송강스님의 차 품평기 ‘사랑하기’ 개화사 송강스님l승인2018.07.28l수정2018.07.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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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7일, 우리나라 발효차를 시음하기로 했다. 1990년대 미타사 주지 소임을 맡아 있을 때 다인茶人들이 많이 찾아 왔는데, 그 가운데는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시절부터 친구였던 비구니스님도 자주 방문했다. 특히 비구니스님은 녹차를 직접 만들면 제일 먼저 내게 품평을 부탁하곤 했다. 녹차에도 독소가 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이해하였고, 자신이 구증구포로 만든 차에도 아직 독이 남았다는 나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개선했던 스님이다. 그 스님이 녹차를 제대로 법제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여름차나 가을차도 만들어보고 또 발효차도 만들어보라고 요청했었다. 그렇게 해서 발효차 ‘단하丹霞’가 나오게 되어 스님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물론 차밭이 크질 않았고 비매품인지라, 그 스님이 책임자로 있는 선원 스님들만 아는 정도이다.

▲ 마치 석탄으로 빚어 만든 것 같은 발효차.

2017년 봄에 순천의 발효차를 만났을 때 바로 범어사 암자의 발효차 ‘단하丹霞’를 떠올렸었다. 이제 다시 두 번째로 순천의 발효차를 만나 시음해 본다. 밀봉된 봉지를 열어 향을 맡아보니 부드러운 홍차의 향이 올라왔다. 달콤한 듯 새콤하고 구수했다. 찻잎을 살펴보니 1.5~2.5cm 정도로 일정치 않았는데, 이는 여러 번 딴 잎이 섞였음을 뜻한다. 세작細雀과 이른 중작中雀 정도의 찻잎이다. 찻잎을 매크로렌즈로 촬영해서 보니 마치 석탄으로 빚어 만든 것 같았다. 몇 잎을 입에 넣고 씹으니 고소한 맛 뒤에 조금 짠 맛이 뒤따랐고 맑고 향긋한 맛이었으며 떫은맛은 전혀 없었다. 강렬하고 맑은 햇볕과 홍배烘焙의 느낌이 물씬 올라오는 것으로 봐서 참 공을 많이 들인 차임을 알 수 있었다. 약간 시든 찻잎을 대바구니 등에 두껍게 쌓아 공기가 통하는 광목천을 덮고 3~4시간 띄워 향이 정점에 이르면, 다시 큰 대소쿠리에 얇게 펴 서너 시간 강렬한 햇볕에서 손으로 뒤집으면서 건조를 시킨다. 그런 후엔 수차례 홍배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맑고 깔끔하며 비린내나 풋내가 없는 깊은 맛의 발효차가 되는 것이다. 순천의 발효차가 바로 이랬다. 법제 과정에서 강제발효나 건조기 등은 사용하지 않아야 좋은 맛을 낸다.

▲ 25년간 함께 해 온 돌을 깎아 만든 다호.

발효차를 마실 다호로는 25년간 나와 함께 차를 머금었던 돌로 만든 다호였다. 밝은 미색으로 만든 것이었으나 차를 오래 머금으면서 제가 가진 결 따라 짙게 찻물이 들었다. 함께 할 음악으로는 올해 1월 말에 작고하신 황병기선생(黃秉冀, 1936.5.31.~2018.1.31.)의 침향무沈香舞를 골랐다. 개화사 다회에서 많이 들려줬던 음반이다.

▲ 황병기 선생의 창작곡 침향무 음반.

첫째 잔 - 98도로 5초 우림. 찻물은 레드골드색. 따뜻하고 들쩍지근한 향이 피어오름. 머금으니 매끄럽고 맑으며 구수한데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맛.

둘째 잔 - 98도로 5초 우림. 찻물은 짙은 오렌지색. 피어오르는 향은 첫째잔과 비슷하나 약간 달콤한 향이 보태졌음. 머금으니 잘 발효된 구수한 향과 새콤한 맛이 섞여 있고, 잘 정리된 타닌의 맛이 있음. 빈 잔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있음. 맑은 차 트림.

셋째 잔 - 98도로 5초 우림. 찻물은 홍차 색. 맑은 향 피어오름. 머금으니 홍배한 차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입안이 꽉 차는 느낌(풀 바디, full-bodied). 빈 잔에 남은 향은 더욱 달콤해짐.

넷째 잔 - 95도로 5초 우림. 찻물은 맑은 홍차 색. 피어오르는 향은 숨으려고 함. 머금으니 홍배한 차의 따뜻하고 구수한 맛과 새콤한 맛이 섞였음. 다시 트림.

다섯째 잔 - 90도로 10초 우림. 찻물은 맑아진 홍차 색. 잘 발효된 맑고 구수한 향 피어오름. 머금으니 맑고 따뜻하며 들큼한 맛에 달콤한 석청의 향이 입에 참.

여섯째 잔 - 90도로 20초 우림. 찻물은 오렌지색. 멀리서 오는 마른 꽃 향. 머금으니 쓴 맛과 떫은맛이 없는 아름다운 홍차의 맛.

일곱째 잔 -95도로 15초 우림. 찻물은 밝은 오렌지색. 마른 꽃향기. 머금으니 새콤한 사과 맛이 여리게 느껴지며 입안을 포근하게 해줌.

여덟째 잔 - 95도로 20초 우림. 찻물은 황금색. 마른 꽃 향. 머금으니 담담한 열대과일의 맛이 입안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함. 빈 잔에서는 야생화 꽃밭과 꿀 향이 피어남.

▲ 발효차를 우린 찻물 색 비교. 12시 방향부터 오른쪽으로 진행

강하게 마시기를 좋아하는 내 취향으로는 90도의 물로 5~6분 정도 우려 마시니 좋았다. 꽃향기가 피어오르는 분위기에 새콤한 사과 맛과 여린 우유 맛, 그리고 약간의 짠맛과 구수하고 들큼한 맛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완전히 식혀 마셔보니 향이 배가 되었고 맛도 풍부해졌다. 중국에는 매우 다양한 홍차가 있다. 그 가운데는 인도나 스리랑카의 홍차, 그리고 중국 전통의 금준미나 기문홍차와 전혀 다른 맛을 내는 홍차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 발효차를 잘 발전시키면 아름다운 한국의 홍차가 만들어지겠다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 차를 우린 뒤 퇴수기 물속에 있는 찻잎을 매크로렌즈로 촬영한 것.

<서울 개화사를 창건해 차와 향을 공유하고 있는 송강스님의 차에 관련된 편안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랑하기’란 이름으로 차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송강스님의 허락을 받아 전제한다. 송강스님의 ‘사랑하기’는 현대인들에게 차 생활의 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고 제대로된 차 마시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편집자 주>


개화사 송강스님  teac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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