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작가의 땀 냄새 발 냄새 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모르는 역사적 사실들이 씨줄날줄로 엮여져 있다. 추노꾼을 피해 노비들이 최후까지 숨어들었던 한반도에서 가장 안전한 땅은? 왜 충청도는 옷, 전라도는 맛, 경상도는 집을 중시했나? 토끼가 지나는 길을 따라가야 했던 위험천만한 벼슬의 길은? 기러기의 비행을 떠올리는 항렬에 숨은 지혜는? 이 오래된 이야기들을 통해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온갖 경쟁에 내몰리며 점점 강퍅해진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넉넉해진다고 할까.

1장 천시天時, 우주의 시계로 나의 위치를 가늠하다 : 삶의 유용함으로 접근하는 오래된 지혜 이야기. 신의 섭리는 세 가지로 나타난다. 지분知分, 지지知止, 지족知足이다. 자기 분수를 알고, 그칠 줄을 알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지명知命이다. 인생의 시행착오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데서 온다. 과욕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이라고 착각하고, 분수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팔자의 핵심은 때를 아는 것이다. 내 인생이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 씨 뿌리려고 덤벼드는 사람은 때를 모르는 사람이다.

2장 지리地利, 길은 늘 사방으로 열려 있다네 : 땅 이야기. 풍수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땅에 관한 이치, 즉 지리地理를 체계화한 조상들의 논리체계이다. 땅의 기운을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이다. 동네 장날도 주변의 풍수적 원리를 참고해 정할 만큼 자연의 이치를 받든 선인들, 핵심은 균형이다.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해주는 조화로움이다. 조화를 이루면 모든 것이 통한다고 보았다.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순응해온, 우리 땅 곳곳에 스며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되새긴다.

3장 인사人事, 빈손으로 와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 : 이상을 꿈꾼 혁명가, 풍류가, 철인哲人과 도사, 선비, 고승에서 재벌, 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사람살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없으면 제 힘으로 만들며 가라,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하라, 꽃을 보라, 토론하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독립獨立’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실력과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충분한 노력에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그때의 실망과 우울, 좌절이 깊어지면 삶은 파탄 지경에 이르고 만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추슬러야 할까? 어디까지 노력해야 할까? 행복은 어느 정도까지 구해야 할까? 팔자와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쌓여 나의 현재 모습이 결정된다. 선택의 순간에 저쪽이 아닌 이쪽을 선택한 이유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팔자와 섭리에 닿는다. 당시에는 현실적인 이해타산이나 이성적 판단이라고 여기지만 무의식에 내린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다. 무의식이 이끌어낸 결정과 판단이 결국 팔자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가리켜 ‘맹목적인 의지’라고 표현한다.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의지의 하인이라는 것이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업(業, Karma)이라고 한다.

팔자는 바꿀 수 있는가? 저자는 10% 정도는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적선, 둘째 스승, 셋째 기도와 명상, 넷째 독서 다섯째 명당明堂, 여섯째 지명, 자기 팔자를 아는 것이다. 저자가 30여 년 동안 고금의 문헌들을 보고 수없이 여행하고 만난 사례들을 정리한 결과이다. 이 여섯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록에 담겨있다. 스스로 자기 운명에 개입하려는 적극적인 사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불광출판사. 값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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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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