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서울 외출 길에서 명동에 있는 오설록에 가보았다. 한국 차를 다양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라 들었기에 궁금했다. 몇년 전 동경을 다녀왔다. 물론 차 문화를 알린답시고 차 도구를 이고지고 갔다. 단독으로 음악공연을 하는 젊은 친구랑 함께 가는 일이었다. 유럽에서 온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다. 우리 차 문화를 알리는 나름 보람있는 일이었다. 동경 중심지에 있는 외국 관광객 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조그마한 찻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세명의 남자 팽주가 하얀 까운을 입고 손님을 응대했다. 그들은 대 여섯 종류의 차가 적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매우 중요한 철학적 명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지향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순간 매순간 어떤 대상에 격렬한 분노를 폭발시킨다. 언어의 폭력, 권위의 폭력, 육체적 폭력등 매우 다양한 양식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법규의 처벌을 받는다. 대상화된 분노는 법적인 제약으로 귀결되지만 대상화되지 않은 분노는 자신을 번뇌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그 어떤 제약에도 빠지지 않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자연에는 주체하지 못해 격렬하게 분노로 치닫는 인간의 욕망을
모든 것은 변화한다. 시간도 자연도 인간도 시시각각 변화를 한다. 변화란 운동성이며 유동성을 뜻한다. 흐르는 물처럼 끝없이 운동을 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아침에는 웃고 점심에는 찡그리고 저녁에는 분노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고 한다. 시시각각 생각이 바뀌는 것을 이른바 번뇌라고 한다. 좋은 번뇌도 있고 좋지 않는 번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뇌의 궁극적인 현대적 표현은 스트레스다. 대부분의 인간이 시간과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생각의 물결을 일으켜서 행동을 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이로울땐 즐
차를 만들겠다고 따로 배운적이 없다. 그림도 그랬고 음식도 그랬다. 마음이 일어나면 일단은 부딪쳐 보는 성격이다. 뭐든 궁금한 일이 생기면 실행에 먼저 옮겨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밥을 먼저 지어본다. 실패도 있고 완성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적절하냐 부적절하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는 진 밥을, 누구는 된 밥을 좋아하고, 누구는 죽을 즐겨먹는 다. 그래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록에도 그렇게 연연하지 않았다. 다만 들여다는 본다. 추측을 할 수는 있는 대목이 많다. 요즘 같이 동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기
차 살림 끝나고 차밭에 들렀다. 차밭 할아버지 어깨에 땀을 많이 흘려 소금기가 쩌려있었다. 내년 차 작황을 위하여 차나무 자르는 작업을 막 마치고 쉬고 있었다.“이제는 정말 힘이 들어요. 작년까지는 그래도 이러지는 않았는데요”마음이 짠 했다. 한때 전남 친환경 차 생산자협회 회장까지 역임하시고 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분이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생산자가 판매까지 해야 하는 유통구조가 우리나라 차농가 실정이다. 차도 매실처럼 농협에서 매상해 책임 져주는 제도는 없을까. 아니면 어느 기관에서 도맡아서 차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중 하나다. 즐거움은 인간에게 많은 것들을 선사한다.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즐거움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 그리고 향을 맡는 즐거움, 대화를 하는 즐거움. 이렇듯 즐거움의 종류는 셀수도 없이 많다. 그 즐거움을 하나씩 선택해서 주기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취미라고 한다.취미를 넘어선 경지를 우리는 벽癖이라고 한다. 주벽酒癖에 빠진사람, 서벽書癖에 빠진사람, 화벽畵癖에 빠진사람등 이른바 벽에 빠
4월 부터 시작된 제다가 지금 끝나가고 있다. 올 한해 가장 잘 만든차에 대한 품평대회도 열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저런 평가가 있겠지만 20여년에 걸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차품평대회는 한국차 제품 발전에 기여해왔음이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功에 대한 평가보다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한발짝 더나아가서 품평전문심사위원에 대한 자질문제까지 거론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글이 최근 한 sns에 실렸다. 그 핵심을 논하자면 이른바 차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한국차 제품에 대한 이런
어제 오늘 종일 비가내려 참 고맙다. 봄 한 철 차 살림 끝나니 남새밭에 심은 푸성귀를 돌봐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한달 전에 심은 고추와 옥수수, 오이, 가지, 호박 모종에 밑 거름을 했다. 빠꾹이는 종일 비가 내리는 숲 속에서 처연하게도 울어 쌓는다. 지난 봄에 많은 분들이 참여한 펀딩으로 실행에 옮긴 고급티백 < 마로단차> 포장 디자인 작업이 마무리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다음 주면 완제품이 나온다. 나에게 40년 전 차를 처음 마시게 해 준 어른스님께 소식을 전했다.나 만큼이나 좋아하신다. 차를 만들고 연구한 자료를 기록
진리에 목말라 목숨을 걸고 수행을 하던 한 사람이 진리를 깨우쳤다는 스승을 찾아갔다. 그는 다짜고짜 물었다.“이 세상을 살아갈 참 진리는 무엇입니까”“ 차나 한잔 하고 가게”“저는 한가하게 차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모든 이치를 꿰뚫는 참 지혜를 찾아왔으니. 그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차나 한잔 하고 가라니까”“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궁극의 참 지혜는 어디에 있습니까.”“그냥 차나 한잔하고 가게”그는 찻상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진리를 깨우쳤다는 스승옆에서 차 심부름를 하던 제자가 물었다.“스승님 왜 차나 한잔하라
다향茶鄕 남도에서는 지금 한창 제다 마무리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녹차 제다는 줄고 정체불명의 적·흑갈색 ‘산화차’류 제다가 늘고 있는 현상이 올해도 되풀이되었을 것이라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여기서 한국 차 위기와 관련하여 중요한 착안점을 발견할 수 있다.한국 차 제다에 있어서 본격적인 산화차류(산화차를 관행적으로 발효차라고 부른다) 제다는 10여 년 전 한국 차 위기상황이 도래하면서 시작됐고, 산화차류 제다가 늘면서 한국 차의 위기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됐다. 하동, 광양, 보성에 녹차 재고량이 늘고 있고
어느곳에서 생긴 바람인가. 뻥뚫린 하늘에서 바람이 휙 지나가자. 꽃들이 우수수 흰눈처럼 떨어진다. 달빛아래 새들처럼 주절거리고, 하늘거리며 놀던 꽃잎들이 누구나 할 것없이 순서도 없이 소리없이 웃으며 진다. 봄이 이렇게 찬란하게 소리없이 진다. 권력은 10년을 가지 못하고(권불십년權不十年), 봄꽃은 열흘을 가지 못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잠깐 스쳐지나가는 봄 꽃도 이와같다. 봄 꽃들은 제 스스로 얼굴을 내밀지만 결코 다투지 않는다. 봄 꽃들은 또 다투지 않고 조용히 꽃비로 순서없이 내린다. 생과 사의 절묘한 교차가 자연스럽다
숨기고 싶은 것은 언제나 드러나는 법이다. 언젠가 먹고 땅 속에 버린 굴 껍질이 며칠 전 많이 내린 비 탓에 밖으로 하얗게 바래서 드러났다. 비 탓이겠는가. 숨기고 싶었던 탓이겠는가. 세상에 내 탓만 존재 한다. 모든 세상의 답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 원망보다 참회가 먼저다. 그것이 종교를 갖는 이유요, 수행을 하는 참 뜻이다.“고맙다.”나는 예전에 심하게 아팠다가 회복 된 사람들이 삶이 ‘고맙다’ 이야기하면 와닿지가 않았다.내가 죽었다 다시 살았을 때 회복 되어도 뭐 특별하게 고맙지가 않았다. 다만 허상에서 헤매다가 실상으로 깨어
메밀&쯔유 시즌이다. 아침 부터 메밀 국수 공장에 다녀왔다. 사장님 왈 ‘모든 물가가 올라 5월부터 메밀면이 가격 인상 됩니다’하신다. 어찌 된 일인지 메밀국수와 쯔유 고객은 온통 스님들 고객이 90% 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기사 내가 만든 차도 스님 고객이 90%다. 인정 받았다는 증거다. (순전히 혼자 생각!) 수행하는 스님들은 감각 기관이 특별하게 예민하다. 그래서 스님들께 인정 받았다면 좋은 일이다. 수효가 많지는 않지만 자랑스러운 일 맞다. 오늘 메밀국수와 쯔유 주문은 한 사람 빼고 모두가 스
우리의 삶은 인연과 인연의 넓은 그물에 펼쳐져 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평소에 잘 살아야 해.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으로 만날줄 모르니까.”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 흔한 경고의 메시지를 일상에서 잃어버리고 산다. 혁신을 말하고 혁신을 모르고,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모르는 경우와 같다. 세상은 다채로운 인연의 그물로 엮여져 있다. 그속에서 투쟁과 번뇌와 고통을 삶속에 껴안으며 산다.그리고 그 인연의 그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통을 스트레스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합리화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그런 당연한 인연의 그물로부터 해
차를 덖어 30년이 지나니 나도 모르게 전문가 반열에 서 있었다. 서둘지 않았다. 차를 배우고 익히는 일을 지식으로 머리 속에 담지 않았다. 늘 숨 내 쉬고 들여 쉬듯 함께 했을 뿐이다. 알려고 하는 마음이 서둔다고 되는 것이 있고 느리게 간다고 못 이룰 것이 없다. 나의 목적은 죽음 안에 다 들어있다. 하고 싶은 일, 이루어 내고 싶은 모든 일이 죽음까지 놓지 않으면 안될것도 못 이룰 것도 없다고 생각 한다.서둘러서 이름을 얻었다면 내가 좀 더 행복 했을까 아니면 더 불행 했을까. 언젠가 부터 일체의 불안감, 일체의 처절한 고독감
차 덖는 사월이면 매일 하루 한번 왕복 두 시간을 섬진강변을 달려 차밭을 다녀온다. 채엽한 찻잎은 그날 솥에서 건조까지 다 마무리를 하고 잠을 잔다. 때로는 새벽, 때로는 꼬박 날을 샌다. 차를 덖을 때 불길이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느린 거북이 처럼 느릿느릿 해야한다. 새벽녁이 되면 기온도 내려가고 졸음이 몰려오면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덖는다. 경쾌한 클래식을 듣는다. 강가에 야생 갓 꽃이 유채꽃 처럼 피어 노란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눈부신 날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 강렬한 재즈나 블루스곡으로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차밭으로 달린다
내년 4월~5월 역대 최대의 차 행사인 ‘세계 차엑스포’가 두 곳에서 열린다. 이를 위해 해당 지자체는 지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29일~5월 5일 열리는 제10회 보성세계차엑스포, 5월에 열리는 하동세계차엑스포가 그것이다. 보성차엑스포는 ‘보성차의 세계화를 위해’, 하동차엑스포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건강한 삶을 천년을 이어온 생명의 차茶를 통해 영위하기 위해’라는 슬로건을 각각 표방하고 있다. 차엑스포는 말 그대로 세계 여러 나라의 차가 출품돼 전시되는 차 행사이다. 그런 만큼 하동차엑스포는 ‘세계 차행사’ 다운 슬로
햇차를 만들었다. 칠순이 훨씬 넘은 노 부부가 하루 종일 겨우 4kg를 땄다. 코로나 탓인지 차 덖는 사람들도 열정이 옛날처럼 시덥쟎다. 불가능 한 작업이지만 혼자서 4kg를 덖었다. 새벽 두시까지 햇차 2kg를 완벽하게 마루리 했다. 갓 덖어 낸 햇차를 부처님께 올리고 잔뜩 기대하고 마셨다. 늘 하던 일인데, 늘 마셔왔던 차 맛인데 햇차라는 탓에 감동이100배다. 찻 잎을 채취하는 노 부부는 잎이 너무 작다고 철썩같이한(찻잎채취) 약속한 것을 어기고 또 미룬다. 이틀 후에 채엽 하기로... 덕분에 나도
밤새 비가 창문을 두드리고 바람이 건물사이를 흉폭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비가 마르지 않는 땅 위로 만개한 백목련 꽃들이 흰 눈송이처럼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대지를 일깨우는 비가 내리면 바람결에 꽃을 피웠던 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대지로 돌아간다. 자고 일어나면 꽃은 피어있고 자고 일어나면 꽃은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 자연은 이렇듯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몸을 바꾼다. 자연의 변화는 세상 그 어느것도 해치지 않는 조화로움을 담고 있다. 순응과 역응의 절묘한 지혜를 지닌 것이 바로 자연이다. ‘조도현로鳥道玄路’. 현
세상에서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중에 신령스럽다고 이름 부쳐진 것은 오로지 차 뿐이다.기록에서 익힌 지식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오랫동안 덖고 연구하고 마시면서 더 확실하게 ‘신령스럽다’는 대목에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차는 깨끗하고 정직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잘 못 이해하고 찬 성품이라고 말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차를 제대로 덖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에 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동대문, 남대문 이야기를 실제로 본것 처럼 이야기 하는것과 같은 것이다. 잘 덖어 제대로 찻 잎 속까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