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 부흥을 위한 제언 8 - 최근 발간된 차책(茶書) 서평 ➀-2『차茶를, 시작합니다』, 김용재 지음, 오픈하우스(2022년 5월 31일 초판 1쇄 발행).비전문가가 쓴 세심한 차 입문 지침서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지침서라고 했다. 저자가 2016년 5월부터 6년 남짓 ‘청년청담’이라는 차모임에서 나눈 얘기, 전국 차문화 기행담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또 전공자도 아닌 사람으로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서 못지 않게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길을 안내해줄 입문서도 필요했기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최근 차에 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이는 마실 거리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다서들은 내용이 전에 비해 독창적이고 다양한 특성을 띠고 있다. 전에 나온 다서들은 다른 다서들의 내용과 겹치거나 상식적 내용을 현학적 용어로 장식해 놓은 것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다송』 번역서들이다. 한자 싯구인 『동다송』의 행간의 의미를 놓치고 남이 한 대로 직역만 해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더구나 『동다송』이나 ‘초의차’ 전공이라는 사람들이.왜 차를 마셔야 하는
차 덖는 사월이면 매일 하루 한번 왕복 두 시간을 섬진강변을 달려 차밭을 다녀온다. 채엽한 찻잎은 그날 솥에서 건조까지 다 마무리를 하고 잠을 잔다. 때로는 새벽, 때로는 꼬박 날을 샌다. 차를 덖을 때 불길이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느린 거북이 처럼 느릿느릿 해야한다. 새벽녁이 되면 기온도 내려가고 졸음이 몰려오면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덖는다. 경쾌한 클래식을 듣는다. 강가에 야생 갓 꽃이 유채꽃 처럼 피어 노란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눈부신 날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 강렬한 재즈나 블루스곡으로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차밭으로 달린다
보이차를 발효시키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맞춘 창고에서 일정기간 보관한 차를 입창차라고 한다. 1990년을 전후하여 홍콩에서는 오랜 세월 보관되었던 보이차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면서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들이 만들어 졌다. 보이차 병면에 매변이나 백상이 생긴 차는 습창차로, 반면 병면이 깨끗한 차는 건창차로 소개되었다. 또한 습창차는 안좋은 보이차로 건창차는 좋은 보이차로 인식되기도 했다. 검증된 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같은 인식은 2000년 중반부터 보이차의 열풍과 함께 보이차 시장의 흐름을 끌고 갔다.과학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비상사태다. 바이러스는 온 지구를 돌며 인간의 생명을 좀 먹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침투자들의 습격은 지구촌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누구라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 극도의 긴장감과 경계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물마시다 목에 사레라도 들면 나오는 기침을 억지로 집어 삼킨다. 기침은 곧 코로나19의 증세 중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누구 안에 감염균이 잠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언제 어떻게 습격당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공연예술, 종교
작년 9월 15일 도쿄 메구로구 유텐지(東京都 目黒区 祐天寺) 에 있는 7평 남짓 되는 식당, 마고MARGO에서‘다이보커피점大坊珈琲店’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이곳은 유기농음식과 와인을 팔았지만, 출판기념회가 있는 15일과 16일 양일간은 정상영업을 중단하고 다이보커피점의 커피를 판매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준비된 커피콩이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는 행사로, 다이보커피점 주인인 다이보 카츠지(大坊 勝次)씨가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오는 고객들을 위해 손수 커피를 추출했다. 그날 준비된
현재 보이차 시장에서 1990년대 보이차의 가격은 맹해정창인지 개인차창인지에 따라 큰 격차가 있다. 가격 형성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의 보이차 생산에 대해 먼저 알 필요가 있다. 1990년은 보이차 생산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시기이다. 1980년 후반부터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 1990년까지 국가 운영만 가능하던 상업이 민영화로 바뀌게 되면서 개인의 사유 재산을 인정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차 생산에도 개인 차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여 대량 생산이 없었다.중국 내수 차 시장은 1990년대
1992년 6월초 전각가篆刻家에게 은사스님 낙관落款을 부탁하러 인사동에 갔다가 다암茶庵에 들렸다. 주인 안정태 보살님이 젊은 여인들과 차를 마시고 있기에 그냥 돌아 나오려고 했더니, 잘 오셨다며 일어나 자리를 권하는 것이었다. 점심공양을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도 차 생각이 나던 참이라 주저앉아서 차를 얻어마시기로 했다.묵묵히 차를 마시며 먼저 있던 젊은 여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다도에 대한 전문가들처럼 서로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우라센케裏千家, 오모테센케表千家, 무샤노코지센케武者小路千家 등의 용어가 계속
2018년 7월 17일, 우리나라 발효차를 시음하기로 했다. 1990년대 미타사 주지 소임을 맡아 있을 때 다인茶人들이 많이 찾아 왔는데, 그 가운데는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시절부터 친구였던 비구니스님도 자주 방문했다. 특히 비구니스님은 녹차를 직접 만들면 제일 먼저 내게 품평을 부탁하곤 했다. 녹차에도 독소가 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이해하였고, 자신이 구증구포로 만든 차에도 아직 독이 남았다는 나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개선했던 스님이다. 그 스님이 녹차를 제대로 법제하게 되었을 때, 나는 여름차나 가을차도 만들어보고 또 발효차도
2018년 4월 16일, 지리산 악양에서 차를 도반 삼아 수행하는 스님으로부터 우전 녹차가 올라왔다.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열어 찻잎 약간을 입에 넣고 씹으니 바삭하게 부서졌다. 곧바로 구수함이 입안에 퍼지며 곧이어 숨었던 상쾌함과 시원한 향이 가득한 상태로 꽤 오래 갔다. 그런 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차의 맑고 싱그러운 맛이 되살아났다. 지리산 바위틈에서 야생상태로 자라는 찻잎으로 9증9포한 우전차를 가장 맛있게 음미하는 나의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만족스런 느낌이 오지 않으면 법제해 달라는 청을 하지 않는다. (판매되는 우리나
한 여름 장마가 몸살감기처럼 찾아오는 계절, 모 심기한 논에서 벼가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매미울음 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계절에 서 있습니다. 차와 향 전문갤러리 오무향에서는 긴 여행을 하는 느낌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기획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도자기작가, 다화전문가, 명상음악가 3명의 콜라보로 열린 ‘일본작가 3인전’으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여러가지 이유로 좀 늦어 졌지만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차 생활에서 다화와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중국영화 수춘도繡春刀 1편과 2편을 보았습니다. 오랫 만의 멋진 무협영화 였습니다. 은 숙우회 선차 다법입니다. 그런데 영화 중에 청풍淸風 찻집도 나오고 숙우회 주름치마도 나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창작한 숙우회 남자 교복과 거의 흡사한 무사복武士服도 보입니다. 고심 끝에 군복 철릭을 변형(철릭은 상의와 하의가 연결된 원피스형 입니다)하여 선대禪帶를 만들었는데 영화 속 무사의 앞치마와 구별이 안될 정도입니다. 가죽 허리띠까지 ! 사실 가죽
2018년 6월 17일 밤, 순천 주암에 있는 지방문화재인 600년 고택의 대밭에서 자란 차나무 잎으로 만든 죽로차(비매품)를 시음했다. 처음 포장을 열고 만난 향은 녹차로선 더 이상 구수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도 풋풋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덖고 비비는데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완급을 조정했음을 뜻한다. 맑음과 중도는 통한다. 찻잎은 대략 20~35mm로 녹차 첫물로서는 큰 편이었다. 찻잎을 얼핏 보면 마치 오룡차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자세히 보니 녹색이 옅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40여
600년 전통의 이싱 자사는 소박하고 화려한 광택은 없지만 그 명성은 전 세계에서 인정한다. 자사호가 유명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래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자사 작품은 특수 공예품의 한 가지로서 찬란한 기원과 발전 역사를 자랑한다. 수많은 문인아사文人雅士들도 자사를 접하면서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했으며, 자사에 특별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자사는 재질학적으로 매우 독특하다. 철분과 규소 함량이 그 어떤 도자기 원재료보다 높으며, 모래의 질감砂質을 가지고 있지만 가소성可塑性도 탁월하다. 또한 물리적, 화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옛 선인들은 차를 즐기고 가까이하면 도에 이른다’며 ‘차를 마셔 정신이 맑아지면 시름을 잊고 깊은 밤 용 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 ‘용 우는 소리’란 우주의 생명의 소리를 말한다.“차인은 차로 안정과 화목을 찾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도를 밝혀야 한다. 차로 능히 생사를 파악하고 초월의 경지를 이루어야 한다.”옛 조사스님의 말씀이다. 차인은 염불이나 기도 등 종교적 형식을 떠나 차로 번뇌망상을 해소하고 업장을 소멸해야 한다. 차를 자꾸 마시기만 해도 도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다도다. 관련 의학자나 과학자의 연구결과에
서울 개화사를 창건해 차와 향을 공유하고 있는 송강스님의 차에 관련된 편안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랑하기’란 이름으로 차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송강스님의 허락을 받아 전제한다. 송강스님의 ‘사랑하기’는 현대인들에게 차 생활의 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고 제대로된 차 마시기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2017년 봄, 페이스 북 친구이며 다인茶人인 보살님과 거사님이 찾아오셨다. 보이차 동경호를 마시며 맑은 얘기를 나누다 가셨는데, 직접 법제한 녹차라며 선물로 주고 간 우전雨前을 마
“오백 년 도읍지를 한 마리 말을 타고 돌아 들어오니/ 산천은 옛날과 같은데 뛰어난 인재는 간 곳이 없구나. 아아, 태평했던 세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일명 길재의 회고가懷古歌다. 나라가 바뀐 개성이다. 개성의 산천은 변한 것이 없다. 사라져 버린 것은 옛 시대의 인걸들이다. 망국의 한恨과 인생무상을 화자는 회고 하고 있는 것이다. 길재의 산가서는 회고가와 달리 방외거사의 방외가方外歌라 할 수 있다. 거친 파도로 일렁이는 혼란의 시대. 세속을 벗어난 삶.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산속에 기거하고 있다
해 저물녘임상원강의 얼음소리 들으니 눈 내릴 듯하고/ 굶주린 매가 하늘에서 슬프게 울고 있네.산골의 관가는 한산해 적을 서류 없고/문밖의 솔바람은 흰 바위를 쓸어내네.어부는 추위에 떨면서 낚시 배를 버티고/태수의 관아는 높은 누각 임했구려.강물 조금 길어다가 홀로 차 달이니/고요히 지는 해가 앙상한 가지에 걸렸다네.겨울에 들어서는 늦가을의 정취가 '일만'이라는 시를 통해 엄습해온다. 서정적이며 생동감 있듯 사실적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임상원의 '일만'은 해 저물녘
정치적인 삶을 마감하고 향리로 낙향한 조선시대 차인인 ‘권근’은 겨울눈이 오던 어느날 차시 한편을 읊는다. 신도에 집을 빌어 집 걱정 잊고눈을 바라보며 시 읊고 차 마시네.병중에 한가로이 누워 있으니적적한 마을 문에 해가 기우네 정치는 늘 개혁이라는 화두를 먹고 살아간다. 과거를 지나 현재도 진행 중 이다. 살아 있는 생물, 개혁이라는 명제는 시대를 뛰어넘는다. 개혁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분열을 가져오고 개혁의 수준과 함께 선택을 강요한다. 조선 성리학의 정착자, 권근. 고려 말 신진 유학자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색. 스승 이색의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세월이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거친 황야에서 익어갈 줄 모르고 불에 활활 타고 있다. 우리의 차는 지금 어떨까. 조는 듯, 자는 듯 조용히 숨죽이며 속으로, 속으로 익어가고 있다. 오늘 아침 일찍 가을편지가 왔다. 오랜 세월을 견딘 잘 생긴 항아리에 ‘내 품에는 차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2017 일지一止. 늙은이’라는 편지가 도착했다. 멀리 유배를 떠났다 돌아온 추사가 안온한 마음으로 초의에게 보냈던 편지가 떠오른다. 우리의 삶을 평온하게 하고 자유롭게 했던 우리의 차는 어디에 있는가. 모두에게