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실은 차인에게 최상, 최고의 공간이다. 자연을 응축한 ‘작은 우주’다. 다실에 자리한 흙과 나무, 물과 불에서 그런 것을 느낀다. 다실에 있는 일수일목一水一木은 계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맞볼 수 있게끔 해준다. 다실 그 자체의 미적 감각과 시적 감흥을 만끽하게 한다. 여기에 차를 즐기는 풍류의 도가 곁들여져 예술적 신묘함을 발산시킨다. 삼매의 경지다. 이 경계를 통해 다선일미茶禪一味를 만끽하므로 다도라고 일컫는다. 다실에는 다기들이 올망졸망 있어야 그 가치가 충분히 살아나듯이 차인도 다실에 안주해야 그 참된 멋과 맛을 풍긴다. 이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속에서 다들 평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더위네요. 이럴때일수록 수분 섭취 많이 하시고 잘 챙겨드셔야 한다는 점...직업병이라 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잔소기 같지만 이렇게 더울 때는 수분 섭취를 무조건 잘해주셔야 해요. 차보다는 맹물을 드시는게 좋고, 시원한 물보다는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 좋습니다. 바깥활동 후에는 500ml이상 꼭 섭취해주시는 것이 대사 활동에 도움이 되고요. 부디 이 무더위를 건강히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벼운 잔소리를 얹어^^ 조금 늦은 대만 찻집 이
발가락을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집무실 면담을 며칠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치기 전 10여명이 모여 차를 마시며 사용한 청대淸代에 만들어진 자사호紫沙壺를 차와 물이 담긴 상태로 방치하고 말았다. 급한 사정이 생겨 비우지 못한 상태로 옆으로 옮겨 두고 나왔는데, 발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며칠이 지나버린 것이다.찾아온 스님과 차를 마시다가 그 다호를 들어보니 무거웠다. 아차차, 그제야 방치한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빨리 상하는 차가 들어 있었고, 이미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자사호는 대개 1200도에서 구워진다. 좋은 자사호
딸아이가 고2라서 요즘은 가족들끼리 시간 맞추기가 영 쉽지 않습니다. 고 3이 되면 더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얼마전에 함께 대만에 다녀왔는데요. 이번 여행은 정말 가족들하고만 보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갔었는데...결국은 또 찻집에 가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철없는 아빠지만 행복한 차인이었던 그날을 회상하며 시작해봅니다. 지난번 대만 여행때 못 가본 찻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 이라는 이곳은 한국 사람들의 평이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라는 평이 대체적이었죠.
2018년 7월 17일, 우리나라 발효차를 시음하기로 했다. 1990년대 미타사 주지 소임을 맡아 있을 때 다인茶人들이 많이 찾아 왔는데, 그 가운데는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시절부터 친구였던 비구니스님도 자주 방문했다. 특히 비구니스님은 녹차를 직접 만들면 제일 먼저 내게 품평을 부탁하곤 했다. 녹차에도 독소가 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이해하였고, 자신이 구증구포로 만든 차에도 아직 독이 남았다는 나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개선했던 스님이다. 그 스님이 녹차를 제대로 법제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여름차나 가을차도 만들어보고 또 발효차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해오면서 한번도 중국차 한국차의 다법을 제대로 배워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라센케 정식지부에서 3년 정도 일본의 다도를 배우고 있지만 가루차 위주라 조금 다름이 있구요.평소 자주 마시는 잎차의 경우... 대부분 어깨 너머로 본 것을 토대로 혼자 놀다 보니 스스로 마시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그렇게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그냥 즐겨왔던 것 같습니다. 차의 기분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는데요.“그렇다면 차를 어떻게 마실 것인가. 삼십번 쯤 우려 마시면 애써 배우지 않아도 마시는 법을 스스
2018년 4월 16일, 지리산 악양에서 차를 도반 삼아 수행하는 스님으로부터 우전 녹차가 올라왔다.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열어 찻잎 약간을 입에 넣고 씹으니 바삭하게 부서졌다. 곧바로 구수함이 입안에 퍼지며 곧이어 숨었던 상쾌함과 시원한 향이 가득한 상태로 꽤 오래 갔다. 그런 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차의 맑고 싱그러운 맛이 되살아났다. 지리산 바위틈에서 야생상태로 자라는 찻잎으로 9증9포한 우전차를 가장 맛있게 음미하는 나의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만족스런 느낌이 오지 않으면 법제해 달라는 청을 하지 않는다. (판매되는 우리나
최근에 한국형 명차 생산을 위한 한국차 기준 품질평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다와 품평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현재 한국차산업을 이끌어갈 얼굴인 한국형명차를 만들어간다는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과정들은 많은 문제점을 도출하고 있다.첫 번째 한국차의 가장 큰 문제점이랄 수 있는 과정상의 문제다. 이른바 소수의 차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명차는 없다. 차는 기호성 음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스펙
차 인연중 여러 가지 단상이 많습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을 꼽으라면 단연 정호다완 특별전을 다녀온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정호다완 특별전을 보고 오신 몇몇 작가분들과 통화도 하면서 오직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당일치기 일본행을 결심했었습니다. 도록속의 이도를 보고 또 보며 400년전 우리땅에 살던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했을 이 막사발이 길고 긴 세월을 지나 어떤 아우라를 가지게 되었을지 너무나 기대가 컸었지요. ‘기자에몬 이도’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막부시대의 큰 가문들이 이 다완을
차 배우는 일은 5분이면 족하다. 차 마시면 되는 거니까. 차는 물을 끓여 우려서 목으로 넘기면 된다. 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는 5분쯤 걸린다. 이렇게 차 마시며 사는 게 차생활이다. 많은 차인들이 기본은 제쳐놓고 비싼 다구들에나 눈독 들인다. 골동품 명품에 매달려 사치와 호화에 빠진다. 심할 경우 돈독에 혈안이 되고 자리나 세력다툼에 망상을 떨고 있다. 개탄하는 차인들이 늘어나고 차 무리를 떠나는 차인들도 적지 않다. 차 생활이 이런 지경이라면 조선 순조의 부마 해거도인 홍현주가 진도부사 변지화를 통해 굳이 초의선사께 차를
한국차계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보이차에 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아는 지인중에 좋은 보이차가 있어서 몇 톤을 구매해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화를 한 이유는 지인이 구매한 ‘매우 좋은 보이차’를 톤 단위로 살 사람이 없느냐고 문의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조금씩은 팔지 않는데요.”내가 지인에게 물었다.“편당 얼마에 팔 생각인데요.”“한 3만원...”“언제 생산한 것인가요.”“올해요. 대개 좋은 고수찻잎으로 만들었다는데요.”우리나라에 황당
한 여름 장마가 몸살감기처럼 찾아오는 계절, 모 심기한 논에서 벼가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매미울음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계절에 서 있습니다. 차와 향 전문갤러리 오무향에서는 긴 여행을 하는 느낌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기획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도자기작가, 다화전문가, 명상음악가 3명의 콜라보로 열린 ‘일본작가 3인전’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여러가지 이유로 좀 늦어 졌지만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차 생활에서 다화와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중국영화 수춘도繡春刀 1편과 2편을 보았습니다. 오랫 만의 멋진 무협영화 였습니다. 은 숙우회 선차 다법입니다. 그런데 영화 중에 청풍淸風 찻집도 나오고 숙우회 주름치마도 나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창작한 숙우회 남자 교복과 거의 흡사한 무사복武士服도 보입니다. 고심 끝에 군복 철릭을 변형(철릭은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원피스형 입니다)하여 선대禪帶를 만들었는데 영화 속 무사의 앞치마와 구별이 안될 정도입니다. 가죽 허리띠까지 ! 사실 가죽
2018년 6월 17일 밤, 순천 주암에 있는 지방문화재인 600년 고택의 대밭에서 자란 차나무 잎으로 만든 죽로차(비매품)를 시음했다. 처음 포장을 열고 만난 향은 녹차로선 더 이상 구수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도 풋풋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덖고 비비는데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완급을 조정했음을 뜻한다. 맑음과 중도는 통한다. 찻잎은 대략 20~35mm로 녹차 첫물로서는 큰 편이었다. 찻잎을 얼핏 보면 마치 오룡차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자세히 보니 녹색이 옅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40여
600년 전통의 이싱 자사는 소박하고 화려한 광택은 없지만 그 명성은 전 세계에서 인정한다. 자사호가 유명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래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자사 작품은 특수 공예품의 한 가지로서 찬란한 기원과 발전 역사를 자랑한다. 수많은 문인아사文人雅士들도 자사를 접하면서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했으며, 자사에 특별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자사는 재질학적으로 매우 독특하다. 철분과 규소 함량이 그 어떤 도자기 원재료보다 높으며, 모래의 질감砂質을 가지고 있지만 가소성可塑性도 탁월하다. 또한 물리적, 화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옛 선인들은 차를 즐기고 가까이하면 도에 이른다’며 ‘차를 마셔 정신이 맑아지면 시름을 잊고 깊은 밤 용 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 ‘용 우는 소리’란 우주의 생명의 소리를 말한다.“차인은 차로 안정과 화목을 찾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도를 밝혀야 한다. 차로 능히 생사를 파악하고 초월의 경지를 이루어야 한다.”옛 조사스님의 말씀이다. 차인은 염불이나 기도 등 종교적 형식을 떠나 차로 번뇌망상을 해소하고 업장을 소멸해야 한다. 차를 자꾸 마시기만 해도 도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다도다. 관련 의학자나 과학자의 연구결과에
서울 개화사를 창건해 차와 향을 공유하고 있는 송강스님의 차에 관련된 편안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랑하기’란 이름으로 차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송강스님의 허락을 받아 전제한다. 송강스님의 ‘사랑하기’는 현대인들에게 차 생활의 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고 제대로된 차 마시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2017년 봄, 페이스 북 친구이며 다인茶人인 보살님과 거사님이 찾아오셨다. 보이차 동경호를 마시며 맑은 얘기를 나누다 가셨는데, 직접 법제한 녹차라며 선물로 주고 간 우전雨前을 마
한국차의 위기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위기라는 말속에 현실을 타개하려는 집단적이고 인문학적인 노력이 담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같은 이유는 ‘뒷 담화는 활발하게 정당한 토론은 참여하지 않기와 내 견해만 옳다’고 생각하는 한국 차계의 고질병이 광범위하게 고착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한국차산업과 문화의 위기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보내온 사)남도정통제다·다도보존연구소 소장이자 산절로야생다원 최성민 대표의 기고문을 싣는다. 본지는 이에 대한 다양한 반론를 기대한다. 한국 차가 망하고 있는 현실은
때로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빛이 나옵니다. 갈명상 선생이 그렇고, 그의 자사 및 도자가 그렇습니다. 선생의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특별 회고전이 열리게 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유명을 달리한 노대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대만이나 일본에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회고전이 열리게 된 것도, 뜻 깊은 일입니다. 선생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애호가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스스로를 흙사람泥人이라 불렀던 갈명상 선생을, 저는 삼무대사三無大師로 부릅니다. 조상이 없고,
남도정통제다. 다도보존연구소 최성민 소장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제다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글을 보내왔다. 최 소장은 한국 차의 정체성은 다도의 수양론적 기능을 주도하는 차향의 차별성이고, 생사기로에 있는 한국 차를 되살리는 길은 그 차향(생 찻잎의 ‘眞香’)을 최대한 보전해 내는 일이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차가 중국차나 일본차와는 다른 차별성을 유지하며 그것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한국차의 차향에 대한 정의와 이에 대한 동의 및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고 전문을 싣는다. 한국제다 발전을 위해 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