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하얀 솜털이 망가질까봐 조심히 물을 붓습니다. 보송보송한 잎사귀들이 물 위로 고스란히 떠올라 개완 뚜껑을 닫기도 조심스러운 차. 오늘은 특급 백모단입니다. 향 香-잎사귀의 시원한 싱그러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박하향이 한 김 가시면 묵직한 수지의 향이 납니다. 이 기름진 나무의 향 역시 처음에는 신선하게 왔다가 나중에는 패티한 느낌만 남습니다. 마치 방안에서 감자를 찌고있는 것 같네요. 미味-거칠고 떫은 기운이 감도는 두터운 단맛입니다. 보
인도로 떠난다는 설레임으로 무작정 마음을 내고 짐을 챙겼다. 베낭 하나에 속옷이랑 양말만 챙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짐이 늘어갔다. 나를 염려 해주는 분들이 보내 온 의약품이랑 옷가지며 핫팩 등등이 쌓여갔다. 결국 가방이 3개가 되었다. 부처님의 성지 도량 붓다가야에서 내가 만든 차 한잔 우려 바쳐 올리고 싶은 심정에 헌다를 할 수 있는 찻 그릇을 모두 준비하다보니 가방이 3개로 늘었다. 내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인도행이 너무 기쁜 나머지 온 동네방네 자랑질을 했다. 여행길 잘 다녀오라며 격려와 염려와 축하 해 주려고 많은 분들이 너
재미있는 차를 만났습니다. 암차의 향이 나면서 강한 신맛이 나는 이 차는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라는 나라에서 재배된 홍차입니다. 조지아, 이름도 낯선 이나라가 중국과 인도, 스리랑카를 뒤잇는 주요 홍차 생산국가일 줄이야! 전 세계가 가장 오랜시간 사랑해온 음료, 역시 ‘차’구나, 다시금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향 香-짙고 기름진 고소함에 강렬한 시큼함! 곧바로 무이산 수금귀가 떠올랐습니다. 점점 새콤함이 도드라지는데도 ‘어, 이것은 무슨 암차일까? 아니지 홍차인가?’ 의아하게 만들만큼 풍미가 강렬한 향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미뤄둔 생각들을 정리도 할 겸 괜히 종이를 꺼내서 끄적여보다 그만두고 개완을 꺼냈습니다. 찻잔이나 기울이다 여유가 생기면 그때 다시 하던가하지요. 올해도 끽다거 . 향 香-정말 감동적인 차향 입니다. 매우 기운찬 구수함속에서 새콤함이 퍼져 나옵니다. 그리고 다시 검은콩을 쪘을때 나는 그런 맑고 또렷한 단향으로 나타납니다. 포다를 거듭하며 사포닌의 단향이 점점 시원해지는 동안에도 고소한 향은 단단하게 지속됩니다. 미味-두터운 단맛에 신맛과 고소함이 아주 녹진합니다. 혀 양쪽에 침이 곧바
새해 첫 날이다. 어제 저녁부터 차를 좋아하는 벗들이 멀리 충주 진주와 청주, 서울에서 한 달음에 달려와 밤새 차향에 젖었다. 차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를 두고 생면부지의 초면인데 십년지기 처럼 돈독해져 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차를 만들고 연구 해 온 수십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곧 난생 처음으로 인도에 간다. 고맙게도 김해에 자리하고 있는 샤티 아르마 수행공간 방장 스님께서 인도에 있는 국제수행학교 개교기념일에 즈음하여 초대해 주신 덕분에 인도행이 결정 되었다. 내 생에는 인도에 갈 기회는 없을 줄 알았다. 방장
수십년 묵은 차밭 관리가 쉽지는 않을 일이다. 구천평은 작은 면적이 아니다. 그것도 돌산에 비탈진 급경사의 면적이다. 허나 향 좋고 차 맛 제대로 나기에는 최적지의 밭이 아니던가. 어제 함께 간 불심 가득한 부부가 차 밭을 보더니 거사님 왈.“ 스님 , 어쩔 려고 이러세요. 끝도 없이 일손과 돈이 들어가도 이 밭으로 도대체 어쩔려고 이러세요.” 하시며 낙담을 한다. 그 말끝에 "불사가 꼭 절을 지어야 합니까.? 이 자연을 보존하는 것도 불사고, 또한 차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일입니다. 차밭 주인은 관심도 없
일본어를 전혀 모르니 드문드문 보이는 한자 간판 몇개에 의존해서 골목을 휘젓고 다닙니다. 그러다 들어온 반가운 그 한 글자, 차 茶 ! 차茶-센차 (일본 녹차)일본 나라현 아무개 골목의 낡은 차가게 구입 향香-평범한 센차 향입니다. 사실 센차를 많이 마셔본 경험이 없어서, 그냥 센차는 이런 맑은 미역 향 또는 이끼 향이 나는구나 합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좀 지나니 젖은 찾잎에서 풀의 향긋함도 느껴집니다. 찻잎은 균일하지 못하고 큰 줄기나 지푸라기 같은 것도 섞여있지만, 이 정도 깔끔한 향이라면 맛도 크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자니紫泥, 홍니紅泥, 단니緞泥, 묵록니墨綠泥와 흑니黑泥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색토’라고도 불린다. 이 광물들은 본산(本山, 정산본지의 황룽산) 밑 지층 사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대개 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황룽산은 작은 황석산黃石山인데 건축용 황석의 채취로 인해 언덕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서쪽의 칭룽산青龍山도 청석 채취를 위해 폭파되었다. 자사니 광석은 황룽산 하단 깊숙이 있기 때문에 탄갱을 깊게 파야 한다.4호정四號井 같은 경우는 위에서 아래 순으로 가토(假土, 어지러운 폐기물) &rar
처음 와 본 나라奈良의 겨울은 청명하고 온화합니다. 유유자적 거리를 걷다가 새우튀김과 우동 한 그릇을 싹싹 비운 뒤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고 나왔습니다. 머리를 말리면서 오늘 밤은 우롱차, 그 중에서도 수선을 마셔야지, 합니다. 그리고 이미 마음은 거기에 가있습니다. 향香-젖은 잎사귀의 두터운 화과향이 나를 반겨줍니다. 하지만 그 진득한 구수함에 속으면 안됩니다. 금새 탄배향이 몰려 올테니까요. 대신 찻물의 향은 수줍게 많은 것들을 품고 있네요. 그 어떤 것도 도드라지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으니 뭔가 기대되는 향입니
사람들은 묻는다. 스님~ 아깝지 않으세요? 성북동 좁은 골목 막다른 골목에 낡은 한옥을 마로단차를 판돈 수천만원을 들여 수리하여 지내다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로 다 던지고 청학동으로 왔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이다. 유럽 여행한다고 돈 쓰고 돌아오면서 유럽을 들고 오냐고 묻는다. 그랬다. 나는 그곳에서 매주 화요차회를 한명이 참석해도 열었다. 그 인연만큼 성북동 살이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사람들도 드물다. 그들은 지금까지 청학동으로 간간히 내려오고 연락오고 서로 안부를 묻곤한다. 수천만원 들여 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 온
누구나 사상가가 될 수도 있고, 철학자가 될 수도 있고, 성자처럼 살아 갈 수도 있다. 또한 악한 사람도 될 수 있음이다. 그러나 그 열매가 익고 맺기 전에는 그 어디에도 그 사람 이름앞에 함부로 이름부쳐 명찰을 달 수 없는 것이다. 평소 착하고 부드럽고 자비스러운 사람도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영역을 침범 당하면 발톱을 세우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다. 사월 곡우 전 어린 우전 잎과 오월 단오의 큰 대작의 찻잎은 한 나무 한 줄기에서 나온 똑 같은 잎이다. 그런데 그 맛의 실체는 너무나 다르다. 사람인 나도 너도 그러하다. 언제 어디에
강원도 속초에 여행 왔습니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커텐을 여니 유리창을 자욱하게 덮은 성에가 바깥의 온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차가 익숙하지 않을 나의 동행을 위해 가장 무난할 차로 골라왔습니다. 입에 맞아야 할텐데요. 향香-소나무들에 둘러싸여있는데, 방안에서도 나무향이 솔솔 피어나고 있습니다. 향이 은은합니다. 저 멀리 바닷바람에 젖은 굽어진 소나무나, 파도에 닳아가는 서글픈 바위의 아득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_ 미味보이차 특유의 까끌한 느낌 위로 미끄덩한 막이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
글이 무슨 소용이요 말이 무슨 소용이요. 사는 날 까지 그저 그렇게 앉고 눕고....먹고 자고 배설하고 .... 정말 내가 누구인지 누굴까 하고 진지하게 일기장을 써 본적이 없는 듯하다.아파서... 아파서 ...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나 캄캄해서 긴 터널을 걸어 걸어 또 걸어 버텨내며 맑은 햇살을 보기까지 그 길이 너무나 멀어 그냥 걸었왔다. 무작정 걸었왔다.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로 그곳으로....눈 부신 햇살 아래 겨우 다다르니. 에게게게??? 겨우 이런거였어? 그 긴 어둡고 칙칙한 터널을 빠져나오니 겨
향에는 숨 한번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내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향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빠져들 만큼 구체적인 풍경을 펼쳐내는 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향 자체의 첫인상이 강렬해야 하고 또 나의 무의식의 세계와도 코드가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껴둔 대홍포 하나가 그런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차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빈 공도배에 남은 잔향입니다. 눈을 감고 큰 숨을 들이쉬면 놀라운 공간이 열립니다. 복숭아의 과즙
최근 시장에서는 화학 첨가물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화학 색소의 사용 가능 여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많은 서적들이 자사니紫砂泥의 광물 성질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만, 자사니의 실제 특징, 흙의 배합과 품종 명명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광맥에 관한 연구도 극소수의 기구만 1차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접하는 자료들은 대개 여기저기서 차용, 인용한 자료들인데다 심지어는 와전된 정보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정보들의 진위를 가릴 수 있을까?필자는 운 좋게도 황룽산 4호정四號井 부근의 요호
그해 겨울 숲 속은 정적과 차향 그리고 음악소리와 그리고 침묵 ...다섯 명이 앉아 스님께서 우려 내 주는 차만 마시고 있었다. 내 평생 그 맛과 향 그리고 그 정적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지금이야 자동차로 달려 산 아래 주차 해놓고 걸어 올라가면 이삼십 분이면 가능하다. 당시 80년 초에는 천은사에서 걸어 올라갔다. 노고단 아래 상선암은 나에게는 꿈의 전설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최초로 차를 마신곳이기도 하고 최초로 나만을 위한 다기 세트를 가지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바위아래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석간수는
2018년 10월 4일 한가로운 저녁을 맞아 우리나라 단차(團茶-호떡처럼 만든 차)를 시음하기로 했다. 이 차는 한 비구니 스님이 오래 전부터 새로운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차이다. 2012년에 만들어진 단차는 335g의 둥근 모양이다. 6년이 지난 차이지만 색으로 보면 엄청 오래된 발효차나 보이 숙차熟茶처럼 보였다. 그것은 차의 법제 과정이 발효차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인 듯했다. 스님으로부터 들은 공정은 다음과 같다. 낮에 잎을 땀-밤에 실내에 펼쳐 둠-이른 아침 햇볕에
더불어 야기되고 있는 다맥 전승의 이원화 문제가 그것이다. 이 논제는 학술세미나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제다의 용어와 관련한 구증구포설도 몇 차례 논박을 통하여 정리된 바 있다. 더욱이 구증구포설은 혜우와 정영선, 다산을 연구한 정민과 박말다의 논문에서 면밀히 밝히고 있다. 더불어 금명과 응송의 직전 스승인 원응은 친구忘年之友사이이다. 금명이 남긴 에 잘 나타나 있고 범해의 『동사열전』에 자세하다. 문중은 달라도 한 시대를 풍미하며 친구로 지낸 사원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 원응의 차에 관한 언급에서도
전통 제다법의 논란이다. 앞에서 논술한 바와 같이 우리 전통 제다법은 덖음차다. 기록에서는 작설차로 흔히 표현하고 있다. 전통 제다법 즉 초의차에 대한 문헌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기초자료로는 과 이다. 은 차를 따는 시기와 요령, 차를 만드는 법, 보관하는 법, 물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등 22개 항목으로 나누어 알기 쉽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은 중국 다서의 등초라는 이견들이 있어서 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간헐적으로 초의 의순과 교유했던 다우(茶友)들이 남긴 문집에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에는 중국십대명승지에 속하는 서호西湖가 있다. 그 서호 인근에는 중국십대명차에 이름을 올린 서호용정西湖龍井이 있고, 다시 용정촌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사봉용정獅峰龍井이 있다. 물론 분류법에 따라 많은 용정차가 있으니, 찾아보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전하는 말로는 용정龍井이라는 우물 가까이 있던 용정사龍井寺 스님들이 만들어 마신 차에서 그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수행하는 스님들 입장에서는 차가 도반道伴과도 같으니, 어느 곳에서나 스님들은 차를 만들어 즐겼을 것이다. 용정차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